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적이었던 황동혁 감독 입장 선회…새로운 게임들도 주목

프랑스 파리 2구의 한 카페에 마련된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체험 팝업 스토어에서 '진행요원' 복장을 갖춰 입고 관람객을 맞이하는 관계자들. 사진=연합뉴스 제공.
[주간한국 장서윤 기자]글로벌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후속편 제작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속편 제작 계획은 없다고 밝혀왔던 제작진도 이전과 달리 가능성을 타진해볼 수 있다는 뉘앙스를 보이면서 속편 제작에 대한 궁금증이 더욱 커지고 있다.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 게임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의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은 공개하자마자 전세계적인 신드롬을 불러오고 있다. 지난달 17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이래 미국, 유럽, 인도 등을 비롯한 전세계 83개국에서 1위를 차지했다.

드라마를 언급하는 #squid game(오징어 게임) 해시태그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250억개를 넘어서며 콘텐츠 업계의 ‘태풍의 눈’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에 넷플릭스 주가도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며 속편 제작 여부도 가장 큰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에서도 관련주로 꼽히는 쇼박스, 버킷스튜디오 등의 주가가 강세를 보였다.

예상치 못한 세계적 돌풍…당초 계획에 없던 시즌2 소환

‘오징어 게임’을 10여년 전부터 기획해 직접 대본을 쓰고 연출한 황동혁 감독은 당초 시즌2 제작에 회의적인 입장을 고수해왔다. 황 감독은 지난달 24일 미국 엔터테인먼트 전문 매체 ‘버라이어티’와의 인터뷰에서 “시즌2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면서 “생각만 해도 피곤하다”고 전했다. 작품의 성공은 기쁘지만 워낙 험난한 제작 과정을 거치는 바람에 같은 과정을 되풀이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던 것이다. ‘오징어 게임’ 제작 관계자들 또한 “속편 계획은 없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넷플릭스 CEO 테드 서랜도스가 “‘오징어 게임’이 넷플릭스 전체 중 역대 최대의 TV 시리즈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상상 밖의 흥행 돌풍이 지속되자 시즌2에 대한 가능성 여부가 조금씩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주인공 성기훈 역으로 분한 배우 이정재는 지난 5일 JTBC 뉴스룸과의 인터뷰에서 시즌2에 대한 바람을 적극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촬영 당시 분위기가 좋아 배우들이 감독님에게 시즌2 기획에 대해 끊임없이 물었는데 감독님은 그때마다 ‘다 태워서 쓴 시나리오라 시즌2가 가능할까요?’라고 말을 넘기셨다”고 전했다. 그러나 “지금은 기획하셔야 할 때가 아닌가”라며 “저도 사실은 기대된다”고 고백했다. 나아가 “시즌2가 성기훈 중심으로 펼쳐질지, 성기훈은 서브 캐릭터로 빠지고 메인 캐릭터가 등장해 이야기가 어우러질지 예측할 수 없다”며 시즌2 내용에 대한 생각도 아끼지 않고 들려주었다.

황 감독이 언급한 게임… ‘우리 집에 왜 왔니’ ‘팽이치기’ ‘땅따먹기’

시즌2의 열쇠를 쥔 황동혁 감독 또한 기존과는 달라진 입장을 보이며 기대감을 자아내고 있다. 그는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오징어 게임 시즌2가 제작된다면 경찰에 초점을 맞추고 싶다”고 계획을 말했다. 구체적으로 “경찰 문제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 해외 뉴스에서 경찰의 행동이 늦어 더 많은 희생자가 발생하거나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많이 보았다. 평소에 제기하고 싶었던 문제”라고 설명했다. 또 “’팽이치기’, ‘땅따먹기’, ‘우리 집에 왜 왔니’ 같은 게임도 고려될 것”이라고 아이디어를 전했다.

황 감독의 인터뷰가 나가자 네티즌들은 시즌2에 등장할만한 우리 전통놀이에 대한 관심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공기놀이, 말타기, 윷놀이, 자치기, 닭싸움, 쌀보리 게임 등 관련 놀이들도 후보로 거론됐다.

작품에 비중이 높은 역할로 출연한 한 배우의 매니지먼트사 관계자는 “감독님이 이 작품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었기 때문에 촬영 때부터 감독님이 ‘시즌2는 없다’고 못박았던 걸로 기억한다”며 “하지만 작품이 이 정도로 글로벌 흥행 열풍을 몰고 올 줄은 상상 못했던 일이라 (시즌2에 대한) 어느 정도의 가능성은 열어둘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한편 오징어 게임의 구슬치기 에피소드에서 성기훈에게 ‘깐부’를 제안한 오일남 역을 맡은 배우 오영수의 광고모델 제안 거부 소식도 눈길을 끌었다. 치킨 프랜차이즈 ‘깐부치킨’이 광고모델을 제안했지만 극중 배역의 이미지에 영향을 줄 것을 우려해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깐부치킨 측이 오징어 게임 시즌2가 제작될 경우 오영수 배우에게 다시 모델 제안을 할지도 네티즌의 관심거리로 떠올랐다.

미국의 경제 전문 매체 블룸버그 통신은 한국이 ‘오징어 게임’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지난 7일 ‘오징어 게임’의 글로벌 히트를 두고 “한국의 문화 콘텐츠가 이제는 경제성장의 새로운 동력이 될 정도로 크게 발전했다”고 평가했다.

K팝과 K드라마가 최근 수년간 해외에서 히트를 기록해 왔지만 경제의 체질을 바꿀 정도는 아니었다며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시청한 프로그램이 되면서 한국 문화 콘텐츠가 한국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오징어 게임’은 단순한 히트가 아니라 메가 히트를 기록하고 있으며 앞으로 관련 매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