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폐업 우려되는 중소형 거래소 코인마켓 투자액 3조7000억 추산

지난달 24일 가상화폐 거래소 신고가 마무리되면서 가상화폐 거래대금이 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용산구 코인원 고객센터 모니터에 표시된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 시세 현황. 사진=연합뉴스 제공.
[주간한국 장서윤 기자]국내 가상화폐 거래소가 사실상 코빗·코인원·빗썸·업비트 등 4대 대형 거래소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가운데 제도권 편입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4대 가상화폐 거래소의 제도권 편입이 본격화되면서 안정성을 확보했다는 안도감에 투자자들의 거래량은 늘고 있지만 원화 거래 인증을 받지 못한 중소형 거래소들의 줄폐업이 예측되는 등 위험요인은 여전하다는 평가다.

4대 가상화폐 거래소, 불확실성 해소로 거래량 늘어

가상화폐 시황 중계 사이트 코인게코에 따르면 지난 5일 국내 4대 가상화폐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의 거래대금은 총 15조6739억원을 기록해 같은날 주식시장(코스피) 거래대금 15조3155억원을 넘어섰다. 전날 11조원이었던 데 비해 하루만에 4조원 넘게 거래량이 늘어났다.

인플레이션 공포와 미국, 중국발 악재 등으로 국내 주식시장을 비롯한 글로벌 금융시장이 부진한 가운데 가상화폐 시장으로 투자자들이 몰린 것이다. 이는 가상자산 사업자(가상화폐 거래소) 신고가 마무리되면서 투자자들이 가상화폐 관련해 안정성이 확보됐다고 인식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24일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신고 절차를 진행했다. 이에 코빗·코인원·빗썸·업비트 등 4개 거래소가 시중은행으로부터 실명확인 입출금계좌 발급 확인서를 받아 금융정보분석원(FIU)에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를 마쳐 어느 정도 불확실성을 해소했다. 업비트와 코빗 두 곳은 FIU로부터 신고가 수리됐다는 통보까지 받았다. 금융당국이 신고 수리한 거래소는 특정금융거래법(특금법)에 따라 고객의 실명을 확인하는 고객확인제도 등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투자자 보호 위한 가상자산업권법은 연내 입법 무산

그러나 가상화폐 거래소가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면서 해결해야 할 규제 절차나 이용자 보호 방안은 여전히 적지 않다. 금융당국은 우선 그동안 논의를 거듭해 온 업권법 마련에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가상화폐 거래소의 임의 상장·상장폐지 과정에서 이용자 피해가 나오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크게 대두되고 있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특금법에 따라 가상자산사업자 신고를 마쳤으나 은행으로부터 발급받는 실명 계좌 확인서를 받지 못한 거래소들은 원화 거래가 불가능해 무더기 폐업도 예측되고 있다. 이처럼 코인마켓(코인 간 거래만 취급하는 거래소) 거래만 지원하는 중소형 거래소에 단독 상장된 코인 투자액이 3조원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6일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핀테크학회와 고려대 김형중 교수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개정 특금범에 따라 신고를 했으나 코인마켓에서만 거래할 수 있는 중견 거래소에 상장된 코인 투자액이 3조 7233억원으로 추산됐다. 이들 거래소가 폐업할 경우 투자자 피해가 예상돼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가상화폐 상장이나 상장폐지와 관련된 법·규정은 마련돼있지 않다. 거래소가 자의적으로 상장하거나 상폐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개정된 특금법에도 관련 규정은 명시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가상자산업권법에 대한 논의의 마당을 열기로 했다. 미국, 유럽 등의 경우처럼 가상자산 산업을 제도권 안으로 편입해 투자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보인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 6일 국정감사에서 가상화폐 거래소의 상장·폐지 관련한 이용자 피해가 최소화되어야 한다며 “그런 것들을 가상자산업권법과 관련해 같이 논의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국회 정무위원회는 국정감사에 앞서 진행된 법안심사소위에서 가상자산업권법이 상정조차 되지 않아 연내 입법은 사실상 물 건너 간 상황이다.

자금세탁 방지할 ‘트래블 룰’ 구축도 거래소마다 제각각 추진

거래소들이 개정된 특금법의 핵심인 자금 세탁 방지를 위해 ‘트래블 룰’(Travel Rule) 체계를 어떻게 구축하는가도 큰 과제다. 트래블 룰이란 자금세탁 방지를 위해 거래소가 가상화폐 송금자와 받는 사람의 정보를 모두 수집해야 하는 의무를 져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100만원 이상의 가상화폐 거래 시에는 이용자들의 정보를 모두 확인해야 한다. 이는 원화 거래가 가능한 4대 거래소 외 모든 가상자산 사업자의 의무다. 금융당국은 트래블 룰 적용 시기를 내년 3월25일이라고 밝혔다. 이에 신고를 마친 거래소들은 트래블룰 시스템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트래블 룰 시스템에 대한 국제 표준도 아직 나와있지 않아 시스템 구축은 각 거래소별로 각각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트래블 룰 시스템은 거래소 간 거래 정보를 공유해야 하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에 별도 구축은 별 의미가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트래블 룰 시스템 구축을 놓고 현재 거래소간 눈치 작전을 벌이고 있다”라며 “제도를 시행하기 위한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으면 결국 이용자들이 리스크를 안게 된다는 점이 우려스러운 부분”이라고 전했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