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TSMC를 흡수한다면?

대만해협 지나는 미국 해군 구축함 벤 폴드함 (사진=연합뉴스 )
[주간한국 박병우 기자] 최근 대만해협 주변에서 벌어지는 중국의 무력 시위에 대해 전쟁의 전조라는 판단과 허황한 과대평가란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또한, 미국의 전략적 모호성이 군사적 긴장감을 고조하고 있다는 일부의 비판에 대해서는 되레 서로를 자극하지 않는 최후의 정책일 수 있다는 다양한 평가들이 맞서고 있다.

미국의 외교 전문지 포린어페어는 ‘대만의 유혹; 왜 베이징이 무력에 의존하는가’란 제목의 기사에서 중국이 대만을 차지하려는 것은 ‘환상’이 아닌 ‘현실적 가능성’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 잡지의 지적을 떠나, 아시아의 관련국부터 주요2개국 G2(미·중), 그리고 월가의 돈까지 모두가 대만해협 관련 뉴스를 소홀히 넘기지 않고 있다.

과거의 중동처럼 이제는 대만해협이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지역이다. 중국 전투기와 정찰기는 툭하면 대만해협을 비행하고 방공식별구역을 침범한다. 작년에만 380차례 침범해 하루 한 차례 이상을 넘어섰다. 중국 군함들은 무력시위를 벌이며 평화선인 중간선을 넘어 위협한다. 최근엔 상륙작전을 위한 강습상륙함까지 전개됐다.

군사 전문가들은 중국이 미국이 대만을 구출할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고 이 섬을 합병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하고 있다고 포린어페어는 전했다. 미군의 고위 지휘관들은 중국이 향후 6년 안에 침략을 감행할 수 있다고 말한다. 워싱턴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정치적 유산으로 대만을 확보하려 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또한 전쟁 경고론자들의 지적은 중국 경제의 자립도가 높아지고 수출에서 내수 의존으로 옮기면서 통일 비용을 기꺼이 수용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대만과 통일해 완벽한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추측한다. 특히 중국이 세계 최고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 TSMC를 노리고 있다는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다.

리처드 하스 미국외교협회(CFR) 회장 등 워싱턴의 강경파는 대만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이 갈등을 키우고 있다면서 이를 종식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략적 모호성은 대만해협의 안정을 유지해 온 미국의 정책 기조다.

미국이 유사시 대만을 방어하겠다고 공언하면 대만은 생존 공간을 확대할 것이고, 중국은 반발하면서 대만에 압력을 가할 수밖에 없다. 반면 미국이 방어하지 않겠다고 공언하면 결국 대만은 중국의 손아귀에 들어간다. 이 딜레마를 해결하는 방안이 바로 모호성이다. 1979년 1월 미·중 수교 이후 중국과 대만의 양안(兩岸) 관계를 다루는 미국의 기본 정책이다.

전쟁이 임박해지고 있다는 등의 강경론에 대한 반박도 뜨겁다. 긴장감과 온갖 시나리오들이 가세하고 있음에도 아직까지 총성 한 번 울리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미·중 그리고 당사자인 대만이 최후의 선을 넘지 않고 있는 것이 결정적 단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로 넘지 않는 균형과 자제의 전략이 작동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우선 중국은 대만해협과 관련해 거친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잦은 군사적 압박을 통해 대만의 독립을 막겠다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또한 미국이 ‘하나의 중국’ 정책을 재조정하는 것에 대해 맞서기 위한 외교적 대응으로 국한해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엘리너 올콧 TS롬바르드 정치 분석가는 “중국이 대만의 TSMC를 가져가 공급망 구축으로 미국을 제압하겠다는 시나리오는 반도체 산업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출발했다”라고 지적했다. 만약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된다면 일본업체는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화학물질·첨단 기계 판매를 중단할 것이라고 올콧은 설명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반도체 디자인 소프트웨어의 납품 취소로 보복에 나설 것이다.

이처럼 반도체의 업스트림을 막아버리면 TSMC를 보유해 공급망 구축을 해도 가동 자체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올콧은 내년 20차 중국 당대회 등 여러 정치 일정과 당주석제 부활 등을 꾀하고 있는 시 주석이 미국과 충돌이 뻔한 대만과의 통일 문제를 최우선 목표에 배치하지 않을 것으로 관측했다.

국제 외교가는 시 주석이 과거 마오쩌둥의 절대 권좌로 상징되는 ‘당 주석’ 제도의 복원을 노리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다만 전쟁위험이 과장된 측면이 있으나 평화 상태 역시 취약한 상태인 점은 맞다.

대만에 대한 비공식적 지지를 노골화하는 일본의 지위도 힘의 균형을 맞춰주고 있다. 관련국들이 마지막 선을 넘지 않으며 최악의 상황을 관리하고 있다고 올콧은 지적했다. 미국은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며 대만이 미국의 보호 아래 독립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공식적인 지지 견해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진보 세력 ‘범록 연맹’의 독립 관련 공식 요구를 거절하고 있다.

올콧은 “이 두 개의 선이 지켜지는 한 중국의 침공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베이징은 직접적인 침공 수준에 훨씬 못 미치더라도 지속해서 대만의 방어력 시험을 검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박병우 기자 pbw@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