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안의 건강노트] 몸이 먼저 만들어져야, 치료가 잘 됩니다
정이안 한의학 박사  기사입력 2021-10-31 14:16:07
치료에 앞서, 몸이 먼저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압니다. 그런데 막상 급해서 치료를 하려고 하면, 몸 만드는 것은 뒷전이고 급한 증상 호전되는 일에 매달리게 되는 것이 사람 마음입니다. 왜 아니겠어요. 여러 가지 증상들이 한꺼번에 생기고 몸이 형편없이 나빠져서 괴로우면 마음이 급해지는게 인지상정이지요. 간단하게는 감기부터 심하게는 중증암이나 뇌혈관질환, 심혈관 질환까지 모든 치료의 이치는 동일합니다. 몸이 만들어지면 치료가 잘 된다는 것입니다.

이 곳 저 곳 안 아픈 데가 없는 자율신경기능이상

제가 진료실에서 주로 만나는 자율신경 기능에 문제가 있는 환자들 대부분은 얼굴 열감, 눈 열감, 가슴 답답, 어지러움, 발 시림, 온 몸의 이름 모를 통증, 입 마름, 설사 또는 변비, 만성 소화장애, 호흡곤란, 심장 두근거림 등등 아주 복잡하고 다양한 증상들을 호소합니다. 아닌 게 아니라 종합적인 증상들로 잠도 못 자고 숨도 잘 못 쉬고, 춥고 떨리고 시리고 하다보니, 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니라는 표현이 딱 맞습니다.

이렇게 진료실을 찾아오는 환자들에게 교감이 어떻고 부교감이 어떻고 한참 설명을 하고 원인과 치료 예후를 설명해드리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마음이 급하다 보니, 어찌하든 치료가 빨리 되도록 해달라는 요청들을 해 옵니다.

몸이 먼저 만들어져야 하는 이유

자율신경실조 환자들의 거의 대부분 (99.9%)은 기혈의 흐름이 건강 상태가 아닌, 상열하한(上熱下寒) 상태입니다. 그러니 온 몸에 퍼져있는 말초신경의 일종인 교감-부교감신경의 불균형 영향으로 안 아픈 데가 없는, 괴로운 증상들이 지속되는 것입니다.

온 몸이 다 아플수록, 몸이 스스로 수승화강(水升火降)이 잘 되도록 먼저 기혈의 흐름을 먼저 바로 잡아서 몸을 제대로 만들어야, 교감-부교감신경의 균형도 잘 잡히고 치료가 효율적으로 진행됩니다. 하지만 몸이 만들어질 때까지 여유 있게 기다릴 수 있는 환자는 거의 없습니다. 그러니 동시에 하는 것이지요. 몸도 만들고, 치료도 함께 하는 겁니다.

수승화강 잘 되면 면역력도 쑥쑥

감기만 봐도 그렇습니다. 증상이 비슷해 보여도, 면역력이 좋고 기혈 흐름이 원활한 사람은 금방 감기가 달아납니다. 반면에 면역력이 낮고 상열하한이 심한 사람은 감기도 2주, 4주, 심지어는 몇 달을 달고 삽니다.

그러니 복잡한 자율신경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의 몸이 면역력도 낮고 기혈의 흐름도 엉망이면, 치료가 당연히 더디지요. 아무리 치료해도 효율이 떨어지는 겁니다. 일단은 수승화강이 잘 이뤄지고, 면역력이 향상되며 활성에너지가 높은 몸으로 몸 상태가 좋아지면, 증상이 복잡해 보여도 치료는 어렵지 않습니다.

얼마나 치료해야 나을 수 있을까요?

제가 네이버 지식IN 상담에 전문가 답변을 다는 일을 해 온지 오래되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질문은 ‘이런 이런 증상이 있는데 얼마나 치료해야 하는지’를 묻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증상만 봐서 치료가 잘 될지 아닐지를 알 수 없다는 것이 정확한 답변입니다. 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지요. 증상이 얼마나 중한가 덜한가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증상을 가진 사람의 기력과 에너지, 면역력이 얼마나 되는지가 치료의 성패를 가르게 되기 때문입니다.

결국 그 답은 사람을 살펴보고 증상을 가진 사람의 상태가 어떤지를 보아야 치료을 통해 잘 나을 수 있을지, 치료한다면 얼마나 치료해야 할지를 알 수 있는 것입니다.

병 보다 사람을 먼저 보는 한의치료

그래서 한의에서는 질병 그 자체를 먼저 보지 않고, 질병을 가진 사람을 먼저 관찰하는 것이 기본 중에 기본입니다. 가지고 있는 증상을 없애려면, 증상이 잘 치료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부터 진찰해서 구분합니다. 그리고 그런 조건이 없는 환자는 조건을 만드는 일부터 먼저 진행해야 합니다.

너무 기력이 약하고 면역력이 낮아서 치료할 에너지가 없는 환자는 치료할 수 있는 조건이 되도록 여러 가지 처방으로 돕습니다. 이렇게 몸 상태를 좋아지게 북돋우면서 치료를 하면 치료 효율이 좋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환자들은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숨 쉬는 것도 힘들어하기 때문에 기력이 좋은 사람이 드뭅니다. 대개는 면역력이 바닥인 상태로 내원하게 됩니다.

어떻게 치료할까

그러니 무너진 몸을 북돋워서 치료할 만한 몸으로 먼저 만드는 것이 치료보다 더 우선인 셈이지요. 치료가 잘 되려면 몸이 치료할 수 있는 조건이 되어야 하는 것이니까요.

몸을 먼저 만드는 처방은 한의 치료에서 무수히 많습니다. 공진단을 포함해서 다양한 보약 처방, 그리고 다양한 보양 약침들을 통해서 수승화강을 돕고 면역력을 올리면서 기력을 북돋는 것이지요. 물론 이런 처방들은 당연히 진찰 후에 결정이 되어야 합니다. 얼마나 처방해야 할지를 가늠하기 위해서는 한의사의 꼼꼼한 진찰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아무쪼록, 안 아픈 데가 없이 온 몸이 이 곳 저 곳 아픈 분들은 몸을 먼저 만들어서 속히 회복되실 수 있도록 잘 치료받으시길 바랍니다.

정이안 한의학 박사





● 정이안 한의학 박사 프로필

한의학박사, 정이안한의원 원장이며, 자율신경연구소 원장이고, 동국대학교 외래교수이다. 저서로 생활습관만 바꿨을 뿐인데, 직장인건강 한방에 답이 있다, 몸에 좋은 색깔음식 50 등 다수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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