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유토이미지 제공)
유럽의 한 인류학자가 아프리카의 어느 부족을 찾아갔다. 그는 아이들을 불러 모아 재미있는 게임을 하자고 제안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나무에 매달아 놓고 제일 먼저 도착한 사람이 그것을 차지하는 게임이었다.

설명을 마치고 “시작”하고 외친 그는 눈을 의심했다. 아이들이 앞다퉈 달려가는 게 아니라 모두 함께 손을 잡고 걸어가 나무에 매달린 과자를 나누어 먹는 것이었다.

그가 아이들에게 물었다. “왜 모두 함께 갔니? 1등으로 가면 혼자서 맛있는 과자를 다 가질 수 있는데.”

아이들은 한목소리로 대답했다. “우분투!” 한 아이가 이렇게 덧붙였다. “다른 아이들이 슬픈데 어떻게 한 명만 행복해질 수 있나요?”

‘우분투(Ubuntu)’란 남아공 줄루족이 쓰는 반투어로 ‘우리가 있기에 내가 있다’는 뜻이라고 한다. 줄루족의 인사말에서 유래한 이 말은 공감, 교감의 뜻도 함께 담고 있다.

남아공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된 넬슨 만델라와 데스몬드 투투 주교의 헌신적 노력으로 복수와 보복이 없는 민주사회를 만들 수 있었던 초석이 바로 ‘우분투’ 정신이다.

27년 동안 감옥 생활을 한 뒤 대통령에 당선된 만델라는 데스몬드 투투 주교에게 ‘진실과 화해 위원회(TRC)’의 위원장을 맡긴다. 용서와 화해의 정신으로 복수와 보복이 없는 민주사회를 건설하겠다는 그의 철학을 실천에 옮긴 것이다. 이 ‘우분투’ 정신 덕분에 남아공은 지구촌에서 거의 유일하게 인종차별과 대립이 없는 국가로 다시 태어날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이 공로로 노벨 평화상을 각각 수상했다.

거액의 상금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프로골프의 세계에서 우분투는 있을 수 없는 얘기다. 그러나 주말골퍼들의 세계에선 어떨까.

구력이 다르고 체격이나 운동신경이 다르니 아프리카 아이들처럼 모두 동시에 목적지에 도달하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기량이 엇비슷해 가벼운 내기를 하며 즐거운 라운드를 하는 경우에도 골프의 속성상 스코어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백돌이도 있고 90대를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치는 사람도 있다. 어떻게 하면 70대 스코어를 낼 수 있을까 집중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생애 최저타나 에이지슛(자신의 나이와 같거나 낮은 스코어)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도 있다.

기량이 압도적으로 뛰어난 사람이 나머지 동반자를 안중에 두지 않고 자신의 경기에만 집중한다면, 신기록이나 싱글 스코어를 내지 못했다고 불쾌해한다면 나머지 동반자도 불편할 수밖에 없다.

주말골퍼에게 라운드의 즐거움은 스코어에만 좌우되는 것이 아니다. 좋은 스코어를 내면 좋겠지만 동반자들끼리 서로 배려하고 이끌어주며 담소를 나눌 수 있다면 주말골퍼들에겐 최고의 즐거움이다.

이때 ‘여러분이 있기에 내가 있다’는 우분투 정신이 빛을 발한다. 초보자가 헤매면 열심히 보살펴주며 공도 찾아주고 누군가 싱글 스코어나 생애 최저타 스코어를 낼 것 같으면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선심 쓴다고 멀리건이나 OK를 남발하고 스코어 카드를 엉터리로 적어 스코어만 좋게 만드는 일은 오히려 동반자를 불쾌하게 한다. 프로 세계에서도 우승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면서도 스포츠정신을 지키며 깨끗한 승부를 겨루어 승복하는 것 또한 서로에게 기쁨과 위안을 주는 또 다른 우분투 정신이 아닐까.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주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은 자신의 글을 연재하고 알릴 기회를 제공합니다. 레슨프로, 골프업계 종사자, 골프 애호가 등 골프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싶으신 분은 이메일()을 통해 신청 가능합니다.



방민준 골프한국 칼럼니스트 news@golfhank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