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인사권·MB 사면 놓고 ‘文-尹’ 회동 불발 파장…MB맨들 입김 세지나

18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건물 입구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등 참석자들이 현판식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진석 국회 부의장, 김기현 원내대표, 이준석 당대표, 윤 당선인, 안철수 인수위원장, 권영세 부위원장,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김병준 지역균형발전특위 위원장.(사진=연합뉴스)
[주간한국 김동선 기자]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구성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으로 정권 인수 작업에 돌입했다. 향후 5년 차기 정부 국정운영의 청사진을 그려야 하는 인수위의 임무는 막중하다. 문재인 정부가 국정농단 사태 여파로 인수위 없이 곧바로 출범했던 만큼 10년만에 꾸려진 이번 인수위가 제 소임을 다하며 국정 밑그림을 완성할 지 관심이다.

이번 인수위 구성은 뜨거웠던 선거운동 기간 화두로 떠올랐던 국민통합을 기본 골격으로 하고 있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야권 단일화 선언에서 약속했던 대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인수위원장에 임명하면서 인수위 구성에 속도를 냈고 당선 일주일만에 인수위 구성을 마쳤다.

인수위 활동의 핵심은 인사다. 인수위는 능력(전문성)과 도덕성을 인수위원 영입기준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인선 기준은 새 정부의 내각 지명에도 그대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인사는 메시지다. 그래서 인수위 과정에서 나올 첫 내각 인선은 윤 당선인의 국정운영 철학을 가늠해볼 수 있다.

통합의 메시지 측면에서 인수위의 첫 단추는 어느 정도 잘 끼웠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세부적으로는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더해 인수위와는 별개로 집권여당이 된 국민의힘 내부에서 벌써부터 임기가 보장된 검찰총장의 중도 퇴진론이 거론되면서 파열음이 예상된다. 또 대통령의 공공기관장 인사권과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문제를 두고서도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의 기싸움이 전개되고 있다.

◆당선 일주일만에 인수위 구성 '속전속결'

인수위원회는 대선 직후부터 차기 정부 출범 때까지 운영되는 한시적 조직이다. '대통령직인수에관한법률'에 따르면 인수위는 대통령 임기 시작일 이후 30일 범위에서 존속할 수 있다. 하지만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엔 '본 게임'에 돌입하는 것이어서 정권 출범 준비조직으로서의 인수위는 통상 대선 직후부터 대통령 취임일까지 대략 50일간 운영된다.

임시조직인 인수위 구성에 국민적 관심이 쏠리는 것은 '섀도 캐비닛’(예비 내각)으로 통하는 인수위원의 면면을 보면 차기 내각 구성을 가늠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당선 이후 정권인수 작업에 박차를 가한 윤 당선인은 인수위에 7개 분과 24명의 인수위원을 두고 1개 위원회와 2개의 특별위원회를 설치했다. 인수위는 안철수 인수위원장을 정점으로 권영세 부위원장, 원희룡 기획위원장, 박주선 취임준비위원장이 주축을 이루고 ▲기획조정(간사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 ▲외교안보(간사 김성한 전 외교통상부 제2차관) ▲정부사법행정(간사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 ▲경제1(간사 최상목 전 기획재정부 차관) ▲경제2(간사 이창양 카이스트 경영공학부 교수) ▲과학기술교육(간사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 ▲사회복지문화(간사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 등 7개 분과로 구성됐다. 인수위는 또 산하에 국민통합위원회(김한길 위원장)와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김병준 위원장), 코로나비상대응특별위원회(안철수 인수위원장 겸직)를 별도로 뒀다.

윤 당선인은 지난 13일 "국민을 제대로 모시기 위해 각 분야 최고의 경륜과 실력이 있는 사람을 모셔야지 자리 나눠먹기식으로 하는 것으로는 국민 통합이 안 된다고 본다"며 인위적인 여성 할당제나 지역 안배와 같은 물리적 배분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역대 정부의 정권 인수시 코드 인사로 잡음이 일었던 만큼 능력과 전문성을 기준으로 인수위를 구성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인수위, 점령군 아냐"...과거 '고소영'·'캠코더' 오명 반복 안돼

이같은 인수위 인선 원칙은 새 정부의 내각 인사에도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지난 15일 윤 당선인의 인사원칙을 "도덕성을 기반으로 실력과 능력을 겸비한 인재, 국민에 성과를 내고 국민들이 편히 사실 수 있도록 보탬이 될 수 있는 인재를 발굴하는 것"이라며 "인사원칙은 인수위원과 국무위원에 동일하다"고 했다.

차기 정부의 밑그림은 인수위를 통해 나올 내각 구성으로 확인해 볼 수 있다. 정책 비전과 국정 과제에 대한 국민적 동의가 결과적으로 선거 승리로 이어졌던 만큼 차기 정부의 정책은 윤 당선인이 후보 시절 내놓은 공약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전망이다.

