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총공세 넘긴 李, 지지율 1위… ‘전두환 옹호’ 늪에 빠진 尹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0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주간한국 이재형 기자] ‘대장동 게이트’ 수사 중 진행된 ‘이재명 국감’은 결국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철벽 방어가 어느 정도 먹힌 것으로 보이는 양상이다. 지난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와 20일 국토교통위원회 국감은 맹공을 예고했던 야당의 기세가 무색하게 ‘치명타’ 없이 지나갔다.
국감 전 경기도지사 사퇴 카드를 무르고 정면승부를 무릅쓴 이 후보의 선택이 대선 국면에서 우위를 설 계기를 새롭게 만들었다. 한편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당내 행사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을 옹호한 발언의 여파에 시달리면서 치고 나가지 못한 채 곤욕을 치르고 있다.
국감 후 견조한 지지율 유지한 이재명
여론조사 업체 한국갤럽이 지난 19∼21일 전국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4자 구도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 후보인 경우 이재명 후보는 34%의 지지율을 기록, 윤 전 총장(31%)에 3%포인트 앞섰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9%,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7%의 지지를 기록했다.
이 후보는 홍준표 의원을 국민의힘 후보로 놓고 조사한 경우에도 33%를 기록하며 홍 의원(30%), 안철수 대표(10%), 심상정 후보(8%) 보다 앞섰다.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국감 이전 여론조사와 비교하면 지지율 1위를 수성한 데다 윤 전 총장과는 오히려 지지율 격차를 벌린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1~12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만 18세 이상 202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선주자 4자 대결 지지도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2%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확인)에선 이 후보가 34.0%로 윤 전 총장(33.7%)을 불과 0.3%포인트 차이로 오차범위(±2.2%포인트) 내 초접전 양상을 보였었다. 홍 의원을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설정한 경우는 이 지사가 32.4%, 홍 의원이 27.2%였다.
‘조폭연루설’ 자책골에 난처해진 국민의힘
당초 국감은 이 후보에게 위기로 여겨졌다. 이 후보의 측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구속되면서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 후보를 향한 책임 여론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 후보는 앞선 지난 10일 민주당 대선 경선 승리 후 경쟁자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측이 무효표를 둘러싼 이의를 제기하는 등 당내 지지층 이탈 현상도 겹치면서 이중 악재로 번질 가능성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정작 국민의힘 의원들의 질의는 핵심을 파고들지 못한 채 언론에서 다룬 의혹들만 재탕을 하는데 그쳤다. 이 지사는 오히려 국민의힘으로 공격의 화살을 돌리면서 자신은 몰랐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견지했다. 결국 결정적인 한 방을 터트리지 못한 국민의힘 대응 탓에 위기 국면은 전화위복이 돼 돌아왔다. 특히 국민의힘이 제기한 ‘이 후보 조폭연루설’은 핵심 증거가 금세 거짓으로 판명되면서 역으로 된서리를 맞았다.
국민의힘이 지난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경기지사 자격으로 출석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의 '조폭 연루설'의 근거로 제시한 현금다발 사진을 두고 여당이 가짜라며 관련 정황을 제시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8일 경기도 국감에서 현금다발 사진을 띄우고 “이 후보가 성남시장 시절 20억 원을 지원받았다”고 주장했다. ‘박철민 진술, 이재명 성남시장 재임시절 전달된 현금 5000만 원’이라는 제목의 해당 사진에는 5만원권과 1만원권이 다량 찍혔는데, 김 의원은 이를 조폭 출신인 박철민씨가 제보한 뇌물 증거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질의에서 한병도 민주당 의원이 반격에 나섰다. 해당 사진이 실제 게재된 박씨 페이스북 화면을 띄우고 김 의원 주장은 거짓임을 입증하면서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한 의원은 “2018년 11월 21일 (박 씨가) ‘사채업하고 렌터카 해서 돈 벌었다’고 페이스북에 띄운 사진”이라고 설명하며 2018년은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로 재임했던 만큼 성남시장 시절 뇌물을 받은 것도 아니었다고 밝혔다.
지난 20일 국토위 국감에선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대장동 개발의 초과이익환수조항과 관련한 질의에 나섰다. 이 후보가 성남시장 시절 보고를 받았는지, 해당 조항이 ‘삭제’된 것인지를 두고 강력하게 추궁한 것이다. 이에 이 후보는 ‘실무진의 조항 미채택’일 뿐 건의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선을 긋고 넘어갔다.
이 후보는 이어 “안 그래도 초과이익환수 삭제에 대해 언론 보도를 보니 삭제가 아닌 협약하는 과정에서 일선 직원이 했다는 것인데, 당시 간부들 선에서 채택하지 않은 게 팩트”라고 거듭 강조했다.
또 설화… ’전두환 찬양’ 논란에 수세 몰린 윤석열
공세는 다시 민주당으로 넘어갔다. 민주당은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제소 등 김 의원에 대한 강경 조치를 예고했다. 이 후보는 지난 19일 페이스북에서 “무책임한 폭로로 국감장을 허위·가짜뉴스 생산장으로 만들었다”며 “면책특권을 악용해 ‘아니면 말고’ 식 허위·날조 주장을 펴고 한 사람의 인격을 말살하고 가짜정보로 국민을 현혹하는 것은 의정활동이 아니라 범죄행위”라고 썼다.
같은 날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국정감사 대책회의를 열고 “조폭 범죄자의 진술을 국감장에 가져와 면책특권에 기대 아무 말이나 던진 김 의원을 윤리위에 제명 제소하는 등 책임을 반드시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대권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1일 '전두환 옹호 논란' 발언과 관련해 유감을 표명하기 전 소셜미디어(SNS)에 사과 과일 사진을 올려 논란을 빚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한편 국민의힘의 윤 전 총장은 ‘전두환은 정치는 잘했다’는 발언으로 다시 설화를 빚었다. 윤 전 총장은 지난 19일 국민의힘 부산 해운대갑 당원협의회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이 잘못한 부분이 있지만,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고 했다.
비판 여론이 거세자 ‘진의가 왜곡됐다’면서 버티던 윤 전 총장은 지난 21일 페이스북에 “전두환 정권에 고통을 당하신 분들께 송구하다”고 뒤늦게 사과했다. 그러나 다음날 새벽 본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반려견 ‘토리’에게 인도사과를 주는 사진을 게재하면서 전날 사과 표명마저 희화화하는 것이냐는 구설에 다시 올랐다.
한편 이 후보는 22일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를 방문, 참배 후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 “국민이 준 총칼로 주권자인 국민을 집단 살상한, 어떠한 경우에도 용서할 수 없는 학살반란범”이라고 짚고 넘어갔다.
그는 이어 윤 전 총장의 ‘전두환 찬양 발언’에 대해서도 “(윤 후보는) 민주주의, 인권과 평화를 위해 어떤 역할도 하지 않았고 민중들의 피와 땀으로 만들어진 민주주의 체제 속에서 혜택만 누리던 분”이라며 “전두환이라는 이름이 가지는 엄혹함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재형 기자



이재형 기자 silentroc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