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부족·해상운송 수요 급증 따른 공급 차질 우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코나 생산라인.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전 세계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동시에 글로벌 완성차기업들의 반도체 내재화 움직임까지 포착되고 있어 국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투자 확대가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또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원유, 철강, 구리 등의 원자재 부족과 해상운송 수요 급증에 따른 공급 차질 등의 악재도 우려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는 최근 공개한 보고서에서 올해 반도체 시장 예상 매출액이 5272억23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9.7%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3월 발표한 10.9% 성장률보다 두 배 가까이 상향 조정된 수치다. 그나마 글로벌 채권운용사인 핌코는 전반적인 반도체 공급 부족이 올해 하반기에는 다소 완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 반도체 내재화 시도…한계점 명확

반도체 부족 사태는 업계의 수요 예측 실패에 기인한다. 특히 글로벌 자동차기업들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큰 피해를 입고 파격적인 감산에 돌입한 바 있다. 당시 상황으로는 차량용 반도체 구입량도 함께 줄일 수밖에 없었다.

반도체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자동차 반도체의 병목현상은 다소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최악을 벗어나는 수준인 것으로 보인다”며 “공급 부족은 반도체 가격인상으로 이어져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반도체기업에게는 호재지만 현대자동차, LG전자 등 제조업 기업들에게는 악재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이 지난 12일 발표한 산업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은 내년까지 국내 자동차산업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마이크로컨트롤유닛(MCU)·고성능 반도체 중심의 대만 TSMC 생산 의존도가 급증해 잠재적 공급망 위험 요인으로 성장할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물론 한국의 경우 정부 지원과 자동차업계의 반도체 내재화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파운드리 확대는 아직 미비한 상태다. 미국과 일본은 정부 주도로 파운드리 현지 생산라인 유치 및 완성차와 팹리스(반도체 설계기업)·파운드리 간 협력관계 강화를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하지만 아직 한국은 차량용 반도체 협업 생태계 및 생산라인 미흡 등의 한계점이 명확한 상황이다.

장홍창 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미국은 인텔이 파운드리 산업에 진출해 포드·제너럴모터스(GM)에 반도체를 공급할 예정”이라며 “추가공정 설립 없이 기존 공정에 차량용 제품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9개월 내 양산이 예상되고 정부는 보조금 및 전방위 협력을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일본 도요타·덴소의 경우도 자동차 반도체기업 르네사스 지분 투자 및 팹리스 합작회사 미라이즈를 설립했고 정부 주도 공동 투자를 통한 TSMC 현지 공장 설립으로 반도체 공급망 위험 관리를 추진하고 있다”면서 “현대자동차그룹 역시 반도체 내재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정부의 ‘미래차-반도체 연대·협력 협의체’를 통한 수급난 품목 정보 공유에 그치는 등 협업 초기 단계”라고 덧붙였다.

원자재 가격 인상…완성차·부품업계 모두 비상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자동차업계의 어려움은 그나마 지난해 말부터 일정 부분 나아지고 있다. 하지만 차량용 반도체 수급 문제로 일부 자동차부품 기업의 경우 올해 상반기에 계획 대비 60% 수준의 생산차질이 발생하는 등 대규모 손실이 발생해 하반기 만회를 위한 정책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게다가 반도체 수급 문제 외에 원자재 부족과 해상운송 수요 급증에 따른 공급 차질 등의 변수도 하반기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배터리 원자재 가격 상승에 관련 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전기차 생산량이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배터리 주요 원자재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기차 배터리에 사용하는 니켈, 코발트, 망간, 리튬 등은 올해 초부터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는 2023년 전기차 배터리 공급이 335GW로 수요보다 18% 정도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다. 2025년에도 부족분이 40% 이상으로 확대된다는 전망이 나와 전기차 관련 업계의 고난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타이어의 주 원료인 천연고무 공급부족에 따른 가격 급등도 우려된다. 천연고무생산국협회(ANRPC)에 따르면 천연고무 가격은 2017년 이후 공급이 과잉됐다는 평가 속에 1달러 선으로 내려온 이후 3년 넘게 하락했다.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19로 동남아 국가들이 방역조치를 위해 고무농장을 대거 폐쇄시켰고 중국 사재기까지 겹치자 가격 급등이 시작됐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완성차와 부품업계 모두가 비상이 걸린 것으로 배터리 원자재를 비롯해 원유, 철강, 고무 등의 원자재 가격 인상이 지속된다면 올해 하반기 업계의 전반적인 제품 가격 인상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차량용 반도체에서 시작된 공급망 문제가 기본적인 원자재 영역으로 확산되면 완성차업계로서는 수익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가장 시급한 차량용 반도체 공급을 위해 자동차 전용공정·협력을 통한 국내 파운드리 육성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12인치 웨이퍼 공정이 필요한 고성능 반도체의 경우 삼성전자 외에는 파운드리 공정이 부재해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의 직접적인 협력 중개와 타 파운드리 기업의 수요 기반을 전략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가전 대비 국내 차량용 반도체 수요량이 적어 파운드리 기업의 투자·생산 동기가 크지 않기 때문에 인증 및 경쟁력을 구비한 자동차 반도체 전용 파운드리 공정 육성을 위한 정부의 지원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