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수소차 ‘연구 중단설’부터 현대차 ‘수소차 포기설’까지

2021 상하이 국제수소자동차대회에 전시된 현대차 넥쏘. (사진=연합뉴스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지난해 연말 현대자동차그룹이 제네시스 수소차 연구를 중단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수소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급락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특히 이 소식으로 인해 현대차그룹이 수소차를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급속도로 퍼지기도 했다. 전 세계 수소차 시장에서 현대차가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소식이라 연말연시부터 파장이 컸던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소식은 확실히 루머다. 현대차그룹의 수소연료전지 개발이 늦어지면서 제네시스 수소차 개발이 연기된 것은 맞지만 연구를 중단하는 것은 아니다. 기존 수소차와는 달리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개발되고 있는 제네시스 수소차는 큰 출력으로 인해 200kw급 연료전지 개발이 우선시돼야 하는데 그 개발 일정이 늦어진 것이라고 봐야 한다.

현대차 “수소차 포기설은 루머”…수소연료전지 사업부 오히려 확대

현대차그룹이 제네시스 수소차 연구를 중단하고 현대차가 수소차를 포기할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나온 근거가 현대차그룹의 지난해 11월 조직 개편과 인사에 대한 내용이었다. 수소차에 탑재하기 위해 개발 중인 수소연료전지 개발 성과와 연구 속도가 목표에 한참 미치지 못해 현대차그룹이 연료전지 담당 부서의 역할을 대폭 축소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1월 19일 사장급을 책임자로 임명하고 사업조직을 확대하는 조직 체계 개편을 실시한 바 있다. 이 개편에서 수소연료전지 사업부를 개발과 사업으로 분리했는데 이 부분에서 연료전지 담당 부서의 역할 축소라는 오해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에 따르면 이 개편은 오히려 수소연료전지 사업부를 확대하고 전문화시킨 것이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당시 조직 체계를 확대 개편하는 것은 연구 성과를 중간 점검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기술적 문제 등의 과제들을 빠르게 극복하고 연구개발 일정과 방향성을 재정립하기 위해서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것이 현대차그룹의 제네시스 수소차 개발 지연과 맞물려 오해를 더 키운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당시 조직 체계 개편은 명확히 수소연료전지 개발 역량 강화, 그리고 자원의 집중과 효율화를 위한 것이었다”며 “이 개편을 통해 현대차그룹은 연료전지의 연구개발 역량 강화를 최우선 목표로 연구소 내 자원을 집중하고 지원을 더욱 체계화할 계획”이라고 관련 루머를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기존 연료전지사업부는 개발과 사업 조직으로 분리·확대된다”면서 “수소연료전지개발센터는 수소연료전지 기술개발, 개발체계 고도화, 원가절감 및 성능확보에 주력하고 수소연료전지사업부는 사업전략·운영과 더불어 혁신적 생산기술 개발, 품질확보 체계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조직 개편을 통해 당시 연구개발본부 부본부장인 박정국 사장이 신설되는 수소연료전지담당을 맡아 연료전지 개발의 최고 사령탑으로서 수소연료전지 개발과 사업을 직접 이끌게 됐다. 수소연료전지개발센터는 김세훈 부사장이 맡아 연료전지 개발에 매진하고 수소연료전지사업부는 임태원 부사장이 맡았다. 박 사장은 최근 인사에서 현대차그룹의 연구개발을 총괄 책임지는 연구개발 본부장으로 선임됐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글로벌 수소차 판매량이 두 배 늘고 현대차는 판매량 1위를 굳힐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과도한 우려가 이번 논란을 키운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제네시스 수소차의 경우 연구 중단이 아닌 개발 연기라지만 설령 중단이 된다 하더라도 현대차그룹에서 수소차 사업이 제네시스만 있는 것도 아니고 넥쏘나 트럭 등과도 관련된 만큼 쉽게 중단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인프라 문제가 더 시급…‘수소법 개정안’은 언제?

현대차 수소플랜 문제는 현대차 자체보다 오히려 외부적인 인프라 문제에서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는 지난해 1~11월 전 세계에 등록된 수소차 판매 대수는 전년 동기(8300대) 대비 95.1% 증가한 1만6200대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글로벌 연간 수소차 누적 판매 대수는 전년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나 1만8000대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중에서 현대차의 지난해 1~11월 수소차 판매 대수는 89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46.1% 증가했다. 현대차가 연간 판매 1위 자리를 굳힐 것이 확실시 되는 상황이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수소차 계획은 국내외 동향에 비해 오히려 빠른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여전히 수소 인프라가 미흡한 데다 수소경제를 선도하기 위해 주력하고 있는 우리나라 역시 수소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지난 5일 산업통상자원특허소위원회를 열고 ‘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수소법 개정안)을 심의했지만 최종 의결에 이르지 못했다. 상임위에서 수소법 개정안 통과가 막힌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제는 올해 상반기 내에 법안 통과가 어렵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수소법 개정안에는 정부가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청정수소 중심 수소경제로 전환을 가속화한다는 등의 핵심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개정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청정수소 정의 및 인증제도 ▲청정수소 판매·사용 의무 부여로 청정수소 시장 조기 구축 등 수소산업과 인프라 관련 주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기업들은 국회가 수소법을 개정해 그린수소에 비해 이산화탄소가 다소 발생하는 블루수소까지 청정수소에 포함시켜주기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여당 의원들과 환경단체가 이에 반대하면서 최종 의결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이번에는 야당 측도 원전 정책을 거론하면서 법안 통과에 제동을 거는 등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미 현대차그룹, SK그룹, 롯데그룹 등 국내 16개 기업들이 참여한 수소기업협의체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이 지난 연말 수소산업 관련 입법을 촉구하는 호소문을 국회에 전달하기도 했다. 이 호소문에는 “수소경제 연착륙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수소법 개정이 늦어지고 있다”며 “이를 조속히 통과시켜 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