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째 제자리걸음…‘우주청’ 설립 본격화되나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 기사입력 2021-11-26 09:29:03
공감대는 이미 형성…누리호 1차 발사 이후 가속화 조짐
  • 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제작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ll)가 지난달 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국내에도 우주 전담 정부조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실 우주 강국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 별도의 새 조직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이미 정치권을 중심으로 수년 전부터 제기돼 왔다. 그러다 지난 5월 한미정상 회담에서 한미 미사일 지침이 42년 만에 완전히 종료되고 아르테미스 약정에 합의하면서 우주산업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커진 상황이다.

게다가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누리호 1차 발사 이후 우주 전담 정부조직, 일명 ‘우주청’ 설립 움직임에 가속이 붙고 있다. 이미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당대표는 2019년에 대통령 직속 우주청을 신설하자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같은 당 양정숙 의원은 지난 7월 ‘우주개발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부처 산하 조직 한계 뚜렷…범부처 전담 조직 필요

지난달 21일 1차 발사를 진행한 누리호는 현재 ‘완벽한 성공’을 위한 재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은 누리호 2차 발사를 내년에 바로 진행할 예정이다. 이는 1차 발사 결과와 무관하게 지난해 12월 미리 결정돼 있던 사항으로 2차 발사 날짜는 잠정적으로 내년 5월 19일로 정해져 있다.

과기정통부와 항우연은 누리호 사업을 통해 우주 기업에 발사체 개발 기술을 이전하고 항공우주 분야 체계종합기업을 발굴·육성해 민간 주도 우주 경쟁 시대에 국내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도록 도울 예정이다. 반복 발사 사업과 별개로 과기정통부와 항우연은 누리호 성능 개선 향상 사업 진행도 검토 중이다.

특히 누리호의 발사는 한국이 우주 강국으로 도약키 위해 우주청 설립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힘을 실어주는 계기를 만들어 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조승래 의원은 지난 10일 개최된 우주 개발 관련 당정협의회 후 열린 브리핑에서 “행정부처에서의 우주 전담 조직을 키워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재 가장 빠르게 관련 조직을 꾸릴 방법은 과기정통부 내 우주 관련 부서의 규모를 키워 지금보다 큰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다. 과기정통부는 연구개발정책실 소속 거대공공연구정책과와 우주기술과 등 2개 부서를 통해 우주 정책 업무를 수행 중이다. 하지만 항공우주 분야 관계자들은 정부 특정 부처 내 또는 부처 산하 조직은 한계가 뚜렷하다는 입장이다.

항공우주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주산업은 고도의 기술집약 산업인 자동차·항공·선박 이상으로 복잡한 공급망이 필요하기 때문에 반드시 전담 정부조직이 필요하다”면서 “민간 주도로 우주산업의 경쟁력을 키워주는 방식의 정부 정책도 필요하지만, 우주 정책은 외교, 국방, 환경 등 다양한 이슈와 결합하기 때문에 범부처 형태로 설립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컨트롤타워 필요성 제기…공군은 ‘우주사령부’ 창설 박차

아무래도 우주 전담 정부조직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우주 강국 미국의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잘 알려진 것처럼 미국 정부의 우주정책은 냉전시대 때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1957년 세계 최초로 소련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 발사가 성공한 후 미국 의회는 그 다음 해인 1958년 대규모 우주활동을 이행할 조직인 항공우주국(NASA)을 발족시켰다.

이후 미국 정부는 막대한 자금을 우주항공 분야에 투입할 수 있었다. 조 바이든 행정부도 내년 연방 예산에서 국방비에만 7500억 달러 투입을 공언했다. 이 중 우주군에 180억 달러, NASA에 250억 달러 예산확보를 약속했다. 코트라(KOTRA) 워싱턴 무역관 자료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우주정책은 다양한 형태로 실행된다. 융통성을 최대한 키운 형태다.

크게 보면 ▲정책지침 ▲행정명령 ▲기타 정책 ▲내부지침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특히 2016년 미국 행정부는 내부지침을 통해 민간우주사업 확장의 일환으로 우주활동에 필요한 지정학적 정보를 민간기관과 공유하는 시스템을 강화키로 결정했다. 미국 정부는 우주활동에 드는 비용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물론 민간기업의 우주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게 됐다.

국내에서도 분위기는 무르익고 있다. 지난 15일 김부겸 국무총리가 국내 우주산업에 대한 민관 의결기구인 국가우주위원회 위원장으로 첫 회의를 주재했다. 민간 중심 우주경제 생태계 조성에 박차를 가한다는 것이 이날 위원회 회의의 주요 내용이었다. 김 총리는 이 자리에서 “우주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다음 목적지”라고 강조했다.

사실 이번 회의에서 주로 논의된 내용은 우주산업 생태계에 대한 것이었지만 수년간 정체돼 있던 우주개발 독립기관인 우주청 신설에 대한 논의도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이미 여권에서는 우주청 신설 계획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다만 과기정통부 내부에서 아직은 우주 관련 정부조직을 외부 기관으로 두는 것이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권현준 과기정통부 거대공공연구정책관은 같은 날 별도의 온라인 브리핑에서 “우주개발과 관련한 별도의 전담 부서가 필요하다는데 동의한다”면서 “방식이나 형태에 대해 관계부처 협의가 필요하고 과기정통부 내에 별도의 우주개발 전담 부서가 존재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우주정책은 과학기술·국방·외교를 아우르고 있기 때문에 우주 관련 부서가 특정 부처에 존재했을 경우 정책 추진이 산만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범부처 형태의 우주청이 설립되면 우주정책의 컨트롤타워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공군은 일명 ‘우주사령부’를 창설해 스타워즈 같은 미래 우주전에 대비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 2월 9일 공군이 2030년까지 대대급의 우주작전전대를, 2040년까지 그보다 상위 조직인 우주사령부를 신설한다는 ‘우주전력 발전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는 공군이 지난해 공개한 ‘스페이스 오디세이 프로젝트’의 세부 계획 중 일부다.

서욱 국방부 장관도 지난 3일 ‘국방우주력발전 추진 평가회의’에서 “우주는 군사와 비군사의 경계·구분이 불명확하고 누구나 접근과 활용이 가능한 공간”이라며 “우리 군은 이런 특성을 고려해 합동성이 극대화되는 방향으로 국방우주력을 개발·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ong@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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