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안의 건강노트] 약을 먹어도 효과가 없는 이유
정이안 한의학 박사  기사입력 2021-11-07 12:34:46
진통제를 먹어도 통증이 없어지질 않고, 수면제를 먹어도 잠을 제대로 못 자는 사람 많습니다. 그런데 효과가 없다면서도 약을 꾸준히 먹는 사람도 있습니다. 병원 약은 약효 지속 시간만큼 효과가 나게 되어있는 것이 맞는데, 약을 먹어도 전혀 반응이 없다고 하면서도 계속 약을 먹는 이유는 안 먹으면 몸이 안 좋아질까 걱정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왜 약을 먹어도 효과를 못 느끼는 걸까요?

진통제 먹어도 통증이 그대로

진통제가 듣지 않는 통증이 있을까 싶지만, 제법 많습니다. 그리고 혈압약으로도 혈압이 내려가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 소화제를 먹어도 소화가 여전히 안 되기는 마찬가지라는 사람도 있구요. 도대체 왜 그런 걸까요? 진통제는 약효 지속시간 동안만큼이라도 통증을 잊어버리게 해주는 약이고, 수면제는 잠을 잘 수 있도록 효과를 내는 약인데 말입니다. 이쯤 되면 참 답답합니다. 약효를 기대하고 약을 먹는데, 약효가 없다니요.

약이 잘못된 걸까?

약이 잘못된 걸까요? 이쯤 되면 약이 어딘가 잘못된 것이 아닐까, 효과가 없는 약을 먹은 건 아닐까? 의심해봐야겠지요? 그런데 같은 약을 다른 사람들이 먹으면 통증도 멎고 소화도 잘되고 잠도 푹 잘 자니, 그렇지 못한 사람은 뭐가 잘못된 걸까, 생각하게 됩니다.

제가 진료실에서 만나는 환자들의 상당수는 온 몸의 다양한 증상들로 몸과 마음이 괴로운 자율신경실조 환자들인데, 내원 환자의 절반은 지금껏 먹어온 약들의 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리고 약이 안 듣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답답해합니다. 그런데 약을 먹어도 약효가 제대로 안 나는 사람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약효를 못 느끼는 이유

약효가 제대로 나기 위해서는 몸이 약의 효과를 받아들일 만한 상태가 기본적으로 되어야 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예민해져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없는 증상이 없는 자율신경실조 환자를 예로 들어볼까요? 자율신경실조 환자의 대부분은 소화 장애로 제대로 소화를 못 시켜서 마음껏 식사를 하지 못하니 기력은 바닥이고, 진통제 소염제 항생제 등등의 복합적인 약물들을 복용하면서 장 내 미생물의 생태계가 파괴되고 약에 내성이 생겨 있는 사람들입니다. 다른 사람은 하루만 먹어도 약효가 나타나는 약이지만 자율신경실조 환자들은 두 세배 기간 동안 복용해도 약효가 나기 어렵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약효가 나올 만한 몸 상태가 아니기 ㄸㅒ문입니다.

약효 제대로 보려면

그러면 약효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가 생깁니다. 답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약효가 제대로 난다는 것은 몸이 약에 반응할 만한 상태가 된다는 뜻이니, 약효가 듣는 몸을 만들면 되는 것입니다.

자율신경실조 환자들을 치료해보면, 처음에는 진통제 소화제 수면제 먹어도 전혀 효과를 못 느낀다던 사람들이, 치료를 통해 몸 상태가 어느 정도 회복되면, 진통제 먹으니 통증이 가라앉고, 소화제 먹으니 소화가 되고, 수면제 먹고 잠이 쉽게 오는 게 신기하더라 하는 이야기를 합니다. 치료가 잘 진행되어 완성도가 올라가면, 소화제 수면제 먹을 일도 물론 없어집니다. 몸이 회복된 후에는 증상을 완화시키는 약을 먹을 필요가 없게 된다는 의미지요.

한의 치료로 약효 듣는 몸 만들기

약효 듣는 몸 만들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기혈 순환이 잘 되는 몸을 만들면 되는데, 수승화강(水升火降) 상태로 만드는 것입니다. 스스로 하기 힘들기 때문에 한의원에서 약침 치료, 한약 처방의 도움을 받아 잘 조절하면 순환이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치료를 하는 데에도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너무 기력이 바닥이어도 치료하기 힘들고, 약효 또한 전혀 나질 않기 때문입니다. 병원약이던, 한약이던 상관없이 약효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에너지가 어느 정도 받쳐줘야 가능합니다.

그래서 한의에서는 증상만 보지 않고, 증상을 가진 사람의 몸 상태를 먼저 보는 것이 치료의 기본입니다. 증상을 가진 사람이 약을 소화 흡수할 능력도 없고, 치료를 해 낼 에너지도 없다면, 치료 효과가 미미 할 수 밖에 없지요. 그래서 한의 치료에서도 치료약의 효능을 제대로 보게 하기 위해서는 치료받을 수 있을 만한 몸 상태를 만들어주면서, 치료를 하게 됩니다.

약효가 없다면서 낙심하는 분이 있다면, 아무쪼록 약효 느낄 수 있도록 몸을 먼저 만들어서 속히 회복되실 수 있도록 잘 치료받으시길 바랍니다.

정이안 한의학 박사





● 정이안 한의학 박사 프로필

한의학박사, 정이안한의원 원장이며, 자율신경연구소 원장이고, 동국대학교 외래교수이다. 저서로 생활습관만 바꿨을 뿐인데, 직장인건강 한방에 답이 있다, 몸에 좋은 색깔음식 50 등 다수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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