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안의 건강노트] 자율신경은 여자를 힘들게 해
정이안 한의학 박사  기사입력 2021-11-14 06:06:42
동의보감 내경 편에는 ‘열 명의 남자보다 한 명의 여자를 치료하기 어렵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여자는 다달이 월경 때문에 호르몬 변화가 복잡하며, 기력도 딸리는 데다가, 면역력이 낮아 다양한 문제가 복합적으로 발생합니다. 그래서 아낙네 한 사람 치료하기가 장정 열 명 치료하기보다 어렵다고 기록한 듯합니다.
 
여성은 임신, 출산, 완경 등의 생애 주기에 따른 호르몬 변화가 남성에 비해 급격하고 큰 것은 사실입니다. 제가 진료실에서 만나온 수많은 자율신경 기능이상 환자들을 성별로 보면, 여성과 남성 비율이 7대 3 정도로 여성이 월등히 많습니다. 그리고 여성의 자율신경 기능이상으로 인한 증상들은 남성에 비해 더 다양하고 증상의 업다운 폭도 큽니다.
 
그래서 오늘은 온 몸이 보내오는 다양한 이상 증상들의 총합이라고도 불리는 자율신경실조가 어떻게 여성을 힘들게 하는지 알아보려고 합니다.
 
여성과 자율신경
 
임상적으로도 여성은 호르몬 변화가 심해서 남자보다 자율신경기능이상에 노출될 위험이 더 큽니다. 예를 들면, 생리전증후군(PMS)이 심한 여성은 일상생활 리듬을 한결같이 유지하기란 불가능하지요. 한 달에 일주일은 온 몸이 아프고 긴장되며 우울감 또는 히스테리 증상을 가지고 생활하기 때문입니다.
 
PMS가 심하지 않은 여성이라도, 월경을 다달이 하는 여성은 월경 전후와 월경 기간 동안 쉽게 지치고, 심리적으로 예민해집니다. 그리고 임신과 출산 과정, 그리고 출산 후에도 급격한 호르몬 변화, 체중 변화를 겪으면서 육체적으로는 물론이고 심리적으로도 임신 전의 상태로 회복하기란 정말 어렵습니다.
 
거기다가, 완경이라는 엄청난 생애 주기를 맞이하게 된 여성은 갑자기 여성호르몬의 공급이 끊어져서 생기는 다양한 자율신경 기능이상 증상들을 견뎌내기가 정말 힘듭니다. 생애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각종 통증들을 한꺼번에 맞닥뜨리기도 하니까요. 그리고 완경 이후에 급속하게 진행되는 노화 현상으로 근력, 지구력, 관절의 힘, 피부 탄성이 형편없이 떨어지지요. 심리적으로도 자신감 결여, 우울, 울화 등의 감정들이 매일 심했다 덜했다 합니다. 그러니 자율신경기능의 균형을 잘 이루고 사는 것이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어지러워, 열나요, 시려요, 잠 못 자요
 
자율신경 기능에 이상이 있을 때 가장 많이 호소하는 증상들이 ‘어지러워요’, ‘열나요’, ‘시려요’, ‘잠 못 자요’, ‘이유 없이 아파요’, ‘땀나요’, ‘숨 못 쉬어요’ 입니다. 그 증상들은 가족도 배우자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데다, 한 두 가지가 아니라 한꺼번에 여러 가지 심하면 수 십 가지 증상들이 동시에 발현되기 때문에 본인이 지치는 것은 물론이지만 가족들도 아주 힘들어합니다.
 
매일 매 순간이 아프다, 힘들다, 어지럽다, 못 먹겠다 하는 이야기이고 수 십 가지 약들을 먹을 수 밖에 없으니 곁에 있는 사람들도 점점 지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병원에 전화상담을 요청해오는 사람들은 아픈 본인도 많지만, 남편이나 딸, 또는 어머니가 답답한 마음에 상담이라도 받아보기 위해 전화를 해오시는 분들입니다. 힘들어하는 것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뭔가 도움이 되어주고 싶은 마음인 것이지요.
 
원인은 오래 전에 시작되었던 것
 
자율신경 균형이 깨어져서 진료실을 찾아오는 여성들을 진찰해보면, 그 원인이 아주 옛날부터 시작된 경우가 많습니다. 20대 여성은 사춘기 때 겪었던 가정불화나 부모와의 갈등, 학교 생활의 불만 등으로 분노, 우울, 울화의 시기를 보냈을 때가 병의 시작이기도 하고, 40대 여성은 20대 때 임신 출산 후에 생긴 심신의 변화 그리고 육아와 경제난으로 인한 스트레스, 긴장 압박 등이 시작이기도 합니다.
 
60대 여성은 완경 이후에 균형이 깨어진 자율신경 기능이 회복되지 않고 증상이 더 심해진 것이 원인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짧으면 5년 길면 40-50년까지 긴장과 불안, 압박과 분노의 시간들을 지내면서 자율신경 기능이 불균형 상태로 어긋나게 됩니다.
 
자율신경 고장 나기 쉬운 직업군
 
모든 직업이 장 단점이 있지만, 특히 자율신경의 균형을 깨뜨리기 쉬운 직업군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3교대 하는 직업이 그렇습니다. 그것도 일률적으로 항상 같은 시간대에 근무하는 3교대면 다행인데, 이번 주는 낮 근무 다음 주는 새벽 근무하는 식으로 근무시간이 주마다 바뀌어 신체리듬을 해치는 직업 말입니다. 항공 승무원이나 병원 근무 간호사들이 진료실을 많이 찾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또 낮에 자고 밤에 근무하는 직업도 마찬가지로 자율신경기능에 이상이 오기 쉽습니다. 밤에 장사를 해야 하는 사람도 그렇고, 새벽까지 작업을 해야 하는 직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직업적으로든, 습관적으로든 낮에 자고 밤에 일하는 직업은 자율신경에 문제가 생길 확률이 높습니다.
 
이외에도 여러 방향으로 심리적인 압박을 많이 받는 교사 직업군과 종교인, 계속되는 시험의 압박 속에서 긴장하면서 공부하는 수험생들, 그리고 일하는 시간과 수면시간이 불규칙하고 긴장도가 높은 직업인 연예인도 마찬가지로 자율신경 기능에 이상이 잘 생기는 직업군입니다.
 
정이안 한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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