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호 객원기자 칼럼] ‘소멸 위험지역’에 대한 근본적 대책 시급
정인호 객원기자 yourinho@naver.com 기사입력 2021-08-20 16:57:10
  • 부산·울산·경남을 동남권 메가시티로 묶는 사업을 추진하는 ‘부울경 특별지방자치단 합동추진단’이 지난달 29일 오후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개소식을 열고 본격적인 업무에 돌입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한국고용정보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226개 시·군·구 가운데 42%가 ‘소멸 위험지역’이라고 한다. 2014년 79곳에서 빠르게 늘어 지난해에는 105곳에 이르렀다. 소멸 위험지수는 한 지역의 20~39세 여성 인구를 65세 이상 인구로 나눈 값이다. 지수 값이 0.5 미만이면 인구감소가 불가피한 ‘소멸위험진입 단계’로 분류된다.

이것은 반드시 지방 소규모 시·군·구에만 해당되는 현실이 아니다. 감사원이 보건복지부 등을 대상으로 저출산·고령화 대책과 인구구조변화 대응실태를 감사한 결과에 따르면 광역시·도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됐다. 2017년 대비 2047년 인구가 전국 13개 광역시·도에서 500만 명이 감소한다고 한다.

바야흐로 한국도 지방소멸을 걱정할 단계에 접어든 것이다. 아직 인구의 절대규모가 감소하지 않은 시점에서 지방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것은 인구의 수도권집중현상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수도권 인구유입은 지난해에만 8만 8000명에 이르렀는데, 특히 청년층인 20~30대 비중이 높았다. 일자리가 가장 큰 유인임은 명백하다.

인구가 빠져나가니 세금 낼 사람이 줄어들고 따라서 인프라 및 생활여건은 더욱 나빠진다. 악순환 고리에 빠져드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한계마을이라고 불리는 농어촌 읍·면 지역에서 시작해 점차 광역시로 확산된다. 블랙홀처럼 모든 인구를 수도권에서 빨아들이는 것이다.

정부에서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2023년까지 지방소비세를 4.3% 포인트 인상해 4조 원 규모 재원을 확보할 예정이다. 낙후지역 인프라 개선을 위해 1조 원 규모 지방소멸대응기금을 내년에 신설한다. 또 연간 60조 원에 달하는 교부세를 인구소멸 위기 지역 등에 집중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것이 근본적인 지방소멸 대응책이 될 수 있을 것인지는 매우 의문스럽다.

저출산·고령화 추세는 선진국에서 공통된 현상이지만 수도권집중과 지방소멸은 특히 우리와 유사한 환경을 가진 일본에서 심각하다. 일본에서는 2008년을 기점으로 인구의 절대규모가 감소하고 있고 도쿄를 중심으로 하는 수도권으로 인구가 집중되는 현상이 맞물려 지방소멸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정부는 2014년 ‘마을·사람·일자리 창생 종합전략’을 마련해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기본적인 개념은 지방에 사람들이 모여들게 하고 그들이 일자리를 만들어 마을을 유지하는 흐름을 유도하는 것이다. 사람과 일자리 선순환이 목표이다.

이를 위해 일본정부는 도쿄 23구의 대학 정원 억제, 기업의 본사기능 지방이전을 위한 세제 개편 등을 추진하고 있다. 지방차원에서는 거점 기업을 육성하고 지방 전통산업을 계승한다는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얼마나 효과를 거두는지는 아직 알려진 바 없다.

한국이 대응에 나선 시점이 늦은 것은 아니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3년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을 제정해 수도권 공공기관 345개 중 175개를 혁신도시 등 지방으로 이전한다는 계획을 수립했고 2019년까지 153개 기관의 지방이전을 완료했다. 세종 행정복합도시를 만들어 중앙부처의 상당수도 지방으로 이전했다.

하지만 이후로는 그러한 추세에 제동이 걸리고 오히려 역방향의 움직임이 가속화됐다.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의거해 수도권과 비수도권 격차를 줄이기 위해 만들어진 균형발전예산은 오히려 수도권 교통확충사업 등에 집중적으로 사용되는 모순이 나타났다. 그 왜곡된 결과가 서울과 수도권 부동산가격 폭등이라는 형태로 나타난 것이다.

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1차적으로는 수도권으로의 인구흡수를 막을 지방거점 도시를 육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수도권과의 경쟁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거점도시 간 네트워크를 통해 규모를 키울 필요가 있다. 거점도시를 중심으로 소도시와 농어촌을 연계하는 교통망을 구축하고 자체적인 산업을 육성함으로써 자족기능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최근에 이와 관련해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부울경’ 메가시티 프로젝트다. 이는 부산·울산·경남을 하나의 경제권으로 해 수도권과 경쟁할 수 있는 발전 축으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부산, 울산, 창원, 진주를 4개 거점도시로 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해 중소도시와 농어촌을 연결한다.

광역교통망을 구축해 해당 지역을 1시간 생활권으로 편입하고 지역 먹거리의 생산·유통·소비 안정적 체계를 구축한다. 수소경제 등 자체적인 신사업을 발굴해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것이 대체적인 계획이다.

이 계획은 이제 첫발을 뗀 것으로 아직 성공여부를 장담할 수 없으나 일단 방향은 맞는 것으로 보인다. 부울경이 수도권에 이어 제2의 경제력을 가진 권역이므로 가능한 발상이기도 하다.

그렇지 못한 다른 지역의 경우에도 가급적 거점도시를 중심으로 광역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그러한 예로서 행정비용을 줄일 뿐만 아니라 인프라구축과 지역산업육성에 유리하다. 향후 이렇게 전국을 몇 개의 광역권으로 묶는 작업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규모가 작은 자치단체의 경우에는 콤팩트 시티 구축을 고려해볼 만하다. 콤팩트한 거점 사이를 교통과 정보네트워크로 연결함으로써 행정, 의료, 유통 등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제공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그러한 시설을 시가지에 집중시키고 그곳과 주변부를 연결하는 교통망을 편리하게 재구축한다. 또 그러한 시설에 대한 공간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최대한으로 제공한다.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서는 자체적인 인구 재생산이 이뤄져야 하므로 20~39세 여성이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들이 결혼해서 살기 좋은 출산·양육 환경뿐만 아니라 여가·문화 환경이 갖춰져야 하며 또한 일자리도 제공돼야 한다. 이 단계까지 이르러야 지방소멸 흐름을 되돌릴 수 있을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현안에 매달리다 보면 정작 중요한 사안에 대해 소홀하거나 눈을 감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국토 불균형발전, 지방소멸과 같은 근본적인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될 수 없다. 이번 대선에서 이 문제 해결을 공약으로 내세우는 후보가 많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정인호 객원기자 yourinho@naver.com

● 정인호 객원기자 프로필

▲캘리포니아 주립대 데이비스 캠퍼스 경제학 박사 ▲KT경제경영연구소 IT정책연구담당(상무보) ▲KT그룹컨설팅지원실 이사 ▲건국대 경제학과 겸임교수 등을 지낸 경제 및 IT정책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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