어쩌면 아직까지도 대중들에게 배우 권유리(33)라는 이름보다는 소녀시대의 멤버 유리가 익숙할지도 모르겠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2007년 ‘다시 만난 세계’로 혜성처럼 가요계에 등장한 소녀시대는 10년이 훌쩍 넘는 시간동안 전무후무한 톱 그룹으로 자리매김했고, 아직까지도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최근 종영한 MBN 드라마 ‘보쌈-운명을 훔치다’(이하 ‘보쌈’)는 이런 이유들 때문에 권유리에게 큰 시험대였다. 생계형 보쌈꾼이 실수로 옹주를 보쌈하며 벌어지는 파란만장 인생 역전을 그린 퓨전 사극에서 주인공 수경 옹주로 분한 권유리는 첫 사극 도전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자신의 역할을 완벽히 소화해내며 걸그룹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말끔히 지웠다. 앞서 SBS ‘피고인’, MBC ‘대장금이 보고 있다’ 등에서 선 굵은 연기를 보였던 그녀지만, ‘보쌈’은 인생작으로 불릴 만큼 임팩트가 있었다는 평이 쏟아진다.

권유리.SM엔터테인먼트

이질감 없이 녹아든 첫 사극 ‘보쌈-운명을 훔치다’

“사실 첫 사극 도전이기에 시청자분들로부터 ‘작품과 잘 어우러졌다’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만족할 것 같아요. 조금 더 욕심을 내자면 가장 한국적인 이미지의 작품을 꼽을 때, 혹은 사극 장면이 회자될 때 제가 떠올랐으면 좋겠어요. 바우와 수경이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만나 특별한 행복을 이룬 것처럼 시청자 분들에게도 ‘보쌈’이 행복한 기억으로 남았으면 합니다. 제겐 평생 못 잊을 작품이에요.”

극 중 수경은 매우 활동적인 인물이고 승마는 물론, 활쏘기에도 능한 인물이어서 각종 액션 연기까지 소화해야 했다. 권유리는 가수로 활동할 당시부터 각종 퍼포먼스를 통해 몸을 쓰는 것에 능숙했고 심지어 오랜 시간 연마해온 승마 실력도 큰 도움이 됐다.

“수경이라는 캐릭터를 접한 순간 제가 오래 기다려왔던 캐릭터를 만난 기분이었어요. 가수 활동을 오래 하며 쌓아온 경험들이 이 캐릭터에 녹여낼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액션 연기 등을 통해 몸을 쓰는 건 무대 위에서 춤을 통해 훈련을 해왔기에 비교적 수월했고, 체력적인 부분도 뒷받침이 됐어요. 승마의 경우 10년 전부터 꾸준히 배워왔죠. 한복을 입고 절을 하는 동작이나, 걷는 자세 등이 어색했지만, 점차 적응해가면서 수월해졌습니다.”

스스로 이겨낸 걸그룹 출신의 편견

무대 위에서 수년간 경험을 쌓은 가수들이 연기에 도전하는 건 연예계에서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완전히 새로운 영역인 만큼, 기존 시청자들의 선입견을 깨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가수로서의 고착화된 이미지는 물론, 쉽게 주연 자리를 차지했다는 오해를 사기도 쉽다.

“스스로 물음표가 있었어요. 내가 캐릭터에 몰입한다고 해도 대중들이 받아들여 주실 수 있을까 싶었죠. 그러나 작품을 시작한 이후 감독님, 제작진분들과 충분한 의사소통이 있었고, 첫 촬영 전까지도 제가 두려워하는 것들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그 과정에서 저에 대한 믿음을 느낄 수 있었고, 제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이끌어내 주실 거라는 확신이 들더라고요. 그렇게 캐릭터에 몰입하고 수경과 가까워질 수 있었어요.”

마음의 고향과 같은 소녀시대 멤버들의 응원도 큰 힘이 됐다. 권유리 외에도 최수영, 임윤아, 서현 등의 멤버들이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만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을 해주고 꾸준한 피드백과 대화로 관계를 유지해가고 있다. “멤버들과 항상 서로에 대해 모니터 해주고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며 지내요. ‘보쌈’도 첫방송 당일 직접 TV를 찍어서 단체 채팅방에 올려주며 ‘왜 이제야 사극을 했냐’고 말해주더라고요. 쪽찐 머리가 그렇게 잘 어울리는지 몰랐다면서요. 멤버들에게 그런 말을 들으니 너무 고맙고 기분 좋더라고요.”

소녀시대 활동도 계속

지금의 권유리를 있게 만든 건 소녀시대 유리의 성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는 소녀시대를 고향처럼 여기고 있었다. 현재는 멤버 각자가 솔로 앨범부터 연기와 예능 프로그램에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는 만큼 스케줄의 조율이 필요하지만, 시기가 되면 무대 위 완전체 소녀시대의 모습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멤버들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만큼 자긍심이 생겨요. 저희 또한 팬들이 원한다면 좋은 시기에 좋은 곡, 좋은 콘셉트로 만나 뵐 수 있도록 항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조만간 좋은 기회가 있을 것 같으니 꼭 기다려주세요.”



김두연 스포츠한국 기자 dyhero213@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