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냉전·北 도발 속 한반도 평화 비전·계획도 마련해야

[주간한국 김동선 기자] 제20대 대통령에 당선된 윤석열 당선인. '공정과 정의'를 기치로 내세운 윤 당선인이 향후 5년의 임기동안 대한민국을 어떻게 이끌어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3년째 이어지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여전히 확산일로인 상황에서 코로나19 위기 대응은 윤 당선인의 당면 과제다. 초박빙의 선거를 거치면서 극명하게 둘로 갈라진 국론분열을 통합해야 하는 것도 윤 당선인이 꼭 풀어야 할 숙제다.

윤 당선인도 선거기간 협치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하고 '국민통합정부'를 세우겠다고 공언해왔다. 여소야대로 바뀔 정국에서 정치신인인 윤 당선인이 국회와 어떤 협치의 리더십을 보여줄 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선 인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윤석열의 당면과제…'통합'과 ‘협치’ 없이는 국정운영 험난

윤 당선인은 당선 직후 최우선 과제로 국민통합을 내세웠다. 윤 당선인은 지난 10일 새벽 당선이 확정된 후 국민의힘 당사에서 "국민은 모두 하나다. 지역이나 진영이나 계층이나 이런 거 따질 것 없이 국민은 어디에 계시든지 다 똑같은 이 나라 국민이고 모두 공정하게 대우받아야 한다"며 "국민 모두 하나라는 마음으로 저도 이 나라의 국민통합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 윤 당선인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 불과 24만7077표(0.73%포인트) 차이로 신승했다.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는 평가 속에 초박빙의 선거전이 펼쳐진 만큼 선거운동 기간 내내 거대 양당의 네거티브는 극단을 치달았고 양 진영의 갈등은 극에 달했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20대 남성과 여성은 정반대 투표로 극명하게 갈렸다. 실제 지상파 3사의 출구조사 결과 이대남(20대 남성)은 윤 당선인에 58.7%, 이 후보에게 36.3% 지지를 보냈다. 하지만 이대녀(20대 여성)는 이 후보 58.0%, 윤 당선인 33.8%로 정반대 양상을 보였다. 선거기간 이른바 '젠더 갈라치기'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윤 당선인이 이끌 차기 정부의 과제로 하나같이 통합을 강조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은 "박빙의 선거 과정에서 양쪽으로 분열된 국민을 치유할 수 있는 조치를 신속히 해나가야 한다"며 특히 가장 중요한 것은 탕평 인사를 통해 가시적으로 통합의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밝혔다. 최 소장은 또 "과거 어느 때보다도 대통령의 위기 돌파 능력이 아주 필요한 때"라며 "인수위원회 기간 동안 이른바 '국정 플랜 100일 플랜'을 세워 국가 아젠다 우선순위와 다단계 계획을 완벽하게 수립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선거 기간 이른바 극단적인 '복수혈전'이 펼쳐졌는데 이를 정치적으로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가장 큰 과제"라며 "결국 정치를 통치로 바꿔 분열된 에너지를 통합의 에너지로 전환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도 "정치보복을 우려하는 국내 정치적 리스크에 대한 불안감을 잠재울 필요가 있다"며 "또한 정치경험이 없는 당선자에 대한 불안감 해소를 위한 대책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제 20대 대통령선거 개표상황실'에서 꽃다발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회의원 ‘0’선의 尹, 172석 거대야당 문턱 넘어야

윤 당선인은 정계에 입문한지 채 1년도 안돼 대권을 거머쥐었다. "여의도의 문법도 여의도의 셈법도 모르는 사람"(지난 8일 제주도 유세)이라는 자신의 말처럼 정치 신인이다. 대선과 함께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를 사실상 '싹쓸이'한 국민의힘은 의석수가 110석으로 늘었다.

그러나 무소속 후보의 복당과 국민의당과의 합당 작업이 마무리되더라도 114석에 불과해 여전히 172석의 민주당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윤 당선인의 입장에선 초보 정치인으로서의 한계를 극복하고 한동안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해야 하는 셈이다.

