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산책로
싱그러운 봄소식은 남해의 마을에 먼저 깃든다. 경남 남해는 봄길 첫 자락에 마주하고 싶은 섬이다. 뭍에서 다리로 연결된 남해에는 계단식 다랭이 논과, 사연 가득한 포구 마을들이 미역처럼 펼쳐져 있다. 봄향기는 남해 깊숙이 들어설수록 완연하다. 바다를 가로지른 다리 위로 기분 좋은 바람이 스친다. 창선-삼천포 대교는 사천시와 남해군을 연결하는 5개의 교량을 아우르는 다리다. 사천시 삼천포항과 남해군 창선도 사이를 삼천포대교, 초양대교, 늑도대교, 창선대교, 단항교가 봄의 길목으로 안내한다.

‘바래길’ 시작되는, 미술관

남해도로 접어들면 독일마을, 보물섬전망대 등 남해군의 수려한 여행지들이 물미해안도로를 따라 이어진다. 귀화한 독일 교포들이 집을 짓고 살아가는 독일마을 언덕 위에는 세계 각국의 정원을 모아놓은 원예예술촌이 문을 열었다. 원예예술촌에는 봄이면 이국적인 풍광의 산책로가 소담스럽게 피어난다. 원예예술촌에서 요트정박장이 있는 물건리 포구가 가깝다.

호젓한 남해의 풍광은 섬 남서쪽에서 은밀하고 탐스럽다. 남해의 걷기 좋은 길인 ‘바래길’의 1코스인 다랭이지겟길은 에서 유구마을을 지나 까지 이어진다.

다랭이지겟길의 출발점인 은 남해군을 다리로 오가기 전, 여수로 가는 여객선이 다니던 분주한 포구였다. 인근 밭에서 수확한 마늘 더미가 포구 한편에서 한가롭게 봄볕을 맞는다. 포구에는 보건소에서 미술관으로 변신한 남해이 들어서 있다. 20여년간 마을 주민을 치료하던 평산보건진료소는 폐쇄돼 방치되다 주민과 탐방객의 문화예술공간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바래길작은미술관
원예 예술촌

다랭이마을 해변산책로와

다랭이지겟길 끝자락 은 응봉산 자락아래 해안도로가 이어지고 밭과 마을, 바다가 놓인 재미있는 형상이다. 가천 마을은 108개의 계단식 밭으로 이름이 널리 알려졌다. 마늘을 심던 밭 주변에는 봄이면 유채가 흐드러지게 핀다. 봄꽃 향기와 잔잔한 바다가 어우러진 해변산책로는 마을 벽화골목으로 연결된다.

남해읍으로 접어들면 봄나들이때 함께 둘러볼 공간들이 자리했다. 유배문학관은 국내 최초의 유배 관련 문학관으로 실제로 유배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남해도는 서포 김만중이 유배생활의 마지막을 보냈던 노도를 품은 곳이다. 에는 국내외 진기한 탈들이 전시돼 있으며, 예술촌 옆 는 봄이 무르익으면 튤립 등 화려한 봄꽃이 만개한다.

남면 덕월리의 은 해변 숲이 아늑하다. 아름드리 느티나무와 이팝나무 370여 그루가 포구와 해변따라 500m 늘어서 있다. 은 구미마을 주민들이 태풍, 해일을 막기 위해 조성했으며, 아담한 카페도 숲 초입에 문을 열었다. 일몰이 아름다운 해변숲길에서 하루를 나른하게 마감하기에 좋다.

가천다랭이마을
구미숲
국제탈공연예술촌
장평저수지

여행메모

교통: 남해로 들어설 때는 창선삼천포대교, 나올 때는 를 이용하면 색다른 풍광을 조망할 수 있다. 남해읍공용터미널에서 농어촌버스가 , , 원예예술촌 등을 오간다. 음식: 남해의 봄 별미는 멸치다. 멸치조림쌈밥은 섬 내 곳곳에서 맛볼수 있다. 창선마을과 미조항에 식당이 다수 있다.

기타: 남해군의 서북쪽으로 되돌아 나올 때는 와 남해대교를 이용한다. 1973년 건립돼 50년 된 남해대교 옆으로는 2018년 가 개통됐다. 현수교인 는 세계 최초로 경사 주탑이 적용된 다리로 남해군과 하동군을 잇는다. 남해대교 밑 유람선선착장에서 신구 두 다리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노량대교
평산항

서진 여행칼럼니스트



서진 여행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