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첨되면 돈방석”…과천, 신길 오피스텔 청약에 각각 12만명 몰려

분양업계에 따르면 최근 아파트값에 이어 오피스텔 가격도 강세를 보이면서 분양 시장에서 조기 '완판(완전판매)'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주간한국 장서윤 기자]아파트 청약 열풍이 오피스텔로 옮겨 가고 있다. 비주택 오피스텔은 아파트에 비해 규제가 덜해 투자자들이 대거 몰려들면서 청약 시장이 과열 양상을 띠고 있다. 특히 100실 미만의 오피스텔은 전매 제한의 규제를 피할 수 있어 투기 수요를 부채질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당첨만 되면 바로 웃돈을 받고 명의 이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일 진행된 힐스테이트 과천청사역 오피스텔 청약은 신기록을 경신했다. 역대 오피스텔 청약 경쟁률 중 최고치인 1398대 1을 기록한 것이다. 이 청약에는 89실 모집에 12만4426명이 신청했다. 과천 힐스테이트는 전용 84㎡의 최저 분양가가 무려 15억5000만원에 달해 같은 규모의 웬만한 아파트값을 훌쩍 뛰어넘는 고가의 분양가에도 과열 투기가 이어졌다. 펜트하우스의 가격은 22억원까지 치솟았다.

청약 현장 주변에서는 분양권을 사고 팔기 위한 부동산 중개업자들과 당첨자들이 뒤엉키면서 시장판을 방불케 하는 혼란을 빚기도 했다. 대우건설이 지난 3일 진행한 ‘신길 AK 푸르지오’ 오피스텔의 청약 접수도 다르지 않다. 96실 모집에 12만5919명이 접수해 평균 경쟁률 1312대 1로 청약을 마감했다. 신청자가 몰리면서 서버가 일시 마비돼 시행사가 마감 시간을 오후 5시에서 밤 12시까지로 연장하기도 했다.

서울 수익형 부동산 매매총액 역대 최대치…35조원 돌파

이 같은 ‘오피스텔 열풍’을 반영하듯 올 들어 서울의 수익형부동산(상가·오피스 등 임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부동산) 매매 총액은 통계 집계 이래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 통계를 분석한 결과 올해 1∼9월 서울의 상업·업무용 부동산 매매 총액은 35조7천550억9266만원, 건수는 1만4053건으로 집계됐다. 총액과 건수 모통계 집계가 시작된 2006년 이래 1∼9월 기준 가장 큰 규모다.

특히 매매 총액의 증가세가 놀랍다. 종전 최대치였던 지난해 같은 기간 25조4030억7227만원 보다 무려 10조3520억2039만원 이 늘어난 것이다. 1년 사이 10조원 이상 거래액이 증가한 것으로 볼 때 가파른 가격 상승은 물론 거래액도 함께 늘어났음을 알 수 있다.

수익형부동산의 건축물 주용도별 매매 건수는 공연장·사진관 등이 포함되는 제2종 근린생활시설(5182건)이 가장 많았다. 이어 소매점·휴게음식점을 비롯한 제1종 근린생활시설(3631건) 판매시설(2501건) 업무시설(1921건) 교육연구시설(294건), 숙박시설(224건) 순이었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다양한 업종의 입점이 가능한 근린생활시설과 안정적인 임대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업무시설의 매매 건수가 올해 눈에 띄게 늘었다”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공실 리스크가 커진 판매시설과 숙박시설의 매매는 예년에 비해 저조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수익형 부동산이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 정책에 기인한다. 아파트 등 주거 상품으로 월세를 받던 수요자들이 투자여건이 악화되자 상업·업무용 부동산으로 투자처를 돌렸기 때문이다.

상업o업무용 부동산은 아파트에 비해 전매가 자유롭다. 또,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아 다주택 관련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대출도 주거시설에 비해 쉬운 편이다. 실제로 오는 연말 종합부동산세 부과 시기가 임박하면서 다주택자와 고가아파트 1주택자들은 긴장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올해부터 급격히 증가하는 종부세 부담에 다주택자들이 일부 매물을 내놓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다주택자와 고가주택 1주택자들이 역대급으로 증가한 종부세 고지서를 받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예를 들어 15억원대 아파트 2채를 보유한 사람의 경우 지난해보다 4000만원 정도 종부세를 더 내야 한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도 나왔다. 강남권 3주택자 보유자는 올해 보유세 부담액이 대기업 임원 연봉보다도 많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보유세 상승은 내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올해도 집값이 오른데다 정부가 보유세의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 현실화 작업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전세난 대안으로 규제 완화되는 오피스텔 반사이익 누려

이런 상황 탓에 특히 오피스텔은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고가 주택을 보유하거나 2주택 이상이 될 경우 세금 부담이 과중해지는 상황을 피하고자 규제가 덜한 오피스텔로 투기 자금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주택시장에 전매, 대출, 세금 등 이중·삼중의 규제가 겹쳐진 데 이어 최근 거주 의무기간까지 적용되자 비교적 규제 부담이 낮은 생활숙박시설이나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 등이 각광받는 모습이다. 현재 전국 투기과열지구는 49개 지역, 조정대상지역은 111개 지역이 지정돼 있다. 이 지역들은 2주택 이상 보유 세대의 경우 주택 매입을 위한 주택담보대출이 금지되고, 양도세·종부세·보유세 부담이 커지는 등 각종 규제가 적용된다.

