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수사 전방위로 확대하는 공수처, 시간이 얼마 없다
이재형 기자 silentrock@hankooki.com 기사입력 2021-11-19 15:29:36
관련 의혹 수사 결과에 따라 ‘종이 호랑이’로 전락할 수도
  •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지난달 28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열린 하반기 공수처검사 임명장 수여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주간한국 이재형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대검찰청 압수수색에 다시 착수하면서 ‘고발사주’ 의혹 등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둘러싼 수사에 속도가 붙고 있다. 의혹의 핵심인 ‘사주’ 주체를 특정하지 못한 채 공전의 상태에 머물러 있던 고발사주 수사가 새로운 전기를 맞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특히 야당의 유력 대선 주자가 된 윤석열 후보를 둘러싼 수사라는 점에서 공수처의 고민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확실한 물증를 확보하지 못한 채 야당의 유력 후보에 대한 수사를 억지로 밀어붙이기가 버거울 수 있다. 또한 아무런 실체도 밝히지 못한 채 윤 후보와의 고리를 연결하지 못할 경우 ‘맹탕’ 수사라는 비난을 감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尹 측근으로 꼽히는 손준성 검사 정조준하는 공수처
 
지난 15일 공수처는 대검찰청 수사정보담당관실 등에 차량 2대와 검사와 수사관 20여명을 투입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최근 주요 피의자들이 소환된 고발사주 의혹을 비롯해 ‘판사사찰 문건 불법 작성 의혹’ ‘한명숙 모해위증 감찰·수사 방해 의혹’ ‘옵티머스 펀드사기 사건 부실 수사 의혹 ’ 등 윤 후보가 피의자로 입건된 수사 4건이 영장에 포함됐다.
 
공수처가 윤 후보 수사 건으로 대검 압수수색에 나선 건 이번이 3번째다. 앞서 공수처는 지난 9월 28일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을, 지난 5일 대검 감찰부를 차례로 압수수색한 바 있다. 이달 초 윤 후보가 검찰총장 재직 당시 부속실에서 근무했던 실무관 A씨에 대해서도 여러 차례 소환을 통보하는 등 조사는 전방위로 이뤄지고 있다.
 
앞서 이뤄진 압수수색에선 고발사주 의혹이 중요 타깃이었지만 공수처가 윤 후보 관련 사안 전반으로 수사의 영역을 넓힌 모양새다. 검찰 수사는 다시 손준성 검사를 정조준하고 있다. 수색이 이뤄진 수사정보담당관실은 고발 사주 고발장이 오갔던 지난해 4월 손 검사가 대검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으로 일했던 사무실이다. 판사 사찰 문건 작성 의혹과 관련해서도 공수처는 지난달 23일 손 검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고발사주 의혹 ‘누가 사주했나’…이번엔 밝혀질까
 
공수처는 올해 안에 핵심 혐의점을 매듭 짓겠다는 목표로 한창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김진욱 공수처장은 “(윤석열 후보에 대한) 수사 4건이 언제 종결되느냐”는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의 물음에 “선거 때까지 저희가 이걸 가지고 갈 생각은 전혀 없다”면서 “대선에 영향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공수처가 수사를 집중하고 있는 고발사주 의혹은 사주한 주체가 누구인지 특정하지 못한 채 답보 상태에 머물고 있다. 21대 총선을 앞둔 지난해 4월 윤 후보 총장 재임 시절 검찰이 당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후보자였던 김웅 의원을 통해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등 여권 인사들과 MBC 기자 등에 대한 형사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이 인터넷 언론 ‘뉴스버스’ 보도를 통해 제기됐다.
 
지난해 8월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된 최 대표는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며 고발사주 의혹의 실체적 진실 규명이 소송의 향방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의혹을 최초 제보한 조성은 씨가 자신의 휴대전화 포렌식 검사 등을 통해 ‘손준성 보냄’이라는 텔레그램 꼬리표가 달린 고발장과 김 의원과 조 씨의 통화 녹음 파일 등 핵심 증거를 복원하면서 고발장 전달과 실제 고발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까지는 사실 관계가 상당부분 확인된 상태다.
 
