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마을골목
화창한 날이 아니어도 북촌행을 주저할 필요는 없다. 북촌 나들이는 흐리거나 눈오는 날 가도 ‘흑백영화’를 보듯 운치 있다. 북촌에는 옛사람들의 삶과 현대인의 잔영이 향수 속에 담백하게 뒤엉켜 있다.

북촌의 인기는 꽤 치솟았다. 한 겨울에도 한옥골목 사이를 오가는 사람들의 발길이 분주하게 이어진다. 창덕궁과 경복궁 사이, 조선시대 권문세가와 관료들이 거주했던 ‘선택된 골목’이었던 북촌은 이제는 서울 나들이 때 누구나 한번쯤 들리는 명소가 됐다.

일상과 옛집, 카페 어우러진 계동길

북촌 구경은 중앙고등학교가 있는 계동길과 한옥마을이 잇는 지역으로 크게 나뉜다. 홀연히 걷다보면 북촌의 명물들은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얼굴을 내민다. 한옥가옥은 900여채가 옛 온기를 머금고 남아 있다.

최근 북촌산책은 다양한 테마를 갖추고 이어진다. '북촌 8경'이라고 기념사진 찍기 좋은 장소들도 추려 놓았다. 가회동 31번지 일대의 한옥 마을 골목은 북촌에서도 한옥이 가장 잘 보존된 인기 명소다. 백인제가옥은 북촌을 대표하는 한옥으로 전통방식과 일본방식이 어우러진 외관을 지니고 있다.

현대사옥에서 중앙고로 이어지는 계동 골목은 오래된 목욕탕, 의원, 이발소 등 옛 주민들의 삶이 담겨 있다. 예쁜 카페들도 함께 있어 연인들의 데이트코스로도 인기 높은 곳이다. 이 밖에 개방 한옥과 공방들이 숨어 있는 가회동 공방 골목, 갤러리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는 사간동 갤러리 골목, 분식집이 곳곳에 들어선 덕성여고앞 학교 골목 등이 북촌이 자랑하는 주요 코스다. 골목 산책에 나서기전 '북촌산책'이라는 간이약도를 챙기면 동선 이동에 듬직한 길라잡이가 된다.

골목길 대문장식
한옥찻집

흑백영화 ‘북촌방향’의 배경이 된 거리

북촌의 골목길은 1750년 도성도에 등장한다. 2022년의 북촌 역시 현지 주민들과 이방인들의 삶이 뒤엉킬뿐, 골목의 옛 윤곽은 여전하다.

북촌에는 골목 곳곳에 추억을 간직한 공간들이 담겨 있다. 내 서울교육박물관은 70년대 학창시절의 향수를 자아낸다. 안국역 옆에는 서울공예박물관이 위치했으며 북촌의 옛 향취를 간직한 , 북촌생활사박물관, 등도 들려볼만하다.

북촌은 홍상수 감독의 흑백영화 '북촌방향'에 주무대로 등장한다. 유준상(성준역), 김상중(영호역), 송선미(보람역) 등이 전직 영화 감독, 영화평론가, 교수 등으로 나온다. 앞에서 유준상과 김상중이 쓴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눴고, 안국역과 헌법재판소 사이의 길목은 영화속에서 술취한 군상들과 함께 일상처럼 나왔다. 덕성여고 옆 감고당길에서는 드라마 ‘도깨비’의 한 장면이 촬영되기도 했다.

‘북촌방향’의 배경이 되는 계절이 눈 오는 겨울이다. 같은 계절에 영화 한편 보고 북촌 산책에 나서는 것은 꽤나 운치 있다. 단언컨대 예전과는 색깔이 다른 북촌의 향취를 느낄 수 있다.

정독도서관
북촌마을서재
북촌문화센터
북촌 계동골목

여행메모

교통: 지하철 3호선 안국역에서 가깝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공용주차장 주차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음식,숙소: 한정식집 ‘다정’은 북촌방향 영화 속에 등장했던 식당으로 나물, 보쌈, 해장국이 맛있다. 북촌에는 한옥을 개조한 게스트하우스들이 다수 있다. 한옥 숙소의 가격대는 편차가 다소 심한 편이다.

기타: 겨울 숲길을 걷고 싶다면 북촌 고개 너머 삼청공원을 방문한다. 겨울 숲 사이 한적한 산책이 가능하다. 숲이 보이는 도서관이 있으며 공원길은 서울 성곽을 거쳐 성북동까지 연결된다.

다정 식당
한옥게스트하우스

서진 여행칼럼니스트



서진 여행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