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전초전이었던 프로배구대회(코보컵)가 지난달 29일 막을 내렸다. 여자부에선 지난 시즌 V리그 최하위였던 현대건설이 2년 만에 왕좌를 탈환했고, 남자부에선 6년 만에 우리카드가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선수는 정지윤(20·현대건설)이다. 도쿄올림픽에서 ‘경험’을 수확하고 컵대회에 나선 정지윤은 GS칼텍스와의 결승전에서 양 팀 최다인 17득점을 올리며 맹활약했다. 최우수선수(MVP) 영광은 덤이었다. 경기 내내 정지윤은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를 했다. 내로라하는 선수들만 밟는다는 올림픽에 출전해 자신감을 장착한 정지윤은 무서울 정도로 강했다.

정지윤(20·현대건설).스포츠코리아

자신감 얻을 수밖에 없었던 올림픽

도쿄올림픽에 출전했던 한국 여자배구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 아쉽게 1976년 몬트리올 대회 동메달 이후 45년 만의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값진 4위를 차지했다.

올림픽 바로 직전 실력 하나만큼은 출중했던 ‘쌍둥이 자매’ 이다영·이재영의 ‘학교 폭력’ 논란에 따른 이탈에 레프트 강소휘까지 부상으로 합류가 불발되면서 한국의 팀 전력은 크게 악화됐었다.

8강 문턱도 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4강 신화’였다. 조별리그에서 ‘숙적’ 일본을 3-2로 물리치는 짜릿한 승부로 8강행을 확정한 뒤 8강에선 ‘강호’ 터키를 접전 끝에 물리쳤다.

8강에서 터키, 그리고 4강에서 브라질을 연달아 만난 한국 선수들은 그간 V-리그 수준하곤 차원이 다른 코트를 경험했다. ‘세계적인 배구 선수’ 김연경(상하이 브라이트 유베스트)이 상대의 수준 높은 배구 실력을 인정할 정도였다.

해외 리그 경험이 풍부한 김연경에겐 올림픽 무대에서 힘과 기술적인 면에서 뛰어난 해외 선수들과 맞붙는 것이 낯설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신인왕 출신에다가 프로 4년 차지만 올림픽 무대는 처음인 정지윤과 부담을 안고 첫 주전 리베로로 출전한 오지영 등에겐 온도 차가 컸을 올림픽이다.

기대된다 배구시즌! 포지션 전향 직전 큰 물 경험한 정지윤

올림픽 후에 치러지는 올 시즌에 벌써부터 기대가 쏟아진다.

지난 시즌 한국 배구계를 ‘핫’하게 만들었던 김연경이 중국 무대로 떠났다. 이슈를 몰고 다녔던 ‘쌍둥이 자매’도 이젠 없다.

최근 몇 년 간 뜨거웠던 여자 배구의 열기가 급격히 냉각될 것이라는 우려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는 섣부른 걱정이 될 듯싶다. 올림픽 스타들이 팬들의 관심을 끌어 모으고 있다.

올림픽과 코보컵을 통해 ‘최고의 별’로 떠오른 정지윤이 첫 번째 주인공이다. 올림픽 때 김연경에게 “점프와 파워 등 레프트로서 장점과 좋은 신체 조건이 있다”는 칭찬을 들었던 정지윤은 다음시즌 레프트로 포지션을 전환한다. 외국인 선수 야스민 베다르트 합류로 인해 위치를 옮긴다. 지금까지 그는 라이트와 센터를 오가며 뛰었다.

레프트는 리시브 능력도 요구된다. 컵대회에서 선배들을 뒤로하고 최고 득점을 올린 정지윤의 공격력을 의심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공격력만으론 좋은 레프트가 될 수 없다. 리시브 능력도 수준급이어야 하지만 이 점에서 정지윤은 아직은 물음표를 달고 있다.

펑펑 울기도… 올림픽 부담 이겨낸 오지영 그리고 기대되는 올시즌

올림픽 ‘디그 1위’에 빛나는 리베로 오지영은 이소영의 보상선수로 지목돼 GS칼텍스에서 새출발 한다.

오지영에게 올림픽은 터닝포인트였다. 리베로지만 리시브에서 안정감이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던 그는 대회 기간 동안 리시브 성공률 61.79%를 기록했다. 이는 올림픽 직전에 열린 발리볼네이션스리그에서 기록한 35.07%에 비하면 크게 나아진 수치다.

디그에서 오지영은 날았다. 세트당 3.10개의 디그로 이 부문 1위를 차지했다. 특히 5세트까지 갔던 일본전과 8강 터키와 경기에선 각각 25개, 15개를 기록했다. 오지영은 올림픽 전 부담감에 펑펑 울기도 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그러나 실전에선 언제 그랬냐는 듯 기대 이상의 경기력으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GS칼텍스는 오지영의 전 소속팀인 KGC인삼공사와 달리 투 리베로 체제를 가동한다.

오지영은 컵 대회 때 “투 리베로 체제의 리듬이나 템포를 아직은 찾아가고 있다”며 “팀 시스템이 맞추려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림픽 때 성장된 기량을 뽐낸 바 있는 오지영의 다짐에 신뢰가 따른다. 최근 자신의 한계를 넘어선 오지영은 2021-2022시즌 더욱 안정될 자신의 모습을 그리며 배구화 끈을 질끈 동여맨다.



노진주 스포츠한국 기자 jinju217@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