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패스로 기본권 침해 당했다”… 소송전 이어져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방역패스(백신접종증명·음성확인제) 정책 집행정지 신청 심문기일에서 원고 측 박주현 변호사가 출석 전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주간한국 장서윤 기자] “백신을 안 맞았다고 공부도 못하나.” “집 앞 마트까지 못 가게 하는 것은 인권침해 아닌가.” 정부의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 정책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잇단 소송으로 이어지고 있다. 학부모 단체가 학원·독서실 등에 대한 방역패스 효력을 멈춰달라며 집행정지 신청을 낸 것을 법원이 받아들인 데 이어 방역패스 관련 반대 시위나 소송이 잇따라 늘어나고 있다. 방역패스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제기된 신청은 예정된 것을 포함해 벌써 4건에 이른다.

먼저 함께하는사교육연합 등 학부모 단체가 학원·독서실 등 청소년 이용시설에 대한 방역패스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지난달 17일 서울행정법원에 본안소송과 함께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법원은 지난 4일 이를 받아들여 집행을 정지했다. 이에 따라 학원·독서실·스터디 카페 등에 적용하는 방역패스 효력을 정지시켰다.

법원 방역패스 효력 정지에 정부 즉시 항고 입장

정부는 방역패스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즉시 항고에 나섰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이하 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의료 대응 여력을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한 점을 고려해 즉시 항고하기로 했다”며 “본안소송에서 방역패스 적용 필요성을 적극 소명할 것”이라고 전했다.

법원은 결정문에서 12월 2주차 통계를 인용해 12세 이상 전체 백신 미접종자 중 감염자 비율은 1000명 중 1.5명(0.0015%), 12세 이상 전체 백신 접종자 중 감염자 비율은 1000명 중 0.7명(0.0007%)이라며 감염 비율 차이가 크지 않고, 학습권과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는 통계가 잘못 인용됐다며 즉각 반발했다. 미접종자 감염 비율은 0.15%, 접종자 감염비율은 0.07%로 법원이 통계 인용을 잘못했다는 것이다. 또 이는 일주일간 통계로 전체 추세를 반영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2차 전파를 일으키는 수준이 접종자와 미접종자가 2배 이상 차이가 난다고도 했다. 따라서 정부는 방역패스가 합리적인 방역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법원이 기본권 보호를 강조하면서 방역패스 효력을 저지하자 자영업자들도 방역패스 반대 목소리를 더욱 높이고 있다. 전국학부모단체연합·백신패스반대국민소송연합은 지난 6일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방역패스를 즉각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같은 날 법원에 정부의 방역패스 처분을 취소하는 행정소송을 내고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이들은 방역 패스 반대 행정소송을 신청한 국민들이 3000명이 넘었다고 밝히며 백신 접종에 대한 권고에 대해 “국민의 신체에 대한 강제는 정당화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구직 활동을 할 수 없게 된 구직자, 마트에 갈 수 없어 생필품을 구매할 수 없게 된 주부 등의 사연을 전했다. 이번 행정소송은 앞서 청소년 대상 방역패스 소송에 이어 성인을 포함해 적용되는 방역패스 정책을 취소해달라는 내용을 담았다.

고3 포함한 시민들, 방역패스 효력정지 헌법소원 심판 청구도

고교 3학년 학생을 포함한 시민 1700명은 방역패스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며 7일 헌법재판소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양대림(18)군 등은 “방역패스로 인해 접종 미완료자 및 3차 미접종자들에게 생길 회복하기 어려운 중대한 손해를 긴급하게 예방할 필요가 있고 달리 효력 정지로 인해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효과성과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는 상황에서 백신 미접종에 따른 불이익을 줌으로써 백신 접종을 사실상 강제하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을 중대하고 광범위하게 침해하는 위헌적 조처”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양군 등 시민 450명은 지난달 방역패스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이와 함께 문재인 대통령 등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을 전원재판부에 회부해 위헌성 여부 등을 심리 중이다.

지난달 31일에는 현직의사 등 1023명이 방역패스 전체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서울시장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방역패스를 취소해달라는 소송과 함께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조두형 영남대 의대 교수 등 의료계 인사와 시민 1000여명은 “임상시험도 제대로 거치지 않은 백신 접종 강요로 미접종자의 시설 이용에 커다란 제약이 생겼을 뿐만 아니라 중증 환자와 사망자를 양산하고 있다”며 행정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한편, 방역패스를 둘러싼 시민들의 저항은 앞으로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형마트·백화점으로 방역패스를 확대한 데 대해서는 “기본권 침해 요소가 짙다”며 반발이 큰 상황이어서 앞으로 보건당국의 대응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