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한국 박병우 기자] 지난주 미 국채 10년물 매도 세력을 추적한 결과, 중장기 경제 전망에 대한 비관론이 아닌 전술적 차원의 매물 출회로 파악됐다고 JP모건증권이 밝혔다. 따라서, 경기 회복 지속을 바탕으로 한 위험 선호 전략을 지속했다.

지난주 미국 10년물 국채수익률은 장중 한때 1.29%까지 폭락했다. 연중 고점 1.75%에서 무려 46bp(1bp=0.01%p) 하락한 것이다 (가격 기준 상승). 조 바이든 대통령이 추진 중인 인프라 투자 법안이 첫 발표 규모의 절반 수준인 1조2500억 달러로 줄어들고, 그것마저 합의 통과가 쉽지 않으리라고 예상되고 있다. 또한, 델타 변이는 갈수록 확산하는 와중에 국채 수익률 급락마저 나타나면서 미국 경제가 다시 하강할 수 있다는 공포 심리가 형성됐다.

14일 JP모건은 지난주 미국 채권시장에서 벌어진 국채 10년물 대량 매도 사태에 대한 ‘매도 세력 추적 보고서’에서 CTA·연기금 등을 매도 주범으로 추정했다. 모멘텀 펀드 CTA(Commodity Trading Advisor)는 추세 추종 전략을 활용한다. 시장이 관성을 갖고 움직인다고 전제한다. 글로벌 원자재와 주식, 채권, 외환 등의 선물을 대상으로 일정한 규칙을 정한 뒤 기계적으로 운용하는 펀드들이다. 일반적으로 CTA는 상승 시 추세를 좇아 더 오름폭을 키우고, 역으로 하락 시 낙폭을 확대할 수 있다.

JP모건은 “경제 지표로는 최근 고용 보고서상 경제활동 참가율이 61.6%에서 좀처럼 살아나지 못한 점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 같다”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헤지펀드 등 투자자들이 채권수익률이 낮다는 기본적 견해를 변경한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헤지펀드보다 CTA·연기금·개인투자자 등을 유력한 매도 세력으로 추정했다. 연기금의 경우 유입 자금 호조로 자연스럽게 만기를 맞추려는 위험 축소 차원에서 초장기물로 이동하는 재편 과정 중 10년물을 내다 판 것으로 분석했다.

JP는“ 모멘텀 추구 CTA 펀드의 10년물 매도 동기도 어느 정도 분명해 보인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최근 몇 개월간 국채 금리선물 매도 포지션을 청산하거나 보유채권 만기를 늘리기 위해 장기채 매수 전략을 지속했다. 지난 4월 미 국채·독일 국채 10년물(Bunds)에 대해 극단적 순매도이던 모멘텀 트레이더(CTA)의 포지션은 최근 매수 우위로 급반전했다. 급기야 지난 8일에는 미 국채 10년물에 대한 단기 기술적 신호는 과매수 상태까지 진입했다. 즉, 지난주 CTA 같은 모멘텀 투자자들은 평균 회귀형의 기계적 전술을 사용, 미 국채 10년물 매도를 주도한 것이다. 한편, 지난달 개인투자자들은 장기 채권형 펀드로 자금을 대거 예치했다. 이 자금이 미국채 10년물 매수에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투자자의 장기채 펀드 가입 배경에 대해 확실하게 파악된 것은 없다.

JP모건은 “ 중요한 것은 지난 몇 주간 벌어진 10년물 국채 매수 현상을 중기적인 펀더멘털 변화로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성장 하락을 전망하고 투자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JP는 “경기 회복 지속과 순응적 통화정책, 여전히 완만한 투자자 포지션 등을 고려한 위험 선호 전략을 유지한다”라고 밝혔다. JP에 따르면, 광범위한 예방 접종이 진행되면서 이동과 경제활동이 살아나고 있다. 이는 미국 외 세계 다른 지역까지 조금씩 경기 회복 분위기를 확산하고 있다. 하반기 탄력적인 세계 경제를 기대할 수 있는 배경이다. 또한, 최근 벌어진 증시의 영업 정상화·경기 회복 테마주의 후퇴는 단순한 기술적 조정과 낮은 변동성 국면 속 벌어진 체계적 유동성 조절 탓일 뿐이다.

델타 변이에 대한 과잉 반응도 세계 경제와 이동에 대한 불안감을 자극하고 있다. 그러나, 영업 정상화와 경기 회복 테마주를 포기하기에 너무 빠른 시기로 판단한다고 JP는 밝혔다. 지금은 팬데믹을 벗어나 세계 경기 회복 사이클의 초기 국면이다. 사이클 마무리 국면이 아니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심지어 아직도 영업을 재개하지 못한 국가들도 많다. 인플레이션은 시장의 예상을 계속해서 웃돌 것이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주가 후퇴 시 채권, 방어 및 성장 업종 대비 경기 순환 업종과 가치주를 매집하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 자산 포트폴리오 중 국채를 팔아, 그 돈으로 원자재와 가치업종, 경기순환주를 중심으로 주식 비중을 늘려나갈 것을 조언한다.

한편, 이번 주 헤지펀드 등 고객 대상 설문 조사 중 특이 답변은 응답자 중 89%가 보유자산 내 채권의 만기를 줄이겠다고 밝힌 것이다. 장기채를 팔고, 단기채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뜻을 피력한 것이다.

조 바이든 정부의 인프라 투자 법안에 대해, 약 1~1.5조 달러 규모로 추진될 것으로 예상한 응답자의 비중이 41%로 가장 많았다. 또한, 바이든이 아직 법인세 인상을 마무리 짓지 못했으나,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 중 59%는 법인세율이 25%로 현재보다 4%포인트 인상될 것으로 관측했다.

눈길을 끄는 점은 개인 소득세율 인상도 결국 시도할 것으로 예상했다. 응답률은 74%로, 법인세 인상 응답률을 웃돌았다. 월가에서는 미국 민주당 정권이 부자 증세만큼은 확실하게 추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것 같다. JP모건은 “강력한 성장에 대해 여전한 믿음을 갖고 있다”라고 밝혔다. 따라서 인플레이션 지속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연말을 전후해 테이퍼링(중앙은행의 자산매입 축소)도 시작될 것으로 관측했다. 중국의 경우 상반기 긴축에 따른 내수 위축이 발생하며 글로벌 성장 그림의 약점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지난 7일 중국 국무위원회 상임위원회에서 이미 정책 변화 신호가 포착됐다. 지난 주말, 중국 인민은행은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인하했다.

델타 변이와 관련, JP모건은 성장 우려감이 과장됐다고 지적했다. 델타 변이가 빠르게 번지고 있으나 주요국의 백신 진행과 입원·사망률 간 관계를 고려하면 경제적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 특히, 백신 접종이 높은 국가들은 규제 완화를 돌리려는 욕구가 거의 없다고 밝혔다. 다만, 백신 접종이 변이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일부 국가들의 경기 회복은 지체될 수 있다.

( 출처 = JP모건 )




박병우 기자 pbw@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