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부고발 의혹 ‘일파만파’…경선 정국 ‘윤석열 게이트’ 터져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국민의힘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의 이른바 ‘청부고발’ 의혹이 정치권을 강타했다. 윤 전 총장 측은 “희대의 정치공작으로, 어떤 배후가 있는지 밝혀야 한다”고 반발했다. 여권은 ‘윤석열 게이트’로 규정하면서 맹공을 퍼붓고 있고 야권 대선주자들도 이 의혹에 대해 윤 후보의 명확한 해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관련 의혹이 불거지자 대검찰청 감찰부에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검찰 전체의 명예가 걸린 사안”이라며 “가능한 한 신속히 조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서 인터넷 언론사 뉴스버스는 지난 2일 윤 전 총장이 검찰총장으로 재임하던 지난해 4월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 후보이던 김웅 의원에게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최강욱·황희석 당시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 등의 이름을 넣은 고발장을 전달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고발장, 누가 만들어 누구에게 전달했나

한마디로 윤 전 총장이 검찰 조직을 동원해 범여권 정치인과 MBC 기자를 포함한 언론인을 상대로 형사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대검찰청의 특정 부서가 직접 고발장을 작성했고 이걸 당시 미래통합당의 국회의원 후보였던 검사 출신 김 의원한테 전달해 야당이 고발하도록 했다는 것이 요지다.

뉴스버스가 지난 2일 보도한 고발장 양식 문건에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유 이사장과 범여권 정치인 3명이 고발 대상자로 적혀 있다. 당시 윤 전 총장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이 연루된 의심을 받는 채널A 기자의 협박성 취재 의혹 보도에 이들이 개입했다는 내용이다.

특히 이 보도에 나섰던 MBC 기자 5명과 윤 후보 부인 김건희 씨의 주가조작 의혹을 제기한 뉴스타파 취재진 등도 피고발인에 포함됐다. 뉴스버스는 이 고발장이 21대 총선 직전인 지난해 4월 3일 김 의원 측에 전달됐다고 보도했다. 고발에 나설 경우 대검 공공수사부장에게 보내라고 수신자까지 적혀 있는 반면 정작 고발인 난은 비어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는 고발인 이름만 넣어 그대로 수사기관에 접수하도록 누군가 만들어 전달한 걸로 의심되는 대목으로 김 의원 측에 이 문건을 건넨 걸로 지목된 사람은 손준성 당시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이다.

이 자리는 검찰총장의 눈과 귀 역할을 하면서 수사 관련 정보 등을 전달하는 업무의 특성상 총장의 ‘복심’이라 불리는 최측근이 등용된다. 총장을 보좌하는 대검 주요 간부가 총선 직전 야당 인사를 통해 여권 정치인과 언론인들을 고발하라고 사주했다는 것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그 후폭풍은 쉽게 감당하기가 어렵다.

뉴스버스 보도에 따르면 손 검사는 고발장뿐만 아니라 윤 전 총장 관련 의혹을 제보한 제보자의 과거 범죄 판결문과 정치인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게시물 등 고발 참고 자료까지 정리해 야당 측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총장 측은 지난 2일 검찰이 야당에 여권 인사들의 고발을 사주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이를 공식 부인했다. 윤 전 총장 캠프 공보실은 “윤 후보는 검찰총장 재직 중 어느 누구에 대해서도 고발을 사주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언론에 공지했다.

김병민 윤석열 캠프 대변인은 별도 논평에서 해당 보도에 대해 “명백히 허위보도이고 날조”라며 “경선을 앞두고 윤 후보를 흠집 내려는 음모이자 정치공작의 소산으로 뉴스버스는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손준성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과 김웅 의원 모두 보도 내용을 부인하고 있고 실제 고발이 이뤄진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또 “실체도 불분명한 고발장을 가지고 윤 총장이 연루된 것처럼 보도한 것과 관련해 배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민주당이 보도를 즉각 활용해 윤 후보에게 정치 공세를 펴는 것이 수상한 만큼, 배후 세력이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고 반박했다.

與 “명백한 정치개입” 맹공…국민의힘 대권 주자들도 합세

윤 전 총장 측의 청부고발 의혹 보도가 나오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여권은 이번 의혹을 윤석열 게이트로 규정, 쟁점화를 시도했고 윤 후보를 추격하는 야권 주자들도 일제히 날을 세우고 있다.

여권은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 전 총장을 향해 “고발사주를 통한 명백한 정치 개입”이라며 맹공을 퍼부었다. 김진욱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의혹 제기만으로도 엄중한 사안”이라며 “당시 윤석열 검찰이 정치인과 언론인에 대해 고발을 사주하는 행위가 있었다면 이는 정치공작”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대권 주자들도 일제히 윤 후보를 공격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페이스북에서 “만일 사실이라면 검찰의 노골적 정치개입이고 명백한 쿠데타 시도”라며 “국정조사든 공수처 수사든 모든 수단을 동원해 진실을 명명백백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낙연 전 대표도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국가 사정기관을 시정잡배 수준으로 끌어내렸다”며 “윤 전 총장의 보복수사와 검찰권 사유화 의혹사건”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대권 주자들도 이에 가세했다. 홍준표 의원은 기자간담회에서 “검찰총장 양해 없이 가능하지 않고 설령 총장이 양해하지 않았다면 그것도 좀 어불성설”이라며 “윤 후보가 직접 밝혀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장성민 전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만일 의혹이 사실이라면 윤 전 총장은 즉각 후보직을 사퇴하고 정계를 떠나야 한다”고 압박했다.