실제로 규제지역 내 주택 보유자가 주택을 추가 취득하면 2주택 시 취득세가 8%, 3주택 시 12%로 올라간다. 그러나 오피스텔은 주택 보유 수와 무관하게 보유세 4.6%만 적용된다. 100실 미만 오피스텔은 전매 제한도 없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일단 분양을 받은 후 수천만 원대 프리미엄을 붙여 팔 수 있는 기회도 있는 것이다.

여기에 정부는 오피스텔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오피스텔이 심각한 전세난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논리에서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지난 11일 주거용 오피스텔의 바닥 난방 허용 기준을 기존 전용면적 85㎡ 이하에서 120㎡까지 확대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오피스텔 건축기준’을 개정 고시했다. 국토부는 이번 규제 완화로 주거형 오피스텔 공급이 보다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정부의 대출규제 강화로 최대 40%까지 대출이 가능한 아파트와 달리 오피스텔은 최대 70%까지 대출받을 수 있어 수요가 더욱 몰리고 있다. 오피스텔은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보유 주택 수와 무관하게 당첨 기회가 있다. 청약통장을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결과적으로 오피스텔이 심각한 전세난의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관련 규제가 완화되는 상황이 투기 과열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 정책적 지원 받는 수도권 지식산업센터도 인기

여타 부동산과 달리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지식산업센터도 인기다. 지식산업센터는 ‘한 건축물에 제조업, 지식산업 및 정보통신산업을 영위하는 자와 지원시설이 복합적으로 입주할 수 있는 다층형 집합건축물’로 정의돼 있다. 지식산업센터는 서울과 경기지역에 전체 공급물량의 80% 이상이 집중되어 있으며, 대형 지식산업센터를 중심으로 신규 공급이 증가하는 추세다.

지식산업센터는 다른 부동산에 비해 규제가 적고 분양권 전매에 제한이 없으며 보유주택 수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개인이든 법인이든 사업자등록만 하면 분양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입주 기업의 세제 혜택이 크고 장기 입주 수요가 많아 위치가 좋다면 안정적인 임대수입을 올리는 것도 가능하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지난 10월 ‘지식산업센터 시장 동향 및 전망’ 보고서를 통해 “서울 지식산업센터 매매가격은 2018년 3분기 이후 높은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불안 요인도 존재한다. 보고서는 “금리 인상과 규제 강화로 인한 투자 환경 악화가 가격 불안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부동산 관계자들은 주택 시장에 대출과 세금 규제가 가해지고 주택 가격이 오를 만큼 올랐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수익형 부동산으로 자금이 몰린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주택시장의 규제 강화로 단기 투자가 어려워지면서 전매가 가능하고, 환금성이 비교적 높은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 수요가 쏠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위드 코로나와 함께 시중 유동자금이 증가하는 상황이 맞물리면서 규제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수익형 부동산의 인기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주택보다 환금성 떨어지고 수익률 부침 심해 “투자 유의”

수익형 부동산을 향한 투기자금의 쏠림 현상은 코로나19에 따른 정부의 경기 부양책으로 시중에 풀린 풍부한 유동자금이 상당 부분 유입됐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8월 기준 평균 광의 통화량(M2기준)은 3494조4000억원으로, 2002년 관련 통계 편제 이후 사상 최대 수준이다. 연일 급등하는 주택 가격에 피로감이 쌓이고, 정부가 주택시장에 강력한 규제 기조를 유지하면서 수익형 부동산이 반사 이익을 누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아파트를 비롯한 서울의 주택 매매량은 올해 현저히 줄어드는 추세다.

수익형 부동산의 인기는 경매 시장에서도 두드러진다. 법원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이달 들어 상가(근린상가, 점포, 아파트 상가, 오피스텔 내 상가 등 포함)의 낙찰가율은 148.4%로 올해 들어 월간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총 응찰자수(156명)와 평균 응찰자수(13.0명)도 올해 가장 많은 수준이다.

지난 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된 지하 2층∼지상 4층, 토지 면적 168.5㎡, 건물 면적 162㎡ 규모의 강남구 청담동 '꼬마빌딩'(근린상가) 경매에는 무려 120명의 응찰자가 몰렸다. 감정가 52억1900만원에 입찰에 부쳐진 이 물건은 102억5100만원에 주인을 찾으며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196.4%에 달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주택에 대한 대출 규제가 심해지는 상황에서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방역 체제 전환에 따른 경기 회복 기대감으로 수익형 부동산에 수요가 몰리는 형국”이라고 진단했다.

이처럼 고강도 주택시장 규제와 풍부한 유동성 장세가 위드 코로나에 따른 경기 회복 기대감과 맞물리면서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자들의 발길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고가의 수익형 부동산을 보유한 자산가라도 소유 주택이 없다면 무주택자 자격으로 청약 가점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여 수석연구원은 “경기회복 기대감으로 수익형 부동산의 공실 리스크가 줄면서 자금 쏠림이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수익형 부동산은 주택보다 환금성이 떨어지고 경기 상황에 따라 수익률에 부침이 커 꼼꼼하게 실익을 따진 뒤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선임연구원도 “수익형 부동산은 경기에 민감한 만큼 금리 인상 가능성 등을 고려해 입찰에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