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명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이 지난 13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1년 9월 고용동향을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통계청이 발표한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768만 3000명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67만 1000명 증가했다. 이는 2014년 3월(72만 6000명)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이며 취업자 수는 지난 3월부터 7개월 연속 증가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타격에서 서서히 회복되는 조짐이라고 보여 다행스럽다.

그러나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2만 2000명 증가한 반면,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4만 8000명 감소해 자영업의 위기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유일하게 30대 취업자 수가 감소(1만 2000명)했다는 것이다. 이들이 경제의 허리라는 점에서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경제연구원이 통계청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15년부터 5년간 30~40대 취업자 수가 연평균 1.5%씩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040 고용률(15세 이상 생산가능인구 중 취업자 비율)은 76.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38개 중 30위에 머물렀다.

주요 선진국은 우리보다 3040 고용률이 높을 뿐 아니라 같은 기간 독일(84.9→85.8%), 영국(83.0→85.1%), 프랑스(80.8→81.9%) 등은 오히려 고용률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고용의 질도 좋지 않다. 20~40대의 경우 지난해 동기 대비 20만 7990명(1.4%)이 증가했으나 1년 미만 일자리에 해당하는 임시근로자가 19만 3061명으로, 증가분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반면 60대 이상은 32만 2513명이 증가해 전체 증가분의 절반에 이르렀다. 이들 일자리 중 상당부분이 정부가 만들어낸 아르바이트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고용이 늘었다고 좋아할 일이 아니다.

통계에는 잘 나타나고 있지 않지만 청년실업도 심각하다. 지난 12일 한국경제연구원이 전국 4년제 대학 3·4학년 재학생 및 졸업생 27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65.3%가 사실상 구직을 단념한 상태였다.

구직활동을 거의 안 하거나, 의례적으로 하거나, 쉬고 있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었고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하고 있는 비율은 9.6%에 불과했다. 청년들이 취업시장의 한풍을 가장 심하게 맞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고용대책에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공무원·공기업 충원 확대, 취업성공패키지 등 각종 프로그램 수립, 기업 신규채용에 대한 보조금 지급 등 내용이 풍부하고 다양하다. 그러나 대부분 임시방편적이며 지엽적이어서 큰 흐름을 바꾸기 어려워 보인다. 보다 크고 과감한 대책이 필요해 보이는데, 세 가지쯤 제안해 보고자 한다.

첫째 글로벌 공급망 재편 흐름에 편승해 리쇼어링(Reshoring, 생산기지 본국회귀)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현재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훼손에 따라 가급적 생산기지를 자국이나 인접국에 두려는 국제적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더구나 미국은 중국을 배제하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추진하고 있다.

미·중이 협력하고 전 세계적으로 최적화된 글로벌 공급망 시대가 끝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 동안 우리는 그러한 글로벌 공급망에 편승해 큰 이익을 거두었고, 그 흐름을 타고 해외로 나가기만 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그러한 추세에 제동을 걸 기회가 온 것이다.

정부도 2013년 ‘해외진출기업의 국내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을 시행했으나 성과는 미미해 대기업 중에서는 현대모비스가 유일하다. 이에 비해 일본은 소니, 파나소닉, 혼다 등 다수 대기업들이 유턴해 결실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쇼어링 정책이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보조금 지급, 투자에 대한 감세 등 기업에게 확실한 인센티브를 줘야 할 것이다. 또 국내에서는 4차 산업혁명에 맞춰 지역별 생산기지 재편이 이뤄지고 있는데, 이러한 추세에 따라 각 지역에 맞는 산업시설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지도가 필요하다.

둘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조속히 통과시켜 일자리 창출 능력이 뛰어난 서비스 산업을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이 법은 2012년 발의됐는데, 유통·의료·관광·교육 등 7개 서비스산업 활성화를 위한 규제 개선 및 자금·인력·조세 지원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이 이제까지 통과되지 못하고 지연된 것은 의료 관련 조항 때문이다. 영리병원 등 의료민영화의 단초가 될 것을 우려한 반대가 극심했던 것이다. 그러나 현재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 내용에는 의료법, 약사법, 국민건강보험법, 국민건강증진법을 배제해 그러한 걱정을 불식시키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제조업 비중이 높으나 산업 특성상 자동화와 해외로의 진출이 활발해 고용증가에 별다른 기여를 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서비스업은 도소매, 숙박업 등 부가가치가 낮은 업종에 치우쳐 있어 질 낮은 일자리만 창출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4차 산업혁명에 따라 IT를 이용한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어 고급 일자리를 창출할 좋은 기회가 다가오고 있다. 여기에 무관심과 불합리한 규제가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될 것이다. 일단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허용하고 문제점에 대해서는 사후적으로 규제하는 방식 도입, 그리고 창업과 새 직군 창출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성공의 열쇠가 될 것이다.

셋째 교육제도 개편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교육부에 의해 대학에 대한 관료적 통제가 이뤄지고 있다. 등록금을 동결시키고 정책에 따라 각종 지원금을 배분하는 방식으로 대학을 몰고 가고 있으나 과연 효과적인지 의문이다.

현재 산업환경은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고 기업에서 요구하는 스펙도 크게 달라지고 있으나 대학이 그러한 인재의 공급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다. 또 수도권 편중 현상과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상당수 지방대는 소멸 위기를 맞고 있다. 과감한 개혁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그러나 복잡한 이해관계와 교육부의 경직적 통제로 인해 구조조정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지 않다.

다행히 내년 7월에 교육위원회가 설립돼 정책수립의 역할을 맡고 교육부는 집행 및 관리를 담당하는 방식으로 개편된다. 보다 유연하고 큰 스케일로 교육시스템을 개혁하는 것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교육위원회는 이러한 변화의 기회를 이용해 산업계 실정에 맞지 않는 교과과정 개편과 정원 조정을 시행해야 할 것이다. 상아탑에 안주해 미래의 실업자를 양산하는 시스템에 대해 과감한 메스를 들이댈 필요가 있다.

아울러 쇠락하는 지방대학에는 새로운 역할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일률적인 교과과정을 강요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에 맞는 직업교육과 평생교육에 중점을 두는 방식으로 개편하는 것이 가야 할 방향이다. 취업과 창업에 적합하도록 교과과정을 바꾸고 산학연계를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고용문제는 단기적이고 기술적인 방식으로 해결할 수 없다. 그러한 관점에서 접근하면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 크고 과감하게 접근해야 의미 있는 성과를 얻을 수 있다. 현재 대선 정국은 지나치게 복지 위주로 쟁점이 형성되고 있으나 그보다는 일자리 창출이 원천적인 해결방식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정인호 객원기자

● 정인호 객원기자 프로필

▲캘리포니아 주립대 데이비스 캠퍼스 경제학 박사 ▲KT경제경영연구소 IT정책연구담당(상무보) ▲KT그룹컨설팅지원실 이사 ▲건국대 경제학과 겸임교수 등을 지낸 경제 및 IT정책 전문가



정인호 객원기자 yourinho@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