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대 높던 디즈니플러스 투자 확대 이어 중국 OTT도 가세

14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월트디즈니코리아 미디어 데이 행사에서 제이 트리니다드 월트디즈니 컴퍼니 아태지역 DTC 사업 총괄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주간한국 장서윤 기자]“K콘텐츠를 잡아라.”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의 한국 콘텐츠를 향한 구애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전세계적인 히트를 계기로 최근 몇 년 사이 한국 콘텐츠의 글로벌한 인기에 한국 시장을 주목해왔던 글로벌 OTT들의 러브콜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에 이어 다음 달 한국에 상륙하는 디즈니 플러스도 한국 투자의 의지를 밝혔고, 중국의 아이치이도 한국 콘텐츠 확보 경쟁에 나섰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효과 1조원 추산…제작비 대비 41.7배

‘오징어 게임’으로 역대급 잭팟을 터뜨린 넷플릭스의 리드 헤이스팅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9일(현지시간) 실적 발표에서 아예 ‘오징어 게임’에 등장하는 초록색 체육복을 입고 등장해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이날 실적 발표의 주제도 거의 ‘오징어 게임’에 대한 찬사로 이뤄졌다. 헤이스팅스는 이 작품의 성공을 ‘콘텐츠 엔진’에 비유하며 김민영 아시아 태평양 콘텐츠(인도 제외) 총괄 VP(Vice President)가 이끄는 한국 콘텐츠 팀이 ‘오징어 게임’을 발굴했다면서 자신과 테드 서랜도스 공동 CEO는 이 같은 글로벌 흥행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넷플릭스는 이날 실적 발표에서 ‘오징어 게임’ 시청자가 1억4200만 명에 달한다고 공개했다.

지난 16일 미국의 블룸버그 통신은 넷플릭스 내부 보고서를 입수해 ‘오징어 게임’이 창출한 가치가 8억9110만 달러(약 1조원)로 추산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총 제작비가 253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비용 대비 시청률을 뜻하는 효율성 지표에서는 41.7배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넷플릭스가 ‘오징어 게임’ 에 열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서렌도스는 ‘오징어 게임’ 뒤를 잇는 흥행작도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어떤 작품이 어떻게 입소문을 탈지 정말 예측하기 어렵지만, 그런 일이 생기면 파급력은 매우 강력하다”며 “때로는 예측이 틀리지만, 때로는 대단한 성과를 내는 굉장한 한국 드라마가 있다”고 시종일관 ‘K콘텐츠 칭송’을 아끼지 않았다.

이에 따라 관련업계에서는 넷플릭스가 올해 한국 콘텐츠에 5590억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앞으로도 투자액이 대폭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넷플릭스의 한국 콘텐츠 투자액은 2016년 한국 론칭 당시 150억원에서 지난해에는 3330억원으로 2016년부터 5년간 한국 시장에 총 7700억원을 투자해왔다.

디즈니플러스, 한국 시장 대대적 투자 이어 망 사용료 낸다

다급해진 곳은 오는 11월12일 한국 론칭을 앞두고 있는 디즈니의 OTT 서비스 디즈니플러스다. 마블o스타워즈 시리즈o픽사 애니메이션 등을 보유해 글로벌 콘텐츠 공룡으로 불리는 디즈니의 OTT 서비스인 디즈니플러스는 현재 전세계 가입자 수 1억2000만명에 달한다. 지난해 2억명을 돌파한 업계 1위 넷플릭스의 절반 수준이지만 최근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전통적인 콘텐츠 강자인 디즈니는 당초 한국 콘텐츠 업계와의 협업을 시사하기는 했지만 디즈니 자체의 콘텐츠 경쟁력이 워낙 탄탄해 넷플릭스만큼 적극적인 액션을 보이지는 않아왔다. 그러나 지난 14일 론칭을 한달 앞두고 기자간담회를 연 디즈니플러스는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를 연출해 주목을 끌었다.

디즈니 코리아는 이날 향후 디즈니플러스가 공개하는 로컬 오리지널 콘텐츠 20여편 중 상당수가 한국 작품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디즈니는 이날 18개의 오리지널 작품을 포함, 20개 이상의 아시아o태평양지역 신규 콘텐츠를 최초 공개했는데 그 중 7편이 한국 콘텐츠였다. 인기 예능 ‘런닝맨’의 스핀오프 ‘런닝맨 : 뛰는 놈 위에 노는 놈’, 웹툰 원작의 액션 히어로 스릴러 ‘무빙’, 걸그룹 블랙핑크의 다큐멘터리 ‘블랙핑크: 더 무비’ 등이다.

제이 트리니다드 월트디즈니컴퍼니 아태지역 DTC 총괄은 “한국과 아태지역 콘텐츠 시장에 몇 년간 대대적인 투자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디즈니는 2023년까지 아태지역에서 50개 이상의 오리지널 라인업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가 망 사용료를 두고 벌이는 소송전을 의식한 듯 디즈니플러스는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사업자를 통해 간접방식으로 망 사용료도 낼 예정이다. 디즈니플러스가 CDN 사업자와 계약을 통해 비용을 지불하면 CDN 사업자는 국내 통신사에 직접 망을 연결해 전용회선료인 망 사용료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는 글로벌 OTT에 대한 망 사용료 부과가 적합한지에 대한 논쟁을 뒤로 하고 어찌됐든 한국 시청자들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는 판단이다. 망 사용료를 따로 낼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중인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와의 1심에서 패소를 했지만 항소를 제기해 법정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中 ‘아이치이’, 한한령에도 전지현 나오는 ‘지리산’ 공개

중국 정부의 한한령(한류 제한령)이 이어지는 상황이지만 중국판 넷플릭스로 불리는 글로벌 OTT 플랫폼 아이치이(iQIYI) 인터내셔날도 본격적으로 한국 콘텐츠를 공략하고 나섰다. 아이치이는 23일 첫방송한 tvN 드라마 ‘지리산’을 전세계 동시 공개했다. 아이치이는 지난해부터 한국 드라마 판권을 대거 사들이면서 전지현이 출연하는 드라마 ‘지리산’의 해외 판권도 구매했다. 유쿠, 텐센트 비디오와 함께 중국 3대 동영상 사이트인 아이치이는 한국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태양의 후예’ 등을 독점 방영하면서 업계 선두주자로 나섰다. 아이치이는 이미 몇 년 전부터 한국 드라마 효과를 톡톡히 본 만큼 ‘지리산’에 이은 대작 드라마 투자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