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퇴원하는 朴 대국민 메시지에 촉각...조원진 "윤석열도 적폐"

박근혜 전 대통령이 특별사면으로 석방된 지난해 12월 3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앞에 박 전 대통령의 쾌유를 기원하는 화환이 놓여져 있다.(사진=연합뉴스)
[주간한국 김동선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퇴원이 임박해지면서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삼성서울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인 박 전 대통령은 다음달 초 퇴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특별사면 된 박 전 대통령은 퇴원 후 대구 달성군으로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측근 유영하 변호사를 통해 달성군 유가읍 쌍계리의 한 단독주택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진 때문이다.

청와대 경호처가 박 전 대통령의 사저 경호 준비에 들어간 가운데 지난 17일 유 변호사가 현장을 찾아 입주 준비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 변호사는 이날 연합뉴스와 만나 "안에 물건도 넣고 해야 하니깐 오늘은 사저 건물 내부 도면을 받으러 왔다"고 설명했다. 유 변호사는 항간에서 돌고 있는 '3월 2일 사저 입주설'을 부인하면서 "(박 전 대통령) 퇴원 날짜는 병원에서 정하는 거지 우리가 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3월 초로 예상은 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경호처가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 경호 준비에 들어간 17일 박 전 대통령 측근인 유영하 변호사가 지인들과 사저 인근 카페를 찾았다.(사진=연합뉴스)
'정치적 고향' 달성에 사저 마련한 박근혜...지지자 향수 여전

정치권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퇴원을 하면서 내놓을 대국민 메시지에 주목하고 있다.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접전 양상의 대선판에서 아직 고정 지지층을 갖고 있는 박 전 대통령이 메시지를 내놓을지, 내놓는다면 그 내용이 무엇인지에따라 판세가 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은 과거 '선거의 여왕'으로 통했다. 실제 2004년 '차떼기당'이라는 오명과 '탄핵 역풍'으로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던 한나라당은 박 전 대통령이 당 대표에 취임해 '천막당사'라는 파격 행보를 하면서 17대 총선에서 121석을 얻으며 건재할 수 있었다. 또 2006년 지방선거에서는 이른바 '커터칼 피습'을 당했던 박 전 대통령이 마취에서 깨어나 언급한 "대전은요?" 한 마디로 열세였던 판세를 바꾸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20년 4·15 총선 때 보수 세력이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힘을 합치라는 옥중 메시지를 내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메시지에서 당시 총선을 앞두고 신당 창당 등으로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보수 진영을 향해 "기존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태극기를 들었던 여러분 모두가 하나로 힘을 합쳐 주실 것을 호소드린다"고 했다.

국정농단으로 구속 수감되며 정치생명은 끝이 났지만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열성 지지자들의 향수는 여전하다. 보수 진영에서 박 전 대통령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박 전 대통령이 퇴원 후 귀향한다는 소식에 달성 사저에는 벌써부터 지지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달성군은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기도 하다. 박 전 대통령은 1998년 이곳에서 보궐선거에 당선된 후 내리 4선을 했다. 정치적 고향을 귀향지로 택한 것 자체가 일종의 메시지로 해석할 수도 있는 대목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퇴원 후 머무를 것으로 알려진 대구 달성군 한 전원주택에 13일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조원진 "윤석열 보수후보 아냐"...국민의힘 "왜곡 말라"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퇴원과 메시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강성 '친박'(친박근혜)의 대표적 인물인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선 후보는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조 후보는 지난 14일 CBS라디오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 감사 메시지가 되든 정치적인 메시지가 되든, 만약 (박 전 대통령의 회복이) 늦어져서 선거 이후에 (병원에서) 나오면 또 다른 메시지가 나오게 될 것"이라며 "대선 전에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가 나올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조 후보는 "박 전 대통령이 이재명 후보 도우라는 메시지는 안 낼 것이지만 윤석열 후보에 대한 감정이 그렇게 좋지 않다"며 윤 후보와 거리를 둘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조 후보는 "우리는 (윤 후보를) 보수 후보로 안 본다. 적폐 중 하나로 본다"며 윤 후보의 '문재인 정부 적폐 청산' 발언에 대해선 "적폐 세력이 적폐를 청산하는 게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조 후보는 다음날 YTN 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서는 윤 후보의 적폐 수사 발언에 더욱 날을 세웠다. 조 후보는 "적폐가 적폐를 수사한다는 것도 우습다"며 "좌파 정권에서 총장에 있을 때 권력 게이트에 대해서 총대를 맸다가 팽개치고 나온 분이 지금 와서 갑자기 적폐 얘기를 하니까 너무 속이 보인다"고 말했다. 국정농단 수사를 맡았던 윤 후보에 박 전 대통령과 구원(舊怨)이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내심 박 전 대통령이 지난 총선 때와 비슷한 수준의 정권심판과 보수통합 메시지를 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윤 후보가 과거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지휘했던 만큼 국정농단과 탄핵정국의 기억을 소환할 경우 표심이 변화를 보일 수 있다는 우려도 상존한다. 실제 박 전 대통령의 탄핵 무효 등을 주장해왔던 '박근혜 써포터즈', '자유대한민국 지키기 운동본부' 등 일부 보수단체 회원들이 지난 4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지지를 선언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 내용에따라 보수대통합 분위기가 형성될 것을 경계하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7일 BBS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박 전 대통령의 입장은 지난 총선 때와 그대로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 의원은 이어 보수 표심을 흔들고 있는 조원진 후보를 향해 "박 전 대통령의 생각을 왜곡하거나 정치적으로 왜곡하지 말라"며 "(조 후보가) 대통령 후보 내에서 경쟁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그나마 몇 표라도 얻기 위해서 전략적으로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비판했다.

김동선 기자



김동선 기자 matthew@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