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와 레전드 웹툰 그리고 배우 정해인(33), 구교환(39)이 뭉쳤다. 올 하반기 넷플릭스 최고 기대작 ‘D.P.’(김보통o한준희 극본, 한준희 연출)가 드디어 전 세계 190여 개국 시청자들과 만났다.

정해인·구교환.넷플릭스

8월 27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디피)는 6부작으로, 탈영병들을 잡는 군무 이탈 체포조(Deserter Pursuit) 준호(정해인)와 호열(구교환)이 다양한 사연을 가진 이들을 쫓으며 미처 알지 못했던 현실을 마주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앞서 암 환자의 일상을 따뜻하고 담담하게 그려낸 웹툰 ‘아만자’로 문체부 주관 한국 최고의 만화상 ‘오늘의 우리 만화상’을 수상하며 데뷔하자마자 크게 주목받은 김보통 작가의 웹툰 ‘D.P-개의 날’을 원작으로 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재탄생한 ‘D.P.’의 연출은 장편영화 데뷔작 ‘차이나타운’(2015)으로 제68회 칸 국제영화제 비평가 주간에 초청받으며 충무로에 파란을 일으켰던 한준희 감독이 맡았다. 각본은 한 감독과 원작자 김보통 작가가 공동 작업했다.

이들은 ‘군인 잡는 군인’의 시선에서 탈영병을 추적해가는 과정의 장르적 재미와 탈영병들의 상처 등 평범하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우리 주변의 이야기를 그린다.

한 감독은 25일 오전 진행된 ‘D.P.’의 온라인 제작발표회에서 “탈영병들을 잡기 위해 나서는 군무 이탈 체포 조, 사복 헌병에 대한 이야기다. 첫 작품 이후 정말 긴 시간 동안 하고 싶던 이야기였는데 드디어 기회가 닿았다”며 “20대 초반의 청년들은 누구나 군대에 가지 않나. 그래서 많은 사람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고 나아가 사회적 함의도 다뤄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고 기획 배경을 밝혔다.

원작과의 차별점으로는 ‘확장성’을 꼽았다. 한 감독은 “원작이 가진 사회적 함의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원작은 좀 더 건조하고 어두운 르포 같은데 저희는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췄다. 또 김보통 작가님의 결을 어떻게 이식할지 고민했다”며 “안준호의 계급도 달라졌다.

원작에선 상병이었는데 ‘D.P.’에선 이병이다. 처음부터 시청자들과 함께 이야기에 진입할 수 있게 유도하기 위해 이병으로 각색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부드러운 이미지를 벗은 정해인의 새로운 얼굴이 기대를 모은다. 그가 연기한 안준호는 남다른 눈썰미와 권투를 했던 이력으로 군무 이탈 체포조로 차출된 이후 탈영병을 찾아다니며 성장해 가는 인물이다. 정해인은 촬영 3개월 전부터 복싱을 연습한 것은 물론, 계속 변모하는 안준호의 입체적인 내면을 단단하게 구현했다.

정해인.넷플릭스

정해인은 “준호는 복싱을 했던 친구다. 감독님께서 생생하게 원테이크로 찍는 걸 원하셔서 대역이 들어갈 컷이 없더라. 그래서 복싱 연습을 열심히 했다”며 “이병 안준호의 이야기로 시작하니까 원작에서 궁금했던 부분들이 해소될 수도 있다.

어떻게 보면 프리퀄 같기도 하다. 사회에서 군대라는 또 다른 사회로 들어가는 과정이 섬세하게 그려져 많은 분들이 이입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최근 영화 ‘반도’(2020), ‘모가디슈’(2021) 등 굵직한 흥행작을 이끌며 대세로 자리 잡은 구교환은 D.P.조 조장 한호열로 분했다. 구교환은 “(호열은) 준호 곁을 떠도는 위성 같은 존재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연기하다보니 둘이 행성이 된 기분이었다”는 소감을 전했다.

두 사람이 연기한 준호와 호열은 사라진 탈영병의 행적을 쫓아 전국을 누빈다. PC방, 길거리 등 장소를 가리지 않는 잠복은 물론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끼니를 해결한다. 갓 입대하자마자 D.P.에 차출된 준호는 남다른 추리력으로 탈영병 추적에 재능을 보이기 시작한다. 상병 호열은 여유로운 태도로 준호와 상반된 매력을 보여준다. 탈영병이 남긴 작은 흔적을 찾아다니는 두 사람의 콤비 플레이가 ‘D.P.’의 매력 포인트다.

한 감독은 “준호는 소년 같고, 호열 역시 청년 같지만 여전히 성장 중인 인물이다. 이들을 연기하는 정해인과 구교환이 만들어내는 재미가 있었다. 두 배우가 굉장히 다른 연기 스타일을 갖고 있는데 그게 충돌하면서 흥미로운 케미가 보였다”고 말했다.

준호와 호열은 에피소드마다 다양한 탈영병들의 이야기를 마주하고 때론 공감하고 때론 분노하며 성장한다. 한 감독이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라고 정의한 것처럼, 탈영병이라는 흔치 않은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결국 나와 내 주변의 누군가가 겪은 현실과 맞닿아 있기에 여운이 깊다.

이처럼 현실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에피소드를 위해 제작진이 공들인 건 세트장이었다. 특히 부대 내무반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사실적인 세트장 분위기에 출연진들은 카메라 앞에서 실제 관등성명을 대는 NG를 낸 적도 있다는 후문이다.

정해인은 “제작진이 세트장을 극사실주의로 만들어주셨다. 처음 군복 입고 들어갔을 때 너무 실감나서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다시 훈련받는 느낌이라 아찔했다. 긴장해서 ‘이병 정해인!’이라고 외치는 바람에 NG가 났다”고 웃었다.

한 감독은 “이 작품을 보면 저뿐만 아니라 많은 군필자 분들이 본인들의 경험을 떠올리게 될 것 같다. ‘나 땐 안 그랬는데 지금은 그래?’ 하실 수도 있다.

군대엔 여러 가지 면이 있고 어두운 면도 있지 않나. 작가님이 최초에 의도하신 바도 그렇고 ‘우리가 보지 않았다고 해서 없었던 일이 아니다’라는 이야기를 직시하고 싶었다. 그게 가능하도록 함께 해준 배우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조은애 스포츠한국 기자 eun@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