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완주 외치는 안철수, 단일화가 꽃놀이패 될까?

[주간한국 김동선 기자] 대선을 채 한달도 남겨놓지 않은 시점임에도 유례없는 박빙 판세가 계속되면서 단일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국민의힘은 공식적으로 선을 긋고 있지만 당내 여러 인사들을 통해서 단일화 목소리가 새어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자강론과 단일화가 동시다발적으로 나오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단일화 찬반 논쟁을 하는 와중에 더불어민주당도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게 단일화의 한 방편으로 연대 등 '러브콜'을 보내면서 선거 막바지에 단일화 셈법이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그러나 정작 '구애' 당사자인 안 후보는 단일화에 선을 긋고 대선 완주 의사를 거듭 밝히고 있다.

13~14일 이틀간 후보등록을 마치면 오는 15일부터 공식적인 선거운동이 본격 시작되는만큼 각 당은 타이밍과 파급력을 저울질하면서 단일화 '카드'를 베팅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봇물 터진 단일화 요구...국민의힘 의원 절반이상 "찬성"

설 연휴를 지나면서 국민의힘 인사들이 단일화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 절반 이상이 단일화에 찬성하고 있다는 조사도 나왔다. 국민일보가 지난 3~6일 윤석열-안철수 후보간 야권 단일화와 관련해 국민의힘 의원 105명을 대상으로 전화통화 방식으로 전수 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단일화에 찬성 입장인 의원은 67명(63.8%)에 달했다. 특히 이 중에서 대선 승리를 위해서 단일화가 추진돼야 하고 반드시 성사돼야 한다는 의견을 가진 의원들도 55명(52.4%)이었다.

이같은 분위기는 정미경 국민의힘 최고위원의 전언으로도 감지된다. 정 최고위원은 지난 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정권교체를 바라는 지지자들의 단일화 요구 문자 메시지가 국민의힘 지도부와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매초마다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정 최고위원은 "국민의 마음은 완전하고 완벽하고 안심한 그런 정권교체다"며 "정치공학적으로 우리가 3자구도로 가도 단일화하지 않아도 이길 수 있다라고 계속 이렇게 얘기하면 그거는 국민들 마음에 제대로 화답하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선대본부 정권교체동행위원회 대외협력본부장을 맡고 있는 이용호 의원은 지난 7일 YTN라디오에 출연해 "당 내에선 단일화에 대한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다. 그러나 다수결로 결정될 사안이 아니라 고도의 전략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지금은 정치적 결단 차원의 단일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시민사회 인사 등 당 외곽에서도 단일화 불가피론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안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던 인명진 목사는 단일화를 하지 않으면 지지를 철회하겠다며 안 후보를 압박했다. 범시민사회단체연합 등 600여 시민단체로 구성된 '정권교체 국민행동'도 지난 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정안정을 위한 압도적 승리는 야권 후보 단일화가 답"이라며 "만약 야당과 후보들이 기회를 놓치고 분열해 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단일화 방향 맞으면 10분 안에도 끝낼 수 있어"

상황이 이렇게 되자 선대본부 내부에서도 단일화에 대한 기류가 바뀌고 있다.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은 지난 7일 윤 후보와 안 후보간의 단일화에 대해 "배제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이는 전날 원희룡 정책본부장이 "때가 왔다"며 단일화 필요성을 언급한 것에 대해 "개인 의견"이라며 "선대본부가 후보 단일화에 대해 거론한 적이 없고 향후 계획을 논의한 바도 없다"고 일축한 것에서 180도 달라진 것이다.

윤 후보도 단일화에 유연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윤 후보는 지난 7일 보도된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야권 단일화에 대해 "언급 자체가 안 후보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면서도 "한다면 안 후보와 나 사이에서 결정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윤 후보는 정권교체라는 대의에 공감대가 같다는 점을 상기하면서 "합쳐서 갈 수 있으면 가자는 것"이라며 "단일화를 한다면, 바깥에 공개하고 진행할 게 아니라 안 후보와 나 사이에서 전격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윤 후보의 단일화에 대한 입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좀더 진전되고 있다. 지난 9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는 "물밑에서 따지는 지난한 협상이라면 나는 처음부터 할 생각이 없다"며 "서로 신뢰하고 정권교체라는 방향이 맞으면 단 10분 안에도, 커피 한 잔 마시면서도 끝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단일화 방식은 양측 간 공식 협상을 통해 여론조사 경선 등 공개된 방식이 아니라 후보간의 담판이어야 한다는 얘기다.

