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자 측 “장기간 대손충당금 누락” vs 회사 측 “단계적으로 적립…사실과 달라”

(사진=대우산업개발 홍보영상 캡쳐)
[주간한국 김동선·이재형 기자] 주거브랜드 이안(iaan)으로 잘 알려진 대우산업개발이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미회수 채권과 대여금에 대해 대손충당금을 적립하지 않는 등 분식회계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반면 대우산업개발 측은 대손충당금을 단계적으로 적립해왔기 때문에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어서 관련 논란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여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제보자 측 "기존 공급한 아파트 미분양 손실 대손처리 안 해" 문건 제보
최근 2주 사이 <주간한국>의 취재를 종합하면 대우산업개발은 기존에 공급한 복수의 아파트 단지에서 미분양 손실이 발생했지만 재무제표 상에 대손처리를 하지 않아 분식회계 의혹을 받고 있다.
<주간한국>은 대우산업개발과 10여년간 도시개발 업무를 수행해온 시행사인 위성도시건설의 '2020년도 부서별사업계획' 내부 문건을 확보했다. 지난 2019년 12월 작성된 해당 문서에는 위성도시건설이 시행하고 대우산업개발이 시공한 ▲원주태장 ▲큐브 ▲오산대 ▲더서산 ▲광양중마 ▲음성대소 등 6개 사업장에서 발생한 분양 수입과 지출, 미수채권, 대손충당부채가 구체적으로 기재돼 있었다.
문제는 미수채권과 대손충당부채다. 개발 시 시행사는 시공사에 공사비 등을 지불해야 하는데, 이 금액을 보통 ‘미수채권’으로 계상한다. 분양이 흥행하면 수익금으로 공사비를 완납할 수 있다. 하지만 미분양 등의 사유로 할인분양을 하면서 공사대금을 전액 지급하지 못할 경우 시행사는 부족분을 ‘대손충당부채’로 인식한다. 받을 돈을 못 받은 시공사 역시 그만큼 ‘대손충당금’으로 기록해 예상되는 손실을 기록하기 마련이다.
위성도시건설 내부문건.
문건에 따르면 대우산업개발은 이들 6개 개발 사업을 진행하면서 위성도시건설 명의로 총 1000억원이 넘는 미수채권이 발생했다. 그러나 실제 분양수익은 400억원 수준에 그쳐 600억5357만원은 대손충당부채, 즉 못 받는 돈이 됐다. ▲원주태장 42억원 ▲큐브 197억원 ▲더서산 168억원 ▲광양중마 192억원씩 대손충당부채가 발생한 탓이다.
제보자 측은 대우산업개발이 이 같은 손실이 발생했는데도 불구하고 회계상 대손충당금을 설정하지 않아 손실을 누락시켰다고 주장한다.
대표적으로 광양중마 사업장은 2019년까지 단 한 차례도 회계상 대손처리를 하지 않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 사업장은 전남 광양에 위치한 우림 필유 아파트 단지로, 803세대 9개동 규모이며 2012년에 준공했다.
위성도시건설은 광양중마에서 대우산업개발에 지불해야 할 367억원의 매출채권이 발생했다. 그러나 미분양이 속출하면서 175억원밖에 건지지 못해 대손충당부채 192억원을 떠안았다. 그러나 이 후에도 장기간 잔여 세대를 처분하지 못하면서 판매비와 관리비가 꾸준히 발생했고, 사실상 175억원의 분양 수익마저 다 날린 상태라는 것이다.
결국 대우산업개발은 367억원 중 대다수 금액을 회수하지 못했다. 원칙대로면 이 금액을 모두 대손처리해야 맞다.
하지만 대우산업개발은 위성도시개발이 지난해 다른 단지에서 분양을 추진 중이라는 이유를 들어 2020년에 와서야 일부만 대손처리했다. 위성도시건설이 지난해 대구광역시 달서구 감삼동에서 분양한 ‘이안 엑소디움 에이펙스’에서 230억원가량 수익이 나올 것으로 보고 광양 중마에서 떠안은 손실에서 비슷한 금액을 차감해 165억원만 대손충당금으로 계상했다.
위성도시건설이 시행하고 대우산업개발이 시공한 광양 중마 아파트 조감도. (사진=대우산업개발 제공)
이에 대해 대우산업개발은 "광양중마 사업장의 대손충당금으로 설정된 금액은 해당 사업장의 시행사인 위성도시건설의 타 사업장 시행이익을 고려한 금액"이라며 "위성도시건설의 타 사업장 시행이익의 범위 내에서 당사 채권을 회수할 수 있다는 판단 하에 타 사업장 수지표 등 객관적인 근거를 확인하고 이를 고려하여 광양 중마 사업장의 대손충당금을 설정했다"고 밝혔다.
