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가 잠시 문을 닫는다. 최근 NC, 두산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밀접접촉자가 쏟아져 나온 여파 때문이다. NC, 두산은 “일정에 차질을 일으켜 죄송하다”며 연신 고개를 숙이고 있고, 타 구단들은 부랴부랴 자체 일정 수립에 나섰다. 리그 중단 사태가 발발한 후 뒤늦게 NC 소속 확진 선수들이 방역 수칙을 어겼단 사실을 인정하며 공분을 사고 있다. 허술했던 방역이 시초가 돼 프로야구 40년 만에 처음으로 리그가 중단됐다.

연합뉴스

정신나간 NC 선수들로 인한 KBO리그 중단 사태

KBO는 지난 12일 10개 구단 사장단이 모여 긴급 이사회를 열고 3시간의 격론 끝에 리그 중단 결정을 내렸다. 7월 13∼18일 예정된 경기(총 30경기)를 추후 편성하기로 한 것. 리그는 8월 10일 재개된다. 구단 내에서 연이어 터진 코로나19 확진 사례가 리그 중단으로 이어졌다.

앞서 NC에서 9일 2명, 10일 1명 등 총 3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두산에서도 10일 2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현 시국에선 불현듯 일상 속에 퍼지는 게 바로 코로나19다. 걸렸다고 해서 부끄럽거나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그러나 방역수칙을 어겼다면 말은 달라진다. 이는 큰 문제가 된다. 그 어마어마한 일이 리그 중단 사태를 만든 장본인 NC에서 나왔다.

구단 내 확진자로 밝혀진 박석민, 이명기, 권희동, 박민우는 지난 5일 두산 원정 숙소에서 자신의 지인 등 2명과 함께 야식을 먹었다. 숙소에 세워진 구단버스를 본 지인에게 연락이 와 함께 음주를 했다고 박석민이 사과문을 통해 설명했다. 명백한 방역수칙 위반이다. 선수들은 허위 진술 논란에도 휩싸였다. 박석민은 사과문을 통해 지인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자 구단에 관련 내용을 알렸고, 방역 당국의 조사에도 충실히 따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역학 조사를 담당했던 강남구청의 말은 다르다. 박석민 등 확진 선수 3명이 동선을 숨겼다며 경찰에 고발했고, NC 선수단과 호텔 관계자들을 상대로 추가 방역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박민우는 음성 판정을 받아 고발 대상에서는 제외됐다. 이번 일로 박민우는 도쿄올림픽 국가대표 자격을 반납하기로 했다. NC는 사실관계가 명확해질 때까지 김종문 단장의 직무를 배제하기로 했다.

이득·손해 보는 팀 극명하게 갈렸다

7월 들어 패배를 몰랐던 KIA는 리그 중단이 아쉽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최근 6경기 연속 승수를 쌓으며 7월 승률 100%를 자랑한 KIA. 5,6월 부진을 거듭하다 모처럼 탄 상승세라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을 터. 특히 세부 지표가 눈에 띄게 좋아 순연된 일주일 경기에서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었다. KIA의 7월 팀 평균자책점은 2.09로, 2위 삼성(3.19)에 1점 이상 앞선 1위다. ‘외국인 투수’ 브룩스가 돌아온 선발진의 평균자책점은 고작 1.41에 불과하다.

타선도 터졌다. 7월 팀 타율 2할9푼4리를 자랑했다. 이는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높은 기록이다.

투타 밸런스가 드디어 맞아들어가기 시작하던 무렵. 꼴찌 수모에서 벗어나 8위 롯데 뒤를 맹추격하던 KIA의 동력은 야구의 시계가 잠시 멈추면서 잃은 셈이 됐다.

KT 입장에선 승수 쌓을 기회가 사라졌다. 지난 3월말 마련된 2021 KBO 코로나19 통합 대응 매뉴얼에 따르면 NC와 두산은 2군 선수들을 콜업 해 예정된 경기를 소화해야 했다. 2군 선수들로 빈자리를 채우면 NC와 두산 경기 결과는 뻔하다. 1승 하나가 순위를 좌우하는 만큼 NC와 두산 입장에서 부족한 전력으로 경기를 치르는 것은 손해다. 이때문에 두 팀은 매뉴얼을 따르기보단 실행위원회와 이사회에서 리그 중단을 요구했고, KBO는 매뉴얼을 손질하면서까지 리그를 멈춰 세웠다.

다만 KT는 이사회에서 리그를 중단하는 쪽으로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의 이익보다 리그 전체의 정상적인 운영이 중요하다는 KT 수뇌부의 견해다.

KBO “리그 정상 완주에 최선”…불가능론↑

지난 시즌 코로나19 때문에 개막이 늦어진 적은 있어도 리그가 멈춘 적은 없었다. 후반기 빡빡한 일정 부담, 여기에 재발하지 말란 법 없는 야구계 코로나 사태 등을 미뤄보면 팀 당 144경기 정상 완주에 대한 우려는 커진다.

KBO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한 시즌 720경기를 정상 개최하겠다”며 시즌 축소 가능성을 일축시켰다. 경제적인 부분까지 얽힌 까닭에 완주 의지는 확고하다. 문제는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란 것이다. 후반기 정상 진행이 가능할지는 그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NC·두산 사태처럼 불현듯 바이러스가 야구계를 덮칠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다. 이번에 순연된 30경기까지 더해지면서 전반기 동안 총 101경기가 치러지지 못했다. 10개 구단으로 나눠 계산하면 팀 당 64~70경기가 남아있는 것. 11월 안으로 포스트시즌까지 일정을 다 마쳐야 하는데, 불가능 시각이 나올 정도로 빠듯한 일정이다.

KBO는 리그 중단 결정을 전하면서 향후 구단 당 1군 엔트리 기준 선수(코칭스태프 제외) 50% 이상이 확진 및 자가격리 대상자가 될 경우 2주간 해당 경기를 순연하기로 했다. 후반기엔 2연전을 치르는 일정이 끼어있어 구간 간 접촉이 전반기보다 더 잦아 감염 위험성은 더 올라갈 수밖에 없다. 정상 완주 목표가 힘을 받기엔 상황이 여의치 않는 게 사실이다.



노진주 스포츠한국 기자 jinju217@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