국민의힘에서 이처럼 단일화 군불 때기를 하는 것은 단일화 이슈가 성사 여부와 상관없이 윤 후보에게 불리할 것이 없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단일화 명분으로 '정권교체론'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고 단일화가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처럼 파괴력이 큰 만큼 유권자의 시선을 윤 후보에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사진=연합뉴스)
단일화 필요없다는 이준석, 안철수에 '백기투항' 압박

하지만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는 윤 후보와 안 후보간의 단일화에 부정적이다. 이 대표의 입장은 단일화 반대보다는 안 후보의 양보, 나아가 중도하차 요구에 가깝다. 사실상 '백기투항' 압박인 것이다.

실제 이 대표는 선거 비용 등 현실적인 문제를 언급하며 "안 후보가 이번 대선을 완주할 상황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몰아세웠다. 이 대표는 지난 9일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공식 선거운동이 15일부터 시작되는데 당선을 목표로 하는 후보라면 유세차·현수막·전국 정당 사무소 마련 등에 상당한 투자 및 비용을 써야 하는데 그런 움직임이 거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표는 또 과거 선거 패턴을 언급하며 "안 후보가 선거 포기한 사례가 많았다"며 "안 후보와 같이 했다고 이기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같이 했다가 지신 분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 대표가 단일화에 대해 부정적인 것은 국민의힘 선거 전략인 세대포위론을 흔드는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두 후보의 단일화가 '1+1=2'가 되지 못한다는 우려인 것이다. 이에 대해 이 대표의 측근인 김철근 정무실장은 "야권 후보 단일화론은 반문(반 문재인)연대의 변형된 표현일 뿐"이라며 "1등으로 달리는 윤 후보에 대한 불안감을 조성하고, 마치 후보 단일화만이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호도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당 내에서 단일화 이슈가 가지는 파괴력과 비례해 리스크가 상존한다는 우려가 없지 않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지난 8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단일화를 공식화할 때는 윤석열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로서 사실상 야권의 1위 후보, 지금 4명의 유력주자들 중에서도 1위 후보로서 앞서가고 있는데 이런 페이스를 놓치고 단일화 국면으로 빠져 들어서 누가 후보가 되어야 되느냐 이 논쟁으로 가는 것 자체가 굉장히 부담스럽고 힘든 것"이라며 단일화 자체가 가지는 위험성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사진=연합뉴스)
단일화에 숟가락 얻는 민주당...'실용' 공감대로 연대 '구애'

야권의 단일화 움직임에 더불어민주당도 끼어들었다. 민주당은 윤 후보와 안 후보의 단일화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분석하면서도 이를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꺼내며 안 후보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지난 7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제가 승자독식이라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책임총리제를 만들고 연립정부를 구성해야 한다"며 안 후보와의 연대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재명 후보도 지난 8일 "주로 야권 내에서 단일화 논의가 되고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것을 언급하기는 매우 섣부르고 깊이 생각해보지 않은 상태"라면서도 "정책 연합을 할 수도 있고, 후보를 끝까지 가면서도 서로 협력하는 방안이 있을 수도 있고, 또는 단일화하는 방안도 있을 터"라고 말했다.

이 후보의 측근들도 안 후보에 대한 구애에 나서고 있다. 장성호 민주당 의원은 지난 9일 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 후보가 추구하는 정치적 노선과 가치 또는 공약들, 또는 정치개혁에 대한 의지, 또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정치 세력의 상황들을 본다고 하면 오히려 (안 후보는) 이 후보와 더 가깝지 않나"고 말했다.

