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서 정치·경제 현안 이해 부족 드러나

대선 출마를 선언하는 최재형 전 감사원장. (사진=연합뉴스)
[주간한국 이재형 기자]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21대 대선 출마를 선언한 공개 석상에서 국정에 대한 다수 질문에 답을 못해 정치 활동을 감당할 준비가 부족하다는 인상을 남겼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4일 온라인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 대선 출마 의사와 정권 교체의 필요성 등 주장을 천명했다. 최 전 원장은 “자유와 번영을 누리며 정의가 바로 세워진 나라, 국민이 마음껏 실력을 펼칠 수 있는 '마음껏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공교육 정상화와 연금제도 개혁, 탈원전 정책 전면 재검토, 북한 개혁·개방 통해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 등 목표도 이를 위한 공약으로 제시했다.

최 전 원장이 출마를 공식화한 건 그가 감사원장에서 물러난 지난 6월 28일에서 32일만의 일이다. 이날 기자들은 외교, 안보, 경제, 산업 등 분야에서 총 19개 질문을 던졌으나 최 전 원장은 이중 7개 질문에서 응답을 회피하거나 “고민해보겠다” “공부하겠다”며 얼버무리는 모습을 보였다.

최 전 원장은 중대재해법, 공정경제 3법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중대재해법은 과도하게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고 책임 범위를 지나치게 확장한 법률이다”라고 한 후 “다른 법에 대해서는 제가 공부가 부족하다. 앞으로 열심히 공부해서 문제점이 뭔지 여러분께 말씀드리겠다”며 넘어갔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정책을 생각한 게 있냐'는 질문에는 방안을 내놓지 않고 “사회적 약자에 대해 정확히 파악해보고 그들을 돕기 위한 충분한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해보겠다”고 했다.

북핵 등 한반도 위기를 극복할 구체적인 로드맵을 묻는 질문에선 “정치에 입문한 지 얼마 안 돼 말씀드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실질적인 관계 개선, 북한의 비핵화, 한반도 평화의 정착을 위한 만남이라면 (북한 지도부와) 언제 어디든 만나 논의할 생각이다”라는 원론적 답변에 그쳤다.

연거푸 답변이 미진하자 '아직 준비가 안됐는데 출마 선언하시는 것 아니냐'는 질문마저 나왔다. 최 전 원장은 “정치를 꼭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감사원장을 사퇴한 것은 아니었다. 기대하시는 만큼 국정 전반과 정책에 대한 준비가 안 돼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제가 인정하고 앞으로 더욱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재형 기자 silentroc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