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를 받으면 교감신경이 항진되어 호흡이 빨라지고 짧아지며 얕아집니다. 화가 나도 그렇습니다. 호흡이 빨라지지요. 너무 공포스러울 때는 어떤가요? 호흡이 순간적으로 멈추기도 합니다. 이렇게 감정 상태와 호흡은 아주 깊은 관련이 있고, 이런 관계를 만들어주는 것은 호흡을 주관하는 자율신경입니다. 그래서 마음이 평온하고 안정적이면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어 호흡이 느려지고 길어지고 깊어지는 것입니다.

감정과 호흡, 그리고 자율신경

그러니 호흡을 의식적으로 잘 조절하면 감정도 조절되고, 특히 자율신경기능의 조절이 가능해집니다. 감정을 마음대로 조절하거나 자율신경을 마음대로 항진 또는 활성화시킬 수는 없지만 호흡을 의식적으로 조절하는 것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조절된 깊은 호흡이 불안한 마음을 안정시켜주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심한 사람에게는 호흡법이 정신적으로 큰 도움이 됩니다. 화가 났을 때 호흡이 불안정해지는 것을 관찰하고 호흡을 천천히 길게, 그리고 깊이 하다 보면 교감신경이 안정되어 흥분이 감소되고 몸도 안정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즉, 호흡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감정을 변화시키고, 자율신경을 조절할 수 있는 것입니다.

들숨은 교감신경, 날숨은 부교감신경

들숨은 교감신경과 연결되고 몸을 적당히 긴장시킵니다. 그리고 날숨은 부교감신경을 활성화하고 긴장을 풀어 편안함을 줍니다. 그래서 화를 내거나 공황증으로 과호흡이 생길 때, 들숨만 쉬어지고 날숨이 제대로 안 쉬어져서 공황발작으로 가거나 실신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입니다. 숨을 길게 내쉬면 횡격막이 위로 올라가면서 폐를 최대한 수축시켜 탁한 공기를 몸 밖으로 충분히 배출시키게 됩니다. 그리고 복근은 안으로 들어가 장을 자극하게 됩니다. 또한 날숨으로 부교감신경이 자극을 받으면 면역력이 향상되고 뇌파도 편안해지며 몸과 마음이 릴렉스 됩니다. 그래서 들숨은 짧게, 날숨은 천천히 길게 내쉬는 것이 부교감신경을 활성화하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화병, 공황증, 자율신경실조 등의 교감신경 항진 증상이 심한 사람은 의식적으로라도 들숨은 짧게, 날숨을 최대한 천천히 길게 쉬는 것이 좋습니다.

스트레스 줄여주는 복식호흡

평소에 별 생각없이 우리가 숨을 쉬면 가슴으로 숨을 쉬는 흉식 호흡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의식적으로 배로만 호흡하는 복식호흡을 하게 되면 몸 속 깊은 곳까지 산소가 전달되고, 카테콜아민, 코르티졸과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이 줄어들어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됩니다. 게다가 복식호흡은 흉식 호흡보다 3~5배 많은 공기를 들이마시게 되면서 횡격막의 움직임이 크게 생기고, 뇌로 전달되는 산소도 많아져서 정신이 맑아집니다. 그리고 심장박동이 느려지고 근육 긴장이 이완돼 마음이 안정될 뿐 아니라 소화상태가 좋아지고 변비 예방에도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복식호흡은 흉식호흡보다 칼로리 소모가 많아서 신진대사가 활발해지고 몸 속 노폐물 배출도 더 잘 됩니다.

자율신경균형을 회복하는 비강호흡

코는 호흡을 하면서 외부로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통로이기도 하지만, 코가 중요한 것은 공기를 흡수하기 쉽도록 걸러주고 데우고 촉촉하게 해 주기 때문입니다. 인도 요가에서 산스크트리어로 ‘나디 쇼다나’(Nadi Shodhana)라고 부르는 비강호흡은 한쪽 코구멍을 막고 하는 호흡인데, 부교감 신경계를 활성화시켜주는 호흡법입니다. 오른쪽 콧구멍으로 숨을 들이쉬면 교감신경이 항진되어 혈액순환 속도가 빨라지고 몸이 뜨거워지며 심박수가 올라갑니다. 그리고 왼쪽 콧구멍으로 호흡하면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어 혈압이 낮아지고 몸의 열이 식으면서 이완됩니다. 비강호흡은 양쪽의 콧구멍을 통해 음양의 에너지를 정화시키고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균형을 회복하게 하는 호흡법입니다.

호흡할 때의 주의점

들숨을 짧게 날숨은 천천히 길게 그리고 깊이 하는 호흡, 복식호흡, 그리고 비강호흡 모두 마찬가지이지만 호흡이 잘 되기 위해서는 호흡과 관련된 자세가 제대로 되어야 호흡의 효과가 극대화됩니다. 그래서 누운 자세나 구부정한 자세에서 호흡하는 것 보다는 척추를 똑바로 펴고 반듯하게 앉은 자세에서의 호흡이 효과가 훨씬 큽니다. 그리고 호흡하면서 숨을 셀 때 처음부터 욕심을 내 너무 오래 쉬거나 숨을 오래 참는 것은 몸에 오히려 무리를 줄 수 있으니, 조금씩 호흡의 길이를 늘려나갈 생각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자세를 바로 하고 날숨에 집중하면서 호흡근을 제대로 사용하시면 부교감신경 활성에 도움되실 겁니다.

정이안 한의학 박사



● 정이안 한의학 박사 프로필

한의학박사, 정이안한의원 원장이며, 자율신경연구소 원장이고, 동국대학교 외래교수이다. 저서로 생활습관만 바꿨을 뿐인데, 직장인건강 한방에 답이 있다, 몸에 좋은 색깔음식 50 등 다수의 책을 썼다.



정이안 한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