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오른쪽부터), 이진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선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승승장구하던 카카오 앞에 정체를 정확히 파악하기 힘든 장애물이 생겼다. 독점 플랫폼의 폐해라고 표현이 되는데 정확한 문제 지점을 찾기가 어렵다. 업종이 문제인지, 이익 규모가 문제인지, 가격 수준이 문제인지. 국회에서는 ‘탐욕과 구태의 상징’이라는 모욕적인 표현이 난무하고 김범수 의장은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됐다. 이와 함께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도 카카오 때리기에 나섰다.

카카오에 대한 규제 위협은 크게 세 갈래로 구분할 수 있다. 첫 번째는 금융당국이다. 금융상품은 소비자들에게 사후 피해를 입힐 수 있기 때문에 금융광고, 중개, 판매 등에 대해 각각 촘촘한 규제 체계를 갖고 있다. 오프라인에서는 업종마다 구분이 되며 해당 사업자는 그에 맞는 자격을 부여 받는다. 하지만 광고를 클릭하면 바로 금융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온라인에서는 광고와 중개, 판매를 구분하기 힘들다. 플랫폼은 그동안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는 광고업자를 자처하며 사실상 금융상품 중개를 해왔다. 금융당국은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을 계기로 모바일 금융상품 광고 등을 금융상품 중개행위로 규정하고 해당 자격을 갖추도록 했다. 카카오페이의 일부 금융 상품 판매가 중단됐다.

두 번째는 공정거래위원회다. 공정위는 플랫폼-플랫폼, 플랫폼-소비자, 플랫폼-판매 3가지 틀에서 플랫폼에 대한 규제를 예고하고 있다. 우선 온라인 플랫폼이 자사 플랫폼에서 노출을 할 때 자사 상품을 우대하는 행위를 규제할 계획이다. 또 소비자가 플랫폼을 통해 상품을 구매할 때 플랫폼도 일정한 책임을 지도록 하는 방안과 판매자가 플랫폼에 입점할 때 계약서를 쓰도록 하는 방안 등이 추진되고 있다.

세 번째 가장 어려운 장애물은 국회와 여론이다. 택시는 물론 꽃배달, 간식배달, 헤어샵 등 중소상공인들의 영역에서 수수료를 취하는 카카오의 문어발식 확장이 도마 위에 올랐다. 카카오는 3000억원의 상생기금을 마련하고 일부 사업 철수, 카카오택시 스마트호출 폐지 등의 조치를 내놨지만 불만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카카오페이의 가맹점 수수료율도 문제로 거론됐다. 신용카드사는 0.8%를 받는데 카카오페이는 2%를 받는다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카카오는 전 국민이 사용하는 메신저 서비스의 사실상 독점 사업자다. 이 플랫폼을 활용한 기존 사업의 디지털화를 주요 비즈니스 모델로 삼는다. 긍정적인 효과는 있다. 소비자들은 편리하게 금융상품, 꽃배달, 헤어샵, 택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소비자들이 편리하게 찾아오면 사업자들은 매출 확대 기회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이 중소상공인들의 영역에서 수익을 올리는 것 자체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다른 대기업들이 빵집, 꽃집을 하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 한국 내수 시장은 미국, 유럽 등에 비해 매우 작아서 거대 자본이 독점을 하려면 할 수도 있다. 반면 사회 여론은 정치적인 방식으로 거대 자본이 내수 시장에서 지나치게 영향을 많이 미치는 것을 견제해 왔다. 그동안 혁신 스타트업으로 인식돼 사회적 저항을 피해온 카카오가 ‘대기업’이 됐고 그에 맞는 역할을 요구받고 있는 것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다른 대기업들은 음으로 양으로 다양한 사회적 제약을 받고 있다”며 “카카오도 대기업에 걸맞은 사업 영역을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의 S, 사회적 가치는 명확히 규정되지 않는 위험이다. 소통을 강화하며 사회적 요구를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수용 할 필요가 있다.

