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한국 박병우 기자] 팍팍한 하루의 삶에 지쳐가고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주택 가격에 느끼는 곤혹스러운 절망감은 한국 밀레니얼 세대(M세대)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최근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지난 6월의 가장 위험한 부동산 시장으로 뉴질랜드가 지목됐다. 블룸버그는 뉴질랜드의 M세대들이 ‘포모’(FOMO)에 사로잡혀 주택 투자 광풍에 참전했다고 보도했다. ‘Fear Of Missing Out'의 머리글자를 딴 FOMO는 다른 사람은 모두 누리는 좋은 기회를 놓칠까 봐 걱정하고 불안한 마음을 갖는 상태를 지칭한다. ‘덩거스’(Dungers)라는 거의 쓰러져 가는 주택이 180만 뉴질랜드 달러(미화 130만 달러, 약 14억원)까지 치솟았다. 지난 1년간 뉴질랜드의 주택 상승률은 30%를 웃돌았다. M세대는 베이비부머보다 더 많은 학자금 부채와 대금융 위기 때 시작한 직장 생활 등으로 상대적으로 재산을 축적할 시간이 부족했다. 미국 기준으로 베이비부머는 1946년~1965년 동안 출생한 세대를 지칭한다. M세대는 1980년~2000년 사이 출생한 세대이다.

은퇴자산 확보가 결혼자금 준비보다 더 중요한 M세대

M세대는 대금융 위기가 시작될 때 직장 생활에 입문했다. 그 당시 부동산 폭락을 목격했던 밀레니얼은 주택 구매를 서두르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대유행 병이 시작되자 각국 정부들의 대규모 부양책으로 풀린 유동성이 주택값을 끌어올렸다. 순식간에 놓친 주택 사다리를 잡기 위해 뉴질랜드 등 전 세계 밀레니얼이 빚을 내며 재산 축적에 나선 것이다. 이제 그들 앞에 은퇴 시점이 조금씩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M세대는 부모 세대보다 은퇴자금 축적이 어렵다. 또한 고령화 시대로 인해 은퇴 후 활동 기간이 길어 더 많은 은퇴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예상됐다. 보험연구원은“M세대가 직면한 환경은 낮아진 경제 성장률과 좁아진 자산축적 기회로 요약할 수 있다”라고 진단했다. 특히 취업이 늦어지면서 주된 일자리에서 근무하는 기간이 짧아졌다. 그만큼 고용 안정성이 낮아졌다. 저축을 위한 환경도 더 악화됐다. 지난 1980년 1년 이상 정기예금 금리는 18.6%였다. 그러나 1990년에는 10%를 기록했으며 현재는 저축성수신금리(예금은행 가중평균)는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의 분석에 의하면 지난 1998년 25.1세이던 국내 대졸 신입사원 평균 연령은 2018년에 30.9세까지 높아졌다. 연구원은 법정 정년 60세를 대입해도 실제로 퇴직하는 나이가 더 낮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이 예상하는 본인의 퇴직 나이는 49.7세로 나타났다.은퇴자금 부족으로 다니던 직장에서 퇴직하면 다시 취업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물론 재취업 일자리의 임금 수준이나 근무 조건은 이전 직장보다 현저히 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M세대 앞에 닥친 은퇴 준비는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이다. 밀레니얼은 현재의 즐거움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은퇴 이후 생존을 위해 자산축적이나 은퇴 준비에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하나금융연구소의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부모 세대의 가장 중요한 저축 목적은 자녀와 노후 대비였다. 반면 M세대는 부채상환과 자산 마련을 가장 중요하게 꼽았다. 또 다른 조사에서도 M세대의 최우선 재무 목표는 주택 구매 재원 마련과 은퇴자산 축적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은퇴자산 마련이 결혼자금 준비보다 더 중요한 목표'로 보고 있었다. 한편 20·30대는 부모 세대보다 위험 수용도가 높다. 보험연구원은 이들 상당수가 가상자산이나 ‘밈’(meme) 주식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진단했다. 밈 주식은 온라인에서 입소문이 나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을 얻는 주식을 의미한다.

이미 2030을 주축으로 한 한국의 개인투자자들은 모임을 만들어 미국 증시에 직접 뛰어들었다. ‘서학 개미’라는 칭호로 활발하게 투자 활동을 펼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을 광풍적으로 매수하는 현상 때 등장한‘동학 개미’라는 별명에 빗대어 지어낸 말이다. 또한 국내 4대 가상자산거래소(빗썸, 업비트, 코빗, 코인원)의 가입자는 지난 4월 말 현재 581만 명이다. 모바일 빅데이터 분석기업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가상자산 애플리케이션(앱) 사용자 중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비중이 60%를 차지한다.

M세대 가계대출규모 1년만에 44.7조원 증가

자산 가격이 상승하면서 빚을 내 자산을 축적하고자 하는 2030 세대가 늘어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국내은행이 MZ세대에 빌려준 가계대출 규모는 총 259조6000억원으로 지난 1년간 44조7000억원이 증가했다. 이중 주택담보대출은 182조8000억원이고 신용대출 등이 76조7000억원으로 동 기간에 각각 31조7000억원과 12조9000억원이 증가했다. 총 가계대출 증가분 중 MZ 세대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9년 33.7%에서 2020년 45.5%로 상승했다. 올해는 50.7%로 절반을 넘어섰다. 이른바 ‘빚투’(빚내서 투자)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이 실제 수치로 입증됐다.

보험연구원은 저금리 상황에서 적극적인 투자와 자산관리를 통해 은퇴자산을 축적하는 기본 방향은 옳다고 지적했다. 다만 부채관리와 위험 분산 측면에서 자산축적 전략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소득 흐름 확보나 은퇴 후 비용 절감 방법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한다고 보험연구원은 조언했다. 가령 금리가 상승하거나 자산 가격이 하락하면 대출은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또한 특정 종목이나 상품에 집중하기보다 분산투자를, 단기적 집중보다 장기적 안목에서 투자해야 한다고 밝혔다. 자산축적뿐만 아니라 돈을 아끼는 소비 습관을 점검하는 것도 필요하다. 최대한 은퇴 시점을 늦춰 현금흐름을 확보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점도 당부했다.

무엇보다 건강한 생활 습관을 통해 활기찬 일상생활을 즐기도록 해야 한다. 이는 노년기 생활비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의료비용을 줄일 수 있는 은퇴 후 생존 전략이다. 은퇴를 앞둔 M세대가 귀담아 들어야 하는 조언들이다.

KBS 다큐 '밀레니얼 머니' ( 출처=KBS )




박병우 기자 pbw@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