거대 야당이 될 민주당이 지키고 있는 국회의 문턱을 넘지 않고서는 아무 것도 실현할 수 없는 '식물대통령'이 될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당장 새 정부조직 구성과 총리·장관 등 내각 인사 등에서 172석의 민주당 동의를 통과해야 한다.

윤 당선인도 이를 의식한 듯 당선인사에서 소통과 협치를 강조했다. 윤 당선인은 지난 10일 "민생을 살리고, 국익을 우선하는 정치는 대통령과 여당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며 "의회와 소통하고 야당과 협치하겠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앞서 지난 3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단일화 공동선언에서 "모든 인사는 정파에 구애 받지 않고 정치권에 몸담지 않은 인사들까지 포함해 도덕성과 실력을 겸비한 전문가를 등용하겠다"고 밝혔다. 또 유세 현장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의 상식 있는 정치인과 협치해 국민 통합을 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물론 민주당도 선거기간 동안 '국민통합 정치개혁안'을 내놓고 의원총회 결의를 한 만큼 표면적으로는 어느 정도 새 정부에 협조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정치개혁안은 불리한 선거판세에서 대통령 4년 중임제·대선 결선투표제 도입을 위한 개헌과 다당제 보장을 위한 국회의원 연동형 비례제·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선거제도 개혁을 동시 추진을 골자로 한 것이었다. 때문에 이에 대한 국민의힘과 윤 당선인의 화답이 없고 근본적인 정치개혁이 담보되지 않는 상황이라면 얼마만큼 민주당이 협치에 동조할지는 의문이다.

직선제 개헌 이후 24만표라는 역대 최소 표차로 당선이 확정된 윤 당선인에게 이번 대선의 승리는 절반의 승리이자 절반의 패배다. 극명하게 갈렸던 반대 표심은 윤 당선인에게 민주당이 제시한 정치개혁에 대한 동의이자 주문일 수 있다. 윤 당선인이 초보 정치인다운 때묻지(?) 않은 참신함과 특유의 뚝심으로 정치개혁에 함께 나선다면 후진적 정치 시스템에 변화의 계기가 마련될 수도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번 선거는 분노를 촉발시켜 이겨야 하는 판이었던 만큼 사회 모든 면에서 갈라졌다"며 "어느 때는 통합이 강조돼 왔지만 지금이 가장 절실하다. 개헌을 통해 구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5년 뒤 또다시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며 현 정권을 심판하려 들 것"이라고 말했다.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장은 "선거 과정에서 정체성이 굉장히 흐려졌기 때문에 개헌을 통해 대통령직의 권한을 약화하고 권력을 분산 시킬 것인지 등을 판단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다면 혼란스러울 수 있다. 권력과 연정 등에 대한 결정을 내리고 목표를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오전 서초동 자택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남북관계 암흑기 접어드나..."한반도 평화 비전 필요"