또 대우산업개발은 "2020년 사업보고서에 매출채권과 기타채권을 포함해 대손충당금을 약 344억원으로 설정하고 공시했다"며 "2020년 사업보고서상 약 104억원이 대손충당금으로 명시되었다거나, 타 현장을 포함한 당사의 장기 대손충당금이 약 775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한 일부 언론보도도 사실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손충당금은 단순히 회사의 미회수 채권액의 단순 산술적인 합계가 아닌바, 광양 중마 사업장의 미회수 채권에 대하여 여러 가지 다각적인 판단에 따라 적정한 금액을 대손충당금으로 설정하고 공시해왔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우산업개발 측은 문건과 관련해 “정식 보고 라인으로 올라온 문서가 아니고 숫자도 틀리다”며 “당시 담당자가 임의로 작성한 문건”이라고 주장했다.
회사 측 "2013년부터 손실 분할해서 충당금 적립", “정식 보고 문건 아냐”
'이안 엑소디움 에이펙스' 투시도. (사진=대우산업개발 제공)
하지만 제보자 측은 대우산업개발의 해명에 반박하면서 명백한 분식회계라고 맞서고 있다. 감삼동 현장의 기대수익을 끌어다가 7년 전에 완공한 광양 중마 현장의 손실을 메꾸는 식의 회계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2020년에 대손처리를 했더라도 이전 동안 충당금을 쌓지 않은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제보자 측은 “광양중마에서 잔여 세대를 유지하면서 발생한 비용을 손실로 처리하지 않은 것도 이상하지만 적어도 매출채권에서 분양수익을 뺀 192억원의 확정된 손실은 대손처리 했어야 했다”며 “하지만 대우산업개발은 못 받는 돈이 확실한데도 불구하고 2012~2019년까지 단 한 번도 이 손실을 기록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대우산업개발 측은 대손충당금을 단계적으로 적립해왔다는 주장이다. 대우산업개발 회계담당자는 통화에서 “광양중마 사업장 같은 경우는 2013년부터 손실을 분할해서 조금씩 충당금을 쌓아왔다”며 “최근 손실이 발생한 큐브 사업장은 현재 50억 정도 쌓아놨고 향후 평가를 통해 필요하면 더 쌓을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대손충당금은 ‘회수 불가능하다’고 결론이 났을 때 쌓는 것인데, 감삼동의 ‘이안 엑소디움 에이펙스’에서 추가 운영 수익이 기대되므로 그 부분은 제외했던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매출채권에 비해 대손충당금 비중이 지나치게 적다는 점도 논란의 대목이다. 대우산업개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매출채권 ▲단기대여금 ▲미수금 ▲미수수익 ▲주주임원종업원단기채권 등 채권 계정과목에 대해 대손충당금을 적립했다. 2017~2019년 채권 총액은 1420억~2000억원 수준인 반면 대손충당금은 110억~188억원만 적립해 그 비중이 10%를 밑돌았다. 가장 최근 공시인 2020년 보고서에는 채권 총액이 2600억원까지 치솟았지만 대손충당금은 344억원(13.2%)에 그쳐 여전히 비중이 미미했다.
대손충당금의 비율은 채권 중 회수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되는 액수를 경영진이 판단해 결정한다. 따라서 대손충당금 비율은 회사가 인식하는 손실 규모 정도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미분양이 많은 시기에는 충당금 비율이 늘어나기도 한다. 가령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2020년 공사미수금 4633억원 중 대손충당금 1079억원을 쌓아 설정률 23.2%를 기록했다.
다만 위성도시건설에서 시행한 사업에서만 발생한 추정 손실이 600억원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대우산업개발이 2020년 설정한 344억원은 너무 적다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다.
가령 큐브(이안큐브 서산테크노벨리) 사업장의 경우 오피스텔 1009실 중 444실이 입주시점에 무더기 계약해지 사태를 빚고 지난해말까지 공사비 중 200억원을 받지 못한 상황이다. 대우산업개발이 분양사인 유림D&C를 ‘허위분양’ 혐의로 고발하는 등 사달을 빚은 여파다.
