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정치인생 4번째 '철수' 실험...지지자 반발 속 성공 여부 관심

[주간한국 김동선 기자] 제20대 대통령선거 투표일 6일을 남겨두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전격적으로 단일화에 합의하면서 막판 선거 판세가 요동치고 있다.

두 후보의 단일화는 사전투표를 하루 앞두고 전격 발표됐다. 마침 이날부터 여론조사 결과 공표가 금지되는 '깜깜이 기간'에 돌입하면서 단일화 효과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국민의힘은 단일화가 정권교체 여론을 총결집시키는 극적 효과를 내 여유롭게 승기를 잡는 계기가 될 것으로 믿는 분위기다. 말만 무성했던 단일화라는 마지막 변수가 사라지면서 대선전의 불확실성이 제거돼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는 것이다. 반면 다급해진 더불어민주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단일화 역풍을 기대하고 있다.

그간 수차례 완주 의사를 밝혔던 안 후보가 갑작스럽게 단일화로 선회한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정치권에서는 대선 완주의 실익이 없는 상황에서 초박빙 구도의 선거에서 윤 후보의 패배시 쏟아질 정권교체 실패 책임론이 안 후보에게 부담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 기자회견을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尹·安 "우리는 원팀...정권교체 대의 따르겠다"

윤석열·안철수 두 후보는 지난 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희 두 사람은 원팀"이라면서 후보 단일화를 선언했다. 두 후보는 "오늘 단일화 선언으로 완벽한 정권교체가 실현될 것임을 추호도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서로 부족한 부분을 메꾸어주며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루고, 상호보완적으로 유능하고 준비된 행정부를 통해 반드시 성공한 정권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두 후보는 단일화와 함께 ▲공동 인수위 구성 ▲국민통합정부 공동 운영 ▲대선 직후 합당 등에 합의했다.

두 후보는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명분을 내세웠다. 안 후보는 "저희 두 사람이 정권교체의 민의에 부응해서 함께 만들고자 하는 정부는 미래지향적이며 개혁적인 ‘국민통합정부’"라며 "‘국민통합정부’는 87년 민주화 이후 한국 정치의 고질병인 승자독식, 증오와 배제, 분열의 정치를 넘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단일화에 반대해왔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신속한 합당 의지로 화답했다.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정권교체의 대의를 위해 국민의힘의 일원이 되기로 큰 결정 내린 안 후보와 국민의당 구성원들을 환영한다"면서 "대선이 종료된 뒤 1주일 이내로 국민의힘·국민의당 합당에 대한 실무적인 절차를 마무리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조건없는 지지 선언과 합당을 결심한 안 후보의 용기에 감사하다”며 “지난 서울시장 선거 이후의 혼선과 같은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제 마음 편하게 완승하겠다"(홍준표 의원),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하태경 의원), "절절한 국민 염원의 결과"(정진석 의원)라며 단일화를 환영하고 극적 효과를 강조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 관련 공동선언문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안 철수' 한다더니 '또 철수'...일부 지지자들 "탈당"

안 후보의 야권 후보 단일화와 사퇴는 그야말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바로 전날 밤 마지막 법정 TV토론까지 소화했던 안 후보는 불과 몇 시간만에 입장이 바뀐 것이다.

안 후보는 지난달 13일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를 제안했으나 윤 후보와 국민의힘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1주일 뒤인 지난달 20일 단일화 결렬 선언을 한 바 있다. 이에 윤 후보가 1주일 뒤인 27일 그동안의 단일화 협상 과정을 세세하게 공개했고 단일화 무산 책임공방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된 이후 안 후보는 줄곧 완주 의사를 보여왔다. 안 후보는 특히 유세버스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당원의 영결식에서 '고인이 된 동지의 뜻을 받들어 끝까지 가겠다"며 결기에 찬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완주 의사를 다졌던 안 후보가 단일화 선언과 후보직 사퇴를 한 것은 최근 한자릿수 지지율로 완주의 실익이 없는데다 정권교체 실패시 자신에게 돌아올 책임론이 커질 것을 우려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안 후보는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드는 시작으로서의 정권교체, 즉 '더 좋은 정권교체'를 위해 뜻을 모으기로 했다"고 단일화 명분을 내세웠다.

안 후보가 선거에서 중도하차 한 것은 자신의 정치경력 10년동안 이번이 4번째다. 의사, 성공한 벤처기업가라는 참신한 이미지로 정치에 입문한 안 후보는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변호사에게 후보직을 양보했다. 2012년 대선에서는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와 단일화 결렬 후 후보직을 사퇴했다.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의 단일화 경선에서 패배했다. 이번 후보직 사퇴로 안 후보는 다시 한번 '철수' 이미지가 각인된 셈이다.

안 후보의 단일화 선언과 후보 사퇴에 정작 지지자들은 환영 보다는 당혹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국민의당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탈당 방법을 문의하는 게시글이 쇄도하기도 했다. 지지자로 보이는 한 네티즌은 "그동안 차떼기당, 내로남불당 이렇게 외쳐왔는데 이런 적폐 2중대 국민의힘과의 합의는 어떤 논리로 설명이 가능한지 묻고 싶다"며 "국민과 지지자를 기만하는 잘못된 선택으로 뼈아픈 후회를 하게 될 것이다. 다시는 안철수님을 지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3일 오전 서울시 강서구 발산역 1번 출구 앞에서 열린 '강서는 이재명으로 결정했어요!' 강서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단일화는 잔 파도"...與의원들 "국민 우롱" 맹비난

윤 후보를 제외한 이른바 '반(反)윤 연대'를 구상하며 안 후보에게 구애를 해왔던 민주당은 전격적인 야권 후보 단일화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초박빙 판세에 미칠 영향에 촉각 세우고 있다. 민주당은 내심 야권 단일화가 진보 진영의 세 결집을 유도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우상호 민주당 총괄선대본부장은 윤 후보와 안 후보의 단일화 발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지층은 어떤 내용으로 합의했는지도 모른다. 양측 지지자는 물론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며 "이런 식의 단일화는 오히려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또 단일화 효과를 차단하려는 메시지를 내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야권 후보 단일화 발표이후 첫 유세에서 "세상에 잔 파도는 많다. 그러나 민심의 도도한 물결은 파도가 거부할 수 없다"며 "정치는 정치인들이 하는 게 아니라 바로 국민들이 하는 것"이라며 야권의 후보 단일화를 평가절하했다.

이 후보와 당내 지도부의 차분한 대응과는 달리 민주당 의원들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국민 기만이자 국민 우롱"(안민석 의원), "그야말로 야합이자 사기"(허영 의원), "민의를 버리고 역사에 저항하는 정치공작"(안호영 의원)이라며 윤석열·안철수 후보의 단일화를 맹비난했다.

김동선 기자



김동선 기자 matthew@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