녹취록에 따르면 당시 김 의원은 미래통합당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이었던 조 씨와의 통화에서 고발장 접수 방식을 논의하면서 “당 지도부가 검찰에 가서 고발장을 내는 게 좋겠다”라거나 “대검찰청 공공수사부에 전화해 놓겠다”라고 했다. 또 “검찰 출신인 자신이 대검을 찾아가면 윤석열 총장이 시켜서 온 게 돼 자신은 빠져야 한다”, “검찰이 받기 싫은데 억지로 받는 것처럼 해야 한다”라고도 주문했다. 고발장 접수 시 검사 출신인 자신이 개입했다는 점을 숨기려는 의도로 보였다.
 
특히 김 의원이 “고발장은 저희가 만든다”고 말한 것을 두고 발언 속 ‘저희’가 의미하는 것이 검찰인지 국민의힘인지가 수사의 관건으로 떠올랐다. ‘저희’가 검찰이라면 적어도 고발사주가 검찰이나 내부자에 의한 것이라는 연결고리는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윤 후보와 의혹을 관련 지을 ‘스모킹건’이라는 해석이 뒤따르기도 했다.
 
이에 공수처는 지난 4일 김 의원을 소환해 조사를 했지만 김 의원에게 고발장을 보내도록 사주한 인물이 누구인지 아직까지 밝히지는 못한 상태다. 김 의원은 조사를 받고 나온 뒤 논란의 핵심인 ‘저희’가 누구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기억 안 난다”라고 답하는 등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누구로부터 ‘손준성 보냄’이라고 적힌 고발장을 받았냐는 질문에도 “(고발장) 제보자가 기억 안 난다”며 넘어갔다.
 
오히려 김 의원은 “녹취록을 전체적으로 다 봤는데 악마의 편집이 있다는 느낌“이라며 ”녹취록 전체 내용이 공개되면 어떤 취지에서 그런 이야기가 오갔는지, 고발사주가 얼마나 허무맹랑한 이야기인지 이해할 것“이라며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부인했다.
 
정치권 압박과 특검 요구 뒤집을 ‘반전’ 필요
 
수사가 장기화될수록 공수처 입장에선 ‘야당후보 탄압’이라는 부담스러운 프레임에 더욱 비치게 됐다. 남은 시간동안 공수처가 핵심 증거물을 확보해 ‘반전’을 꾀할 수 있을지 주목될 수밖에 없지만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일단 수사 대상인 손 검사 측은 공수처의 압수수색 등 수사 과정에 대해 위법 소지를 주장하며 완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손 검사 측은 압수수색 이튿날인 지난 16일 입장문을 내고 “전날 진행된 공수처의 대검 압수수색 과정은 형사소송법에 명백히 위반된다”며 “이번 위법한 압수수색 절차를 포함해 그간 수사에서 발생해 온 공수처의 각종 인권 침해와 위법한 수사 방식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향후 강력히 대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치권에서 계속 들먹이는 ‘특별검사제도’ 논란도 부담이다. 여야 등 정치권에서는 고발사주 의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대장동 의혹에 대해 동시에 특검 수사를 도입해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받고 있다. 이 후보가 대장동 의혹에 대한 특검을 조건 없이 수용하겠다고 입장을 전환하면서 고발사주 의혹에 대한 특검 이슈도 급부상할 수밖에 없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1일 언론 인터뷰에서 “대장동 의혹과 고발 사주 의혹을 즉각 동시 특검 하자. 우리는 자신 있다”며 “다만 한 특검에서 두 사건을 다룰 수는 없으니 대장동 특검 임명권은 야당이 행사하고 고발사주 건은 여당이 행사하자는 것을 제안할 수 있다”고 했다.
 
이재형 기자 silentrock@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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