반면 그동안 윤 전 총장과 다방면에서 각을 세우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3일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해 “당무감사를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그 시작점을 만들기 위해 구체적인 언론보도가 나오는 것이 좋겠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문제의 문건이 지난해 4월 총선 당시 송파갑 후보였던 김 의원에게 전달됐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김 의원 본인이 문건을 이첩받았는지 불확실하게 답변하고 있다”며 “그런 부분도 당무감사를 통해 파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 법률지원단에 계신 분들도 이 사건을 기억하지 못한다”며 “그 부분을 더 엄격하게 당무감사에서 밝혀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 대표는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관계만으로는 여러 가지를 단언하기 어렵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윤 전 총장도 직접 입을 열었다. 그는 이날 서울 종로구 기독교회관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관련 의혹에 대해 “상식에 맞지 않다”고 부인하면서 “고발한다고 수사를 했겠나. (증거가) 있으면 대라”고 추가 증거 공개를 요구했다.

검찰 진상조사 이어 법무부도 감찰 여부 검토

검찰이 진상조사에 들어간 가운데 박 장관은 지난 3일 “개인적으로 검토를 해봤는데 이 사건은 여러 법리 검토 필요성이 있고 법무부가 접근 가능한 범위 내에서 사실확인도 필요한 것 같다”며 “현재 감찰관실이 검토 중으로, 이는 감찰이 필요한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장관은 야당 측에 고발장을 건넨 당사자로 지목된 손 검사가 해당 업무를 계속하는 것에 대한 지적에 대해 “그래서 신속히 확인할 필요가 있는 것”이라며 “의혹 사건을 보도한 매체가 추가 보도를 할 예정이라고 했는데, 이 진상규명에 협조하는 차원에서 혹시 보도할 것이 있으면 빠른 보도를 좀 부탁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실제로 뉴스버스 측은 지난 2일 “고발 사주가 윤 전 총장 지시 하에 이뤄졌다 볼 수 있는 정황이 있다”고 거듭 강조한 바 있다. 뉴스버스 발행인인 이진동 기자는 이날 TBS 라디오에 나와 고발장의 명예훼손 피해자로 적시된 윤 전 총장의 부인 김건희 씨 등에게 직접 확인이 필요한 내용이 고발장에 들어있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 기자는 “고발장에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돼 있는데, 이를 알려면 김 씨 확인이 필요하지 않았겠나”라며 “이는 최소한 김 씨나 윤 전 총장과 상의하고 고발이 이뤄진 정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발인 실명이 들어간 판결문까지 증거 자료로 넘겨졌다”며 검찰이 아니면 작성하기 어려운 내용이 고발장에 들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기자는 “고발장에 들어간 내용들을 분석하는 기사들이 예정돼 있다”며 “이를 보면 외부의 제3자가 고발장을 작성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알 것”이라고 언급해 조만간 후속 보도가 이어질 것임을 시사했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홍준표 의원. (사진=연합뉴스 제공)
尹과 오차범위 내 접전 중인 홍준표…급등세 더 이어지나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구도에서 1위를 달리는 윤 전 총장을 바짝 추격하고 있는 홍준표 의원의 상승세가 가파르다. 홍 의원은 ‘보수 진영 대선후보 적합도’에서 상승세를 이어간 끝에 윤 전 총장과 불과 3% 포인트 차 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4개 여론조사업체가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1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 홍 의원은 19%를 기록해 2위를 차지했다. 22%로 1위를 기록한 윤 전 총장과는 오차범위 내까지 추격한 것이다. 지난달 16~18일 실시된 같은 문항의 조사와 비교해 홍 의원은 7% 포인트 상승세를 보인 반면 윤 전 총장은 3% 포인트 감소했다.

전체 응답자 가운데 국민의힘을 지지한다고 밝힌 이들만 대상으로 할 경우 윤 전 총장 지지율은 37%, 홍 의원은 21%였다. 반면 민주당 지지자라고 응답한 이들로 한정하면 홍 의원 23%, 유승민 전 의원 15%에 이어 윤 전 총장은 5%에 불과했다(4개 기관 합동 전국지표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여권이 이번 의혹을 윤석열 게이트로 규정하고 공세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향후 청부고발 의혹의 진상이 어떻게 밝혀지느냐에 따라 후보 구도의 판세가 완전히 뒤집힐 가능성이 높아졌다. 윤 전 총장도 이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해 총력을 다해 방어전을 펼칠 것이지만 추가적인 의혹들이 계속 쏟아질 경우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여론조사에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홍 의원은 지난 2일 울산시당 간담회에서 “이번 의혹에 대해 윤 후보가 직접 해명하는 것이 맞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히 홍 의원은 윤 후보가 검사 재직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안에서 꺼냈던 ‘묵시적 청탁설’을 언급했다.

홍 의원은 “윤 후보가 검사 시절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을 공범으로 묶을 때 묵시적 청탁설로 묶었다”면서 “수사기록상 봐달라고 이 부회장이 요청한 건 없는데 그걸 묵시적 청탁설로 공소 사실에 넣었고 대법원 판결까지 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후보가 이번 의혹에 대해 몰랐다고 하면 곤란하다”며 “그 이론대로 하면 ‘묵시적 지시설’이 된다”고 덧붙였다. 윤 전 총장 입장에서는 가장 뼈아픈 지적이 이 대목일 수 있다.

송철호 기자 ·이재형 기자



송철호 기자·이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