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신곡 발표는 3인칭 슈팅게임, 아이유는 제페토에서 드라마 상품 판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 2일 서울 용산구 문체부 회의실에서 메타버스 공연을 관람하고 청년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문화체육관광부 제공.
[주간한국 장서윤 기자] ‘K팝(POP) 스타와 K 드라마 배우들을 가상 공간에서 만난다.’ 미래 산업의 핵심 먹거리로 꼽히는 메타버스(Metaverse)에 한류 산업도 신발끈을 조이고 있다. 메타버스가 전세계 MZ세대(밀레니얼+Z세대)들의 놀이터로 꼽히는 만큼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가장 시너지를 이룰 수 있기에 미래 한류를 이끌 동력으로 더욱 기대감이 커지고 있기도 하다.

초월·변화를 뜻하는 ‘메타(meta)’와 우주라는 의미의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인 메타버스는 인터넷 상의 가상현실 세계를 말한다. 가상 공간에서 개인을 표현하는 아바타들의 놀이, 업무, 소비, 소통 등 각종 활동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기술의 발달로 가상현실 세계를 더욱 정교하게 구현하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전세계가 주목하는 핵심 산업이 됐다. 실제로 메타버스 시장규모는 2025년 약 315조원대에 이를 전망이다.

K엔터 산업, 메타버스 활용해 세계 트렌드 주도

한류를 이끄는 엔터테인먼트 산업 분야도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대면 이벤트가 현격히 줄어든 것도 이 같은 흐름을 더욱 가속화하는 촉매제가 됐다. K팝의 선두주자 방탄소년단(BT)은 지난해 9월 신곡 ‘다이너마이트’ 안무 영상을 3인칭 액션슈팅(TPS) 게임 ‘포트나이트’를 통해 최초로 공개했다. 이들이 선택한 무대는 음악방송도, 유튜브 등의 동영상 플랫폼도 아니었다. 이 무대는 전세계에서 270만명이 지켜봤다.

가수 아이유가 주연을 맡아 넷플릭스에도 공개된 드라마 ‘호텔 델루나’는 최근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공간을 마련하고 드라마와 관련된 각종 콘텐츠는 물론 상품 판매에도 나섰다. 드라마 주인공 장만월(아이유 분)의 모자와 드레스, 신발, 액세서리 등 35종이 공개됐으며 달처럼 고고하고 아름답지만 괴팍한 성격의 사장 장만월의 개성 넘치는 패션도 가상 공간에서 구현됐다.

특히 드라마에서 인상 깊었던 반딧불 연출 등 ‘호텔 델루나’의 명장면을 구현한 동영상 부스들도 함께 선보였다. 제작사가 보유한 콘텐츠 지적재산(IP)을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확장한 것이다. 네이버제트가 운영하는 제페토는 사용자를 표현하는 3D 아바타를 통해 가상의 공간에서 친구들과 소통하면서 놀이와 쇼핑, 업무 등 다양한 활동을 즐길 수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2018년 서비스 출시 이후 한국을 비롯해 미국, 중국, 일본 등 전 세계 200여개 국가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현재 글로벌 가입자 수는 2억 2000명이다. 네이버 제페토는 최근 엔터테인먼트사들과 협업해 자사의 마케팅, 서비스를 확장하거나 더 나아가 아이템 판매 등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다.

가수 선미도 9월 초 새 앨범 ‘1/6’을 제페토와 손잡고 메타버스 플랫폼을 통해 공개했다. 선비는 자신의 아바타 ‘선미’로 제페토에 접속해 팬들과 깜짝 팬미팅을 갖기도 했다. 국내 통신사들도 한류 분야 메타버스 영토 확장에 분주하다. SK텔레콤은 K팝 스타들을 주제로 한 혼합현실(XR) 기술을 활용한 ‘K팝 메타버스 프로젝트’ 를 추진 중이다. K팝 스타들의 AR 디지털 휴먼 콘텐츠와 메타버스 기반의 뮤직비디오 제작, 공연 등 K팝 문화를 혼합현실 세계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이끈다는 계획이다.

이용자들이 자신만의 가상공간을 만들 수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ifland)’도 공개했다. 이프랜드는 앞으로 고객 니즈를 반영해 마켓 시스템 및 공간제작 플랫폼 등을 적용하고 각종 축제oK팝 팬미팅 등 대형 이벤트를 통해 비대면 트렌드에 주력하겠다는 계획이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9월 출범한 세계 5G 콘텐츠 연합체 ‘XR 얼라이언스’의 초대 의장을 맡았다. LG유플러스 외에도 미국 반도체 업체 퀄컴, 각국의 이통사인 버라이즌, 벨 캐나다, 오렌지, 차이나텔레콤, 청화텔레콤 등 총 7개 지역 11개 사업자가 참여하고 있다.

문체부, 메타버스 산업에 최초로 200억원 규모 예산 책정

한류와 메타버스의 결합에 정부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문화 확산과 콘텐츠 기업 역량 강화, 공적기능 지원에 메타버스를 활용하기 위해 200억원 규모 전용예산을 처음으로 책정했다. 메타버스를 기반으로 신한류 확산을 가속하고 문화, 관광 분야에서 국내외 이용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국회에 제출한 문체부 2022년 예산안에 따르면 ‘확장가상세계(메타버스) 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에 204억4000만원을 투입한다. 문체부 내에서 메타버스 전용 예산안이 마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구체적으로 한국문화 확산 콘텐츠 제작 지원에 65억9000만원, 콘텐츠 기업 메타버스 활용 역량 강화에 88억원 등이 책정됐다. 메타버스 플랫폼 내에 ‘한국관광 가상공간’도 구축한다. 패션 분야에서도 디지털 패션쇼나 런칭쇼 등 메타버스 기반 K패션 콘텐츠 제작을 돕는다는 계획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디지털에 익숙한 글로벌 MZ세대를 겨냥해 가상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실질적 방한 유도 마케팅을 전개할 계획”이라며 “BTS 등을 통해 한류에 관심이 높아진 상황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