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하옆 파사드 가옥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세계적인 운하의 도시다. '캐널 링’(canal ring)으로 불리는 고리 모양의 운하는 다리와 골목을 이으며 도심의 동맥 역할을 한다. 400년 세월을 지켜온 고풍스러운 운하 옆으로는 독특한 가옥들이 늘어서 있다.

암스테르담의 운하는 도시를 추억의 물결로 이끄는 매개다. 수백년 역사의 운하들은 그 가치를 인정 받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돼 있다. 이방인이 북적이는 광장과 싱겔운하의 꽃시장, 홍등가, 벼룩시장, 차이나타운은 구식 슬라이드와 마주하듯 운하 속 삶과 어우러져 다가선다.

거리를 오가는 트램
국립박물관

담장 없는 맞배지붕의 ‘파사드’ 가옥

운하 주변에는 17세기풍 맞배지붕의 '파사드' 건축물들이 건물사이에 간격 없이 서로의 무게를 지탱하며 빼곡하게 도열해 있다. 에이셀 호수의 저지대를 간척해 만든 도시는 지반이 약했기에, 운하에 들어선 건축물들은 하중을 견디기 위해 담장없이 어깨를 맞댄 역학구조를 지녔다.

운하 따라 늘어선 이들 가옥들은 네덜란드가 가장 번영한 시절에 부를 얻은 시민계급들이 세운 상징적인 공간들이다. 집 정문을 찬찬히 살펴보면 소유한 부를 상징하는 ‘코니스’라 불리는 계단과 종모양의 장식을 엿볼 수 있다. 예전 암스테르담 주민들은 보트 안에 가옥을 만들어놓고 일과를 즐기는 호사스런 생활을 하기도 했다.

운하에서 엿보는 면모들은 투박한 옛 정서가 투영돼 있다. 처럼 배가 오갈수 있는 목제 개폐형 다리는 지어졌을 당시인 1671년에는 획기적인 기술이었다. 최근에는 운하의 세월을 담아낸 고풍스러운 교각으로 사랑받는다.

마헤레 다리
보트와 건축물들

렘브란트와 고흐, 왕궁의 흔적

암스테르담은 문화예술의 정서가 완연한 도시다. 미술관과 박물관은 60여개에 달한다. 렘브란트, 고흐, 베르메르 등 거장들의 흔적이 광장과 골목 곳곳에 남아 있다. 뮤지엄 광장의 국립 박물관(Rijks)에서는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화가 렘브란트의 ‘야경’을 만날 수 있으며, 반 고흐 박물관에는 화가의 대표작이 연중 전시중이다.

황금시대를 상징하는 도심 의 왕궁은 한때 시청사로 쓰이기도 했다. 왕궁 옆으로는 국왕의 대관식이 행해지는 신교회와 백화점, 호텔이 들어서 있다. 은 1960~70년대에는 전 세계에서 모여든 히피들이 머무는 아지트였다.

도시의 일상은 캔버스속 작품처럼 느리게 젖어든다. 레이체 광장 주변으로 산책을 나서면 자전거 물결로 거리가 채워진다. 암스테르담이 자전거의 천국임을 실감하게 된다. 운하 옆 앙증맞은 단골 카페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커피 한잔 기울이는 것은 이곳 시민들이 누려온 오랜 호사중 하나다.

렘브란트 동상
담 광장
담장 없는 가옥들
자전거 카페

여행메모

교통: 운하 위로는 뱃길이 이어져 도시의 동맥 역할을 한다. 블루, 레드, 그린 라인으로 구분되는 보트들은 도심 곳곳을 연결하는 주요 교통수단이다. 노란색 수상택시도 다닌다.

숙소: 대부분의 호텔에서는 자전거를 비치하고 외지인들에게 적극적으로 자전거 이용을 권장한다. 굳이 승용차를 이용하려면 호텔에 투숙하더라고 별도의 주차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기타: 운하 위에 세워진 중앙역은 도시의 관문이자 시선을 멈추게 하는 하나의 작품이다. 1889년 완성된 역사는 르네상스 양식에 붉은 벽돌이 인상적이다. 인공섬 위에 8000여개의 말뚝을 박아 운하 위에 플랫폼이 만들어져 있다.

서진 여행칼럼니스트



서진 여행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