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막판 ‘반(反)윤석열 텐트’ 제안으로 승부수 띄웠지만…

[주간한국 김동선 기자] 대선을 10여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국민통합 정치개혁안’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번 민주당의 정치개혁안은 '다당제 연합정치'를 내세워 제3지대 야당 후보들과 정치개혁 연대를 함께 하자는 제안이다.

제안의 진정성과 별개로, 선거 막바지까지 양강 후보의 초박빙 양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민주당이 이른바 '민심 단일화' 효과를 통해 막판 판세 뒤집기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제외한 제3지대 후보들과의 연대를 통해 이른바 '반윤(반윤석열) 텐트'를 치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당장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대선을 코앞에 두고 정치개혁안을 꺼낸 민주당의 진정성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정치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해왔던 국민의당과 정의당도 결국 민주당의 '실천의 문제'라며 시큰둥한 반응이다.

거대 양당 체제하에서 극심한 정치갈등의 비효율이 정치혐오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다당제를 구현하기 위해 선거제도 개혁을 하자는 민주당의 정치개혁안이 거대 양당 체제에 염증과 정치 피로감을 느끼는 표심에 어떤 영향을 줄 지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국민통합을 위한 정치개혁 제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민주당 "승자독식 선거 바꾸자"...이재명 "尹 빼고 정치개혁"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지난 24일 대통령 4년 중임제·대선 결선투표제 도입을 위한 개헌과 다당제 보장을 위한 국회의원 연동형 비례제·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선거제도 개혁을 동시 추진을 골자로 하는 '국민통합 정치개혁안'을 발표했다.

송 대표는 "승자독식 선거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해 실질적인 다당제를 구현하고 국민의 뜻을 받들어야 한다"며 "대선 투표일인 3월 9일은 다당제 연합정치를 보장하고 다양한 민심이 반영되는 '국민통합 정치'의 첫 번째 날이 돼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다당제 연합정치안은 안철수(국민의당)·심상정(정의당)·김동연(새로운물결) 후보 등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제외한 야당 후보들을 겨낭한 것이다. 특히 윤 후보와의 단일화 결렬 선언을 한 안 후보와의 정치개혁 연대를 위한 '러브콜'로 분석된다. 최근 민주당이 내세우고 있는 이른바 민심 단일화의 또 다른 방편인 것이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도 거대 양당의 독점 체제에서 다당제로의 정치개혁이 필요하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이 후보는 같은 날 B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는 하나의 정치 세력이 선거에서 이기면 완벽하게 모든 것을 가져간다. 이것이 갈등의 원인"이라며 "협력이 가능한 모든 분과 역할을 나눠 국민내각을 만들자. 통합정부 또는 연합정부 형식의 정치 개혁은 꼭 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그러면서 안 후보와 심 후보를 향해 "우리는 거대 양당 독점 체제인데, 서로 '잘하기 경쟁'을 하는 게 아니라 상대가 일을 못 하게 방해하는 게 주된 일이 된다. 이걸 좀 깨고, 제3당, 제4당이 선택 가능하고 존재해야 한다. 이게 진짜 정치 교체"라며 "정치개혁에 대한 공통 공약에 대한 합의라도 하면 좋지 않나"라고 제안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으로 공식 선거운동 기간 첫 대통령선거 후보 토론회가 열린 21일 서울 마포구 MBC 미디어센터에서 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왼쪽)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다른 정당 꼬시려고"....제3지대 "말보다 의지·실천 중요"

권영세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장은 송 대표의 정치개혁안 발표 직후 "그런걸 왜 대선에 임박해서 하시는지 모르겠다"며 "대선 앞두고 다른 정당을 꾀기 위해서 또는 표를 의식해서 그런 제도를 던지는 건 중진 정치인이 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고 비판했다. 권 본부장은 "민주당은 거의 개헌이 가능한 정도의 의석수 가진 정당이다. 진작에 충분히 논의될 수 있도록 이야기했으면 협의가 더 쉬웠을 것"이라며 "현재 정치체제에 변화가 필요한 부분은 여러 분들이 지적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아마 대선이 치러진 후에 이야기가 있을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25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민주당의 협치 제안에 대해 "심상정 후보가 출마를 포기하면 심 후보와 이재명 후보의 표는 거의 100% 합쳐질 것이다. 완전한 현찰"이라며 "정의당을 좀 꼬시고 싶은 게 아닌가 싶다"고 평가절하했다.

민주당의 '국민통합 정치개혁안'에 대해 제3지대 후보들은 말보다는 의지와 실천이 중요하다며 대체로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안 후보는 민주당의 정치개혁안 발표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민주당의 개혁안에 대해) 아직 들은 바가 없다"면서도 "그런 소신이 있다면 그렇게 실행을 하면 되지 않겠냐"고 잘라 말했다.

심 후보는 "결선투표제 등은 민주당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 때부터 계속 얘기했으나 안 한 게 문제"라면서 "선거제도도 제가 열심히 보탰으나 (민주당이) 뒤집은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건 제1야당인 국민의힘과 적극적인 합의를 도모해주는데 더 많은 힘을 썼으면 좋겠다"면서 "민주당이 선거에 연연하지 말고 당론으로 확정해서 그간 못다 한 정치개혁 책임을 제대로 잘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선 후보도 "대선을 목전에 두고 이런 내용을 발표하는 것은 표를 얻기 위한 것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며 "문제는 진정성과 실천에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의석수 1개인 소수정당인 시대전환은 송 대표의 다당제 연합정치안에 환영 입장을 밝혔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이번 대선이야말로 87체제를 해체하고 새 시대의 문을 열어야 한다"며 "이제 변화의 적기라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동선 기자



김동선 기자 matthew@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