카카오가 S, 사회적 위험에 맞닥뜨리자 그동안 수면 아래 있던 G, 지배구조 위험도 드러났다. 지배구조 위험은 주주로부터 기업 경영을 위탁받은 경영진이 모든 주주들의 이익을 충실히 챙기지 않을 때 증폭된다. 카카오그룹은 자회사를 상장시켜 각각 자금을 조달하는 경영을 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 뱅크가 상장했고 페이, 모빌리티 등이 상장을 추진하고 있으며 150여개의 카카오 계열사들은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모자 회사가 동시에 상장을 하게 되면 회사별로 주주구성이 달라져 주주간 이해상충이 발생할 위험이 커진다. 예를 들어 카카오페이가 금융 상품 판매 라이센스가 없는게 문제라면 라이센스가 있는 카카오뱅크가 금융 플랫폼 사업을 하는 대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카카오그룹 전체로 보면 금융플랫폼을 페이가 하든 뱅크가 하든 상관이 없을 수 있다. 하지만 각 계열사의 주식만 보유하고 있는 소액주주 입장은 다르다. 페이가 영위하고 있는 사업을 뱅크가 가져간다면 페이의 2대주주인 중국 알리페이는 강하게 저항할 것이다. 만약 카카오페이의 상장을 했는데 그런 의사결정이 이뤄졌다면 수많은 소액주주들이 반발했을 것이다.

카카오 택시 문제도 마찬가지다. 카카오그룹이 독점적 이익을 향유한다는 비난, S 리스크에 노출되자 카카오는 스마트호출을 폐지하고 프로멤버십의 가격을 낮추기로 했다. 카카오택시 서비스는 카카오모빌리티라는 별도 회사가 제공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독점 이익은 커녕 누적 손실이 900억원이 넘는 적자 회사다. 카카오 계열사 중 흑자를 낸 기업은 4개 남짓이다. 카카오그룹 차원에서 문어발식 확장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방안을 내놨는데 그로 인해 카카오모빌리티는 적자를 해소하기 요원해졌다. 만약 카카오모빌리티가 상장이 돼 있었다면 소액주주들은 큰 피해를 봤을 것이다.

주주간 이해상충 문제 때문에 미국, 영국 상장사들은 모자회사 동시 상장을 꺼리고 있다. 유튜브,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은 홀로 상장이 돼 있다. 유튜브가 상장을 하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알파벳이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는 모회사와 자회사의 주주구성이 달라지면 이해상충이 발생할 수 있고 집단 소송의 위험이 생기기 때문이다. 한국은 소액주주 권익에 대한 인식이 약하기 때문에 주주간 이해상충의 여지가 큰 모자 회사 동시 상장이 수시로 일어난다. 카카오의 계획대로 계열사를 상장 시켰다면 김범수 의장의 판단에 따라 각 회사의 이해관계가 엇갈렸을 것이고, 손실을 입게 된 계열사의 소액주주는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카카오는 현재 상황을 풀기가 쉽지 않다. 사회적인 요인을 감안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사업을 확장하다보니 어디서 어떤 사회적 저항에 부딪힐지 예상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 계열사 별로 각각 투자를 받고 상장을 하면서 소액주주간 이해상충을 해소하기도 힘들다. 더 이상 예외가 될 수 없게 훌쩍 커버린 카카오는 ESG 위험에 몸살을 앓고 있다. 권순우 머니투데이 방송 기자

● 권순우 머니투데이방송 기자 프로필

서강대 신문방송/경영학과를 졸업했다. 경제 기자로서 경제금융계를 10년간 취재하다 지금은 전자, 자동차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을 담당하고 있다. 유튜브 <발칙한경제>를 진행하고 있고 KBS1 라디오 <성공예감 김방희입니다>와 유튜브 <삼프로TV>에 고정 출연하고 있다. ESG에 관심이 많고 저서로는 <수소전기차시대가 온다>, <발칙한경제>가 있다. ESG라는 추상적인 가치가 경영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취재하고 있고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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