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한국 박병우 기자] 지난달 미국의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상승률이 전년 대비 3.5% 올라 30년 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근원 PCE 가격지수는 연준이 가장 중요시하는 물가 지표이다. 이에 대해,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경제 활동이 재개된 가운데 공급 병목이 지속하면서 나타나는 일시적 고물가 현상이라는 주장을 지속했다.

한편 이런 고물가 압력이 여전한 가운데 지난 주말 미국의 10년물 물가연동국채(TIPS) 수익률은 마이너스 (-)1.15%까지 밀려났다.

이는 1997년 이후 가장 낮은 실질 수익률이다. 마이너스 실질 수익률이 의미하는 것은 투자자들이 점점 향후 성장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는 뜻이다. 월가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델타 변이 환자가 폭증하면서 금융시장 전반적으로 안전 선호 심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처럼 저성장·고물가에 대한 불안감은 금융시장에 스태그플레이션의 공포감을 자극하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은 경기침체를 의미하는 스태그네이션(stagnation)과 물가 상승을 의미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이다. 지난 1970년대에 한 번 경험한 바 있다.

여기서 초점은 마이너스 1% 이하로 뚝 떨어진 미국의 만기 10년물 물가연동국채 수익률이 실제로 저성장을 예고하는 것인지가 관건이다.

이와 관련해, 글로벌 분석기관 BCA리서치는 “지난 6월 15~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하락한 10년물 물가연동국채(TIPS) 낙폭이 40bp(1bp=0.01%P)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2일 지적했다. BCA는 이어 “6월 FOMC에서 성장률과 인플레이션이 수정되면서 인플레이션 보상 원가도 약 6bp가량 올랐다”고 설명했다.

인플레이션 보상 원가의 상승은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과 같은 뜻이다. 시장 주체들의 물가 상승률 전망을 의미하는 ‘기대 인플레이션’은 명목 국채수익률에서 동일 만기의 물가 국채 수익률을 빼서 산출한다.

따라서 명목 국채수익률 하락과 기대 인플레이션의 상승이 결합해 TIPS 수익률이 하락한 것으로 BCA는 진단했다. 특히, 연준이 양적 완화 시 TIPS를 집중적으로 사들인 점도 실질 수익률(TIPS 수익률) 하락에 크게 일조했다. 게다가, TIPS에 주력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자금이 몰리면서 채권 물량이 부족한 점도 수익률 하락을 부채질한 것으로 BCA는 추정했다.

다만, 최근 증시에서 벌어지는 경기회복의 변동성이 채권시장에 투영될 수 있다. 그러나 BCA는 투자자들이 TIPS의 마이너스 수익률에서 풍기는 스태그플레이션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가을을 전후해 견고한 경제 지표들이 쏟아지면서 명목·실질 수익률 모두 상승세를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명목 국채는 만기가 짧은 쪽으로 보유채권을 정리하고, 물가채는 보유시 기준치에 맞춘 만기를 추천했다.

( 출처=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




박병우 기자 pbw@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