윤 후보의 당선으로 남북관계는 암흑기로 접어들 공산이 커졌다. 윤 당선인은 토론과 유세과정에서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추가 배치를 암시하고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 발언을 해왔다. 새해 들어 수차례 미사일 발사를 하며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는 북한에 대해 확고한 힘의 우위로 도발을 잠재우겠다는 뜻으로 해석되지만 침체된 남북관계가 장기화되는 와중에 지정학적 위기만 고조시키는 발언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김일한 동국대 북한학연구소 교수는 지난 10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주최 '대선 평가 토론회'에서 "북핵 문제를 어떻게 해소하고 남북관계를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냐에 대한 논의를 전혀 발견할 수 없어 굉장히 우려스러웠다"며 "북핵 문제를 미국과 북한에만 맡기고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희망적 전망"이라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군사합의를 폐기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는데 오히려 한반도 문제를 대결 국면으로 끌고 가면 군사위기가 다시 한반도 내에서 되풀이될 우려가 있다"며 "과거보다 덜 퇴행하는 전략을 수립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윤 당선인은 당선인사에서 "남북대화의 문은 언제든 열어두겠다"면서도 "국민의 안전과 재산, 영토와 주권을 지키기 위해 어떠한 도발도 확실하게 억제할 수 있는 강력한 국방력을 구축하겠다"며 "북한의 불법적이고 불합리한 행동에 대해서는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북한의 도발 수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실제 한미 당국은 11일 북한이 최근 두 차례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우주발사체를 가장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라고 결론내렸다. 미국은 북한이 미국 본토를 겨냥한 미사일 시험으로 사실상 '레드 라인'을 넘었다고 판단하고 추가 대북 제재 조치를 발표하겠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신냉전에 대응하고 북한의 도발을 억제할 수 있는 한반도 평화질서에 대한 비전과 계획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고 이를 통해 남북 간에 군비 경쟁이 가속화하는 것을 막아 북핵 문제를 풀어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한반도가 위험하다. 신냉전 체제가 가속화한다면 대한민국의 100년 뒤는 암담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한반도 리스크를 조기에 제거해야 하기 위해 남북정상회담, 한미정상회담, 한일정상회담, 한중정상회담, 한러정상회담 등을 조기 추진하고 그 과정을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조치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2021년 4분기 손실보상 오프라인 신청이 시작된 10일 오후 서울 동작구청 손실보상 전용 창구를 찾은 소상공인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최우선 과제는 코로나19 긴급 구조...대언론·노조 관계는 급랭 우려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 되면서 취약해질대로 취약해진 민생을 회복하는 것은 절체절명의 과제다. 윤 당선인은 새 정부 출범 직후 코로나19 긴급 구조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50조원의 긴급 재정자금을 확보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손실보상을 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윤 당선인은 당선인사에서도 "코로나로 벼랑 끝에 몰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위한 고통 분담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역시 윤 당선인에게 새 정부 출범 전에라도 코로나19 위기 대응에 대한 전반적인 정책을 재정비할 것을 주문했다.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장은 "현재 코로나19 정책에서 사망자 증가로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며 "민간 전문가들을 동원해 의견을 나누고 문 대통령에게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는 요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도 "코로나19로 인해 이반된 민심을 달래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대한 소급지원과 일반 국민에 대한 보편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윤 당선인은 민간 주도의 '공정 혁신경제'를 경제 모델로 삼고 있다. 기업이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마련해 성장 잠재력을 2배로 키우고 이를 바탕으로 양질의 민간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조와 언론에 대한 윤 당선인의 불편한 시각은 향후 노사정 및 대언론 관계 설정에서 갈등의 불씨가 될 우려가 커 보인다.

윤 당선인은 노사 관계에 있어 '대화와 타협을 통한 상생이 필수'라는 입장을 갖고 있지만 강성 노조에 대한 입장은 확고하다. 그는 지난 6일 유세에서 "전체 근로자의 4%를 대변하는 강성노조는 완전히 치외법권"이라며 "그러니까 많은 기업이 엉터리 정부, 강성노조와 싸우기 싫어 보따리 싸서 해외로 나가는 것"고 말했다.

또 윤 당선인은 "(민주당이) 집권 연장을 하기 위해서 국민을 속이고 공작하는데 수단 방법을 안 가린다”며 “이 민주당 정권이 강성노조를 앞세우고 전위대를 세워서 갖은 못된 짓 한다. 그 첨병 중 첨병이 언론노조”라고 민주당과 언론노조를 함께 비난했다.

언론노조는 즉각 반발했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같은 날 "윤 후보의 문제적 발언은 헌법의 지위를 부정하고 언론노동자들의 자유로운 결사를 인정하지 않는 심각한 발언"이라며 윤 당선인을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소한 상태다.

김동선 기자 박준영 데일리한국 기자



김동선 기자 matthew@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