분양시점 매출과 실현수익 불일치가 다반사인 건설사들
(사진=유토이미지 제공)
국내 건설업계는 대부분 선분양으로 주택을 공급하기 때문에 분양 시점에 책정한 매출(채권)과 실제 현금 흐름 시기에 실현된 수익이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계약금-중도금-잔금을 치르는 과정에서 고객이 언제든 입주를 포기할 수 있고, 이는 곧 손실로 연결된다. 건설사들이 대손처리를 통해 회계를 투명하게 관리를 해야 하지만 구멍이 뚫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손충당금 과소계상은 금융당국에서 엄격하게 규제하는 대목이다. 새로운 회계기준인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 제1109호(금융상품)가 도입되면서 금융자산 등의 기대신용손실은 손실충당금으로 인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일반기업회계기준 제6장(금융자산·금융부채)은 회수가 불확실한 금융자산은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산출한 대손추산액을 대손충당금으로 설정하도록 못박고 있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선 ‘못 받을 돈’으로 처리하는 대손충당금을 늘릴수록 회계상 손실은 커보이고 자산이 줄어드는 단점이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SGI서울보증 등 기관이 운영하는 보증보험 가입이나 대출을 받을 때 높은 신용등급을 유지해야 하는 점도 압박이다. 건설사 재정 여건에 따라 대손충당금을 적립하는 것이 신용리스크로 작용할 수도 있다. 미분양 등 손실을 자의적으로 무시하고 경영실적을 양호한 것처럼 꾸미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는 것이다.
비슷한 예가 지난 2015년 대우건설 케이스다. 당시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대우건설이 대손충당금을 과소계상해 분식회계를 했다는 이유로 중징계를 부과했다. 사업장 10곳에서 발생한 대손충당금을 적게 계상해 3896억원 상당의 손실을 누락시켰다는 것이다. 결국 회사는 금융당국이 부과할 수 있는 최대 과징금인 20억원을, 당시 대표이사는 1200만원의 과징금을 받았다.
회계 부실 방지 위해 위장계열사 동원?...시행사인 위성도시건설 주목
그렇다면 대우산업개발은 번번이 공사대금을 받지 못하는 데도 왜 위성도시건설에 시행 일감을 맡기는 걸까. 대우산업개발은 위성도시건설이 단지 일개 시행사이며 별개의 회사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대우산업개발과 위성도시건설의 관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2019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위성도시건설은 자본이 3억5000만원인 반면 미처리결손금이 300억원에 달해 자본이 잠식된 상태였다. 문제는 운영자금 83억원을 대우산업개발로부터 차입 받아 간신히 회사를 운영해 왔다는 점이다.
소유구조를 보면 대우산업개발과의 관련성이 깊다는 의혹을 살 만 하다. 2012년 김진호 대표 시절 대우산업개발은 파산회사였던 위성도시건설을 채무를 떠안아 인수하고 대우산업개발 임원들을 주요주주로 앉혔다. 이 같은 실질적 소유 관계는 적어도 8년 이상 유지됐지만 지분투자가 아닌 채무인수약정에 의한 것이라 관계사나 자회사로 등록하지는 않았다.
2013~2019년 공시된 위성도시건설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이 회사의 주주는 항상 대우산업개발의 임직원이나 그들의 가족 등 특수관계인으로 구성됐다. 위성도시건설은 2015년 부터 항상 지분을 ▲23% ▲20% ▲17% ▲10%로 쪼개고 4명이 소유하는 형식을 유지했다. 소유주만 바뀌었다. 4명의 주요주주가 이름만 바꿔서 유지되는 식이다. 제보자 측은 “실제로 지분을 거래하기보다는 (특수관계인의) 이름만 바꿔서 소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주주는 대우산업개발 기획실 직원 본인이나 아내, 사업부 임원 등이었다. <주간한국>은 이 회사 최대주주였던 이 모씨(대우산업개발 전 과장)에게 전화해 위성도시건설에 주주로 있었던 이유를 물었다. 하지만 이 모씨는 “(내 전화번호를 수집하고 연락한 것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인 것 같다. 나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연락을 원하지 않는다”라며 취재를 거부했다.
이에 대해 대우산업개발 관계자는 “위성도시건설은 별개의 타사”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대우산업개발 고위 관계자는 "10년 전에 전임 사장이 위성도시건설에 당시 임원들을 주주로 세팅을 했었으나 벌써 10년이 지난 일이고 지금은 확인된 바 없다"고 했다.
하지만 관련업계에서는 위성도시건설이 대우산업개발의 특수목적법인(SPC)이 아니냐는 추정을 내놓고 있다. 자회사나 관계사 등 소유 관계를 밝히지 않고 시공 업무를 따내기 위해 시행사 역할을 할 기업을 외부에 대신 세우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방식이 활용되는 경우는 회계 부실을 방지하기 위해 자주 동원되는 수법으로 잘 알려져 있다. 시공사가 자회사를 두고 자체사업을 할 경우, 시행업무를 맡은 회사가 손실을 볼 때 본사의 실적까지 악화될 수 있는 점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일종의 ‘보험성 편법’이라는 것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회사가 여러 사업을 하면서 낙찰 확률을 높이기 위해 여러 SPC를 만드는 것은 업계 관행"이라며 "공사를 하다가 잘못되면 건설사가 시행사를 인수하는 채무인수약정을 하고 채권채무를 다 가져온다"고 말했다.
김동선 기자
이재형 기자



김동선 기자·이재형 기자 silentroc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