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호 객원기자 칼럼] 자영업 생존 위한 근본적 대책 수립하자
정인호 객원기자 yourinho@naver.com 기사입력 2021-11-12 16:04:33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이 후보가 음식점 총량제를 들고 나왔지만 이렇게 정부가 총량을 정하지 않더라도 지방자치단체 또는 민간위원회를 통해 자율적으로 조정하는 방법도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지난 2년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타격을 제일 많이 입은 사람들이 자영업자임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것은 통계에서도 확인되는데 지난 4일 통계청이 발표한 ‘비임금근로 및 비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에 따르면 지난 8월 비임금근로자는 전년 동기 대비 2만 9000명 줄어든 661만 명을 기록했다.

또한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가 6만 1000명 감소한 데 반해 고용원이 없는 나홀로 자영업자는 5만 6000명 증가해 질적으로도 악화되고 있다. 자영업자 매출도 크게 감소했는데, 정부는 손실보상법에 따라 손실에 비례해 보상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그 액수가 충분하다고 볼 수 없다. 이것이 대선 국면에서 이슈가 되면서 여야가 극명하게 다른 대책을 들고 나왔다.

여당의 방침은 손실보상법에 따라 보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추가적으로 전 국민 대상 재난지원금을 편성해 간접적으로 돕겠다는 것이다. 그 돈이 결국 자영업자로 돌아갈 것이며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더욱 그 혜택이 클 것이라는 논리다.

이에 대해 야당은 직접적인 지원을 원칙으로 하고, 무려 50조 원이라는 금액을 국채를 통해 조달해 지급하겠다는 주장도 펼쳤다. 이것이 현실성이 있는지는 판단하기 어려우나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더 매력적인 대안으로 비칠 것이다. 어떤 방안이 됐던 자영업자에 대한 보상은 크게 늘어나야 한다.

지난해 1차 추가경정예산부터 올해 2차 추경까지 총 추경 규모는 1168조 원이지만 이 중에서 소상공인에게 돌아간 것은 24조 8000억 원에 불과하다. 올해 3분기 손실에 대한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예상금액도 2조 4000억 원에 그칠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이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평균적으로 미국은 1인당 376만 원, 일본은 103만 원을 지급했지만 우리나라는 50만 원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에 반해 자영업자 매출이 감소한 것은 물론이고 부채가 크게 늘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개인사업자 444만 명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으로 이들의 대출 잔액은 988조 5000억 원에 이르렀다. 이 중 사업자대출이 572조 6000억 원인데, 2019년 12월에 비해 21.3% 늘어난 금액이다. 같은 기간 일반가계 대출 증가율 13.1%에 비해 1.6배나 크다.

코로나19로 자영업자의 곤란한 사정이 크게 부각되기는 했지만 사실 자영업자 문제는 뿌리가 깊고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우리나라 자영업 비중은 24.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35개국 중 6위에 해당한다. 미국(6.3%), 독일(9.6%), 일본(10%) 등 선진국에 비하면 현저하게 높다. 폐업률도 높아 지난해 폐업자수는 130만 명으로 신규사업자의 86.2%에 이르고 있다.

자영업 비중이 이렇게까지 높아진 계기가 1998년 외환위기에 있음은 대체로 공감을 이루고 있다. 대규모 구조조정이 일어나자 직장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살길을 찾아 자영업 창업에 뛰어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은 이전부터도 나타나고 있었다. 즉, 대기업은 생산기지를 해외로 옮김과 더불어 국내에서도 최소한의 고용을 유지함으로써 충분한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한 것이다.

자영업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은 좋은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지만 이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렇다고 일자리에 대한 수요가 없는 것은 아니다. 고령화와 여성의 취업증대, 그리고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움직임 속에서 의료, 요양, 교육, 보육 등 소위 사회서비스에 대한 잠재적 수요가 대단하다.

다만 그동안 성장위주 정책이 주를 이뤄왔기 때문에 이러한 부문이 주목을 받지 못하고 저임금을 받는 주변적 위치에 머물렀다. 정부가 이 부문에 대한 공적 투자를 대대적으로 늘린다면 일자리 수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향상돼 자영업에 대한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

미국 조 바이든 정부도 3조 5000억 달러에 달하는 사회복지예산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유럽 국가에서도 사회적 서비스에서 일하는 인력 비중이 높기 때문에 전 세계적인 추세라고도 볼 수 있다.

자영업자 수를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대안도 검토할 수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음식점 총량제를 들고 나왔지만 이렇게 정부가 총량을 정하지 않더라도 지방자치단체 또는 민간위원회를 통해 자율적으로 조정하는 방법도 있다. 자영업을 창업하기 위해 일정한 자격을 충족해야 한다거나 또는 교육·준비과정을 거치도록 함으로써 무분별한 창업을 방지하는 것이다.

독일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빵집이나 정육점을 열기 위해서는 해당 분야 교육을 받고 마이스터(Meister) 자격증을 따야 한다. 자연스럽게 자영업자 수준이 올라갈 뿐만 아니라 수를 줄이는데도 효과적이다.

자영업자의 협상력을 높여주는 방법도 필요하다. 업종별로 협회가 구성돼 있지만 자영업은 너무나 다양하고 이질적인 멤버들로 구성돼 있어 밀알같이 흩어지며 뭉치지 못했다. 당연한 결과로 이들의 정치적 협상력은 미미했고 정부의 관심과 보호를 받지 못했다.

대표적인 자영업 조직인 소상공인연합회조차 정관에 정치참여 금지를 못 박고 있다. 기업이 전국경제인협회 및 경영자총연합회, 노동자가 노조를 조직해 자신의 이익을 지키는 상황에서 이처럼 취약한 자영업자의 조직력은 이들을 정책 결정과정에서 소외되도록 만들었다.

더구나 이들은 기존 프렌차이즈 본부에 더해 플랫폼 기업에 의해서도 압박을 받고 있다. 프렌차이즈 본부와 플랫폼 기업은 막대한 자금과 조직력을 이용해 자영업자에게 불리한 행위를 강요하는 일이 빈번하다. 그러나 자영업자 개개인이 이들에게 대항해 자기 의지를 관철한다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 치는 것과 비슷하다.

현재 공정거래법도 자영업자를 보호하는 조항이 취약하며 정부도 자영업자의 정치세력화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그러나 취업자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이들을 방치한다면 상황은 계속 나빠질 것이며 우리나라는 ‘헬조선’의 오명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자영업자 스스로 협회를 중심으로 역량을 키우는 노력을 함과 더불어 정부에서도 이들의 정치참여에 전향적인 태도를 가질 필요가 있다.

현재 자영업자들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곤궁한 입장에 처한 집단이다. 이들을 지원하는 것은 단순히 인도적인 배려 차원에서 이뤄져서는 안 된다. 사회 한 축으로서 제대로 기능하고 중산층을 형성하는 통로로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이고 근본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정인호 객원기자 yourinho@naver.com

● 정인호 객원기자 프로필

▲캘리포니아 주립대 데이비스 캠퍼스 경제학 박사 ▲KT경제경영연구소 IT정책연구담당(상무보) ▲KT그룹컨설팅지원실 이사 ▲건국대 경제학과 겸임교수 등을 지낸 경제 및 IT정책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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