안민석 의원도 CBS 인터뷰에서 "제가 이 후보와 15년 동안을 친구로 지내온 사람인데, 제가 보는 이재명은 진보도 보수도 초월한 실용"이라며 "지금 만나고 있는 김종인, 이상돈, 윤여준 이런 분들은 합리적 보수이고 합리적 보수가 지향하는 바는 실용이다. 그래서 이 네 분이 만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여기에 더해 저는 안 후보도 마찬가지라고 본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안 후보가 보수이겠느냐, 진보이겠느냐? 그런 거 별 관심이 없는 분"이라며 "그래서 이 다섯 분이 모여서 앞으로 남은 한 달 가까운 시간 동안 국가를 위한 큰 일을 도모할 수 있는 좋은 파트너십을 가질 수 있지 않겠는가"라고 주장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사진=연합뉴스)
국민의당 "단일화 가능성 0%"...안철수 "내 목표는 당선"

이처럼 여야를 넘나들며 단일화 문제가 설왕설래 하고 있지만 정작 단일화 상대인 국민의당은 뜨악하다는 반응이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지난 8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0%"라고 일축했다. 권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조용히, 직접, 진정성 있게 대화를 할 수가 있는 상대가 아니다"라며 "지난 합당 결렬에서 봤듯이 국민의힘은 국민의당을 솟값으로 논하면서 한껏 무시와 조롱을 하며 존중에 대한 어떤 인식도 없는 정치 세력임을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안 후보도 지난 7일 권영세 국민의힘 선대본부장의 야권 후보 단일화 가능성 언급에 대해 "어제는 아니라고 했다가 오늘은 된다고 하느냐"며 "이런 문제는 공개적으로 말한다는 것 자체가 저는 진정성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안 후보는 지난 8일 관훈토론에서도 야권 후보 단일화론에 대해 "당선이 목표지, 완주가 목표가 아니다"며 "단일화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지 않다 보니 (단일화의) 방식에 대해서 고민해 본 적은 더더욱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안 후보에게 'DJP 연합' 방식으로 책임총리를 제안하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는 "생각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고려사항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안 후보는 이 대표의 선거준비 불비 지적에 "포털 광고와 유세차 계약을 완료했다. 공식 선거운동을 준비해놨다"고 반박했고, 윤 후보의 '10분 담판' 발언에는 "그 자체가 일방적 생각"이라고 맞받았다. 완주 의사를 거듭 피력한 것이다.

다만, 정권교체라는 대의 속에 안 후보의 고민도 깊을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거대 양당 모두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는 안 후보에게 단일화는 '꽃놀이패'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자칫 야권의 패배로 정권교체에 실패할 경우 그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도 없는 형국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안 후보는 지난 10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권한의 크기만큼 책임의 크기가 따라가는 것"이라며 "만약 단일화가 안 돼서 선거에서 패배한다면 그 책임은 큰 정당에 있는 것"이라고 화살을 국민의힘으로 돌렸다.

단일화의 추억...역대 대선서 3번 성사, 2번은 대선승리로

단일화는 대선에서 단골 메뉴다. 우리나라의 정치 지형이 양당이 아닌 다당 체제인데다 보수와 중도, 진보를 대표하는 후보군이 난립하는 다자대결이 불가피한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단일화는 '필승 카드'로 인식되는 것이다.

이같은 선거 구도를 방증하듯 역대 대선에서 단일화는 매번 판세를 가르는 역할로 시도됐고 실제 세 차례 후보 단일화가 성사됐다. 1997년 15대 대선에서 김대중-김종필 후보간 이른바 'DJP연합', 2002년 16대 대선의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 2012년 18대 대선의 문재인-안철수 후보 단일화가 그것이다. 알다시피 15·16대 대선은 단일화가 선거 승리로 이어졌지만 18대 대선은 그렇지 못했다.

선거 일정을 감안할 때 이번 대선에서 후보 단일화는 3번의 시한이 있다. 우선 후보 등록 기간인 13~14일이 1차 마지노선이다. 후보 등록이 마감되면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되는만큼 이때 단일화가 이뤄지면 야권은 일찌감치 단일화 변수를 제거하고 승기를 잡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후보 등록기간이 임박한 상황에서도 단일화 문제가 말만 무성할 뿐이어서 후보 등록 전 단일화는 물건너 가는 분위기다. 단일화의 2차 마지노선은 투표용지 인쇄일(2월28일) 전이다. 투표용지가 인쇄되기 전까지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사전투표 개시일(3월4일)이 최종 데드라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동선 기자



김동선 기자 matthew@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