문제는 실행 동력이다. 결국 그 정책을 실질적으로 실행하는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느냐가 성패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초기 내각 구성을 대선 승리 '유공자'에 대한 예우 차원의 대가성 인사 수준에 그친다면 국민적 저항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실제 과거 정부에서도 민심과 동떨어진 인사 난맥상이 끊이지 않았다. 지연과 학연에 선거에 공을 세운 인물에 대한 보은인사가 난무했던 것이다. 이명박(MB) 정부가 출범과 동시에 인사 잡음에 골머리를 앓았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MB 정부는 출범 직후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강부자’(강남 땅부자) 인사로 말썽을 빚었다. 문재인 정부도 집권 초기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라는 비판에 받은 바 있다.

인수위는 이같은 전례를 교훈 삼아 인사 원칙을 지키겠다는 입장이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지난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인수위는 점령군이 아니다. 역사와 국민앞에 겸허한 자세로 임하겠다"며 "국민의 뜻을 잘 담을 수 있는 소통구조를 만들고 질서있게 국민과 언론과 소통하며 함께 국정 청사진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18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건물 입구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등 참석자들이 현판식을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누구에도 빚진 것 없다"...'능력 발탁' 윤석열 원칙 지켜질까

인수위 활동 초기인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일단 인수위원들의 면면을 보면 능력과 전문성, 국민통합에 어느정도 부합하는 인선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정무사법행정 분과 간사인 이용호 의원은 호남 출신이다. 또 기획조정 분과 인수위원으로 이름을 올린 최종학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윤 당선인이 검찰총장 시절 지휘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사를 강하게 비판한 전력이 있지만 윤 당선인이 직접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에게 비판하는 사람이라도 능력을 보고 발탁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수위 구성 원칙이 차기 내각 지명, 집권이후 인사 원칙으로 그대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윤 당선인은 선거운동 기간 "나는 정치 신인이기에 누구에게도 빚진 것이 없다"며 보은인사에 대한 우려에 선을 그었지만 검찰 근무 당시 이른바 '윤석열 사단'을 너무 챙겼다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에도 한동훈 검사장(사법연수원 부원장)에 대해 "독립운동처럼 해온 사람"이라고 평가하며 "굉장히 유능한 검사이기 때문에 아마 검찰 인사가 정상화되면 각자 다 중요한 자리에 갈 거라고 판단된다"고 했다. 검찰 인사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비판과 함께 벌써부터 한 검사장의 차기 서울중앙지검장 임명설이 나오는 이유다. 한 검사장 외에도 문재인 정부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의혹 등에 대한 수사를 하다가 좌천된 검사들이 화려하게 복귀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이와 관련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한 검사장의 서울중앙지검장 임명 가능성에 대해 "윤 당선인이 계속 부르짖어왔던 검찰의 중립·독립을 훼손하고 검찰을 정치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윤 당선인이 의지를 내비친 바가 있어 현실화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데 그러면 안 된다"고 말했다.

김오수 검찰총장.(사진=연합뉴스)
◆권성동 "검찰총장 거취 결정하라"...김오수, 사퇴 거부

이같은 세간의 우려는 슬슬 표면화되고 있다. 벌써부터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인사들에 대한 퇴진 압박이 나오고 있어서다.

권영세 인수위 부위원장은 지난 15일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과 공기업 인사들과 관련해 "정치적으로 임명된 직원들 같은 경우는 스스로 거취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현 정권 인물 중 퇴진을 요구하는 인사의 구체적인 실명과 직책까지 언급되고 있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대표적이다. 권성동 의원은 지난 15일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할 각오와 자신과 의지가 있으면 임기를 채우는 것이고 지금까지와 같은 행태를 반복한다면 본인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된다"며 사실상 김 총장의 자진 사퇴를 압박했다.

당사자인 김 총장은 "법과 원칙에 따라 본연의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하겠다"며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윤 당선인의 검찰총장 사퇴 이후 지난해 6월부터 임기를 시작한 김 총장은 이제 임기 9개월을 보냈다. 김 총장의 임기는 내년 5월까지다.

검찰총장의 임기 2년은 법으로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1988년 검찰총장 임기제가 도입된 이후 임기를 완료한 검찰총장은 8명밖에 되지 않는다. 특히 정권 교체기에 전 정부에서 임명됐던 역대 총장들은 모두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중도 사퇴한 전례가 있다.

권 의원은 자신의 '김오수 검찰총장 퇴진 종용' 발언이 윤 당선인과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권 의원은 이 발언에 대해 "개인적 생각"이라며 "윤석열 당선자는 사퇴를 압박하거나 종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권 의원은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으로 꼽힐 만큼 윤 당선인의 복심으로 통한다. 때문에 검찰총장 시절 자신의 임기 보장을 요구하며 문재인 정부와 각을 세웠던 윤 당선자가 상황이 뒤바뀌자 최측근을 통해 이중 플레이를 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결과적으로 검찰총장 퇴진 문제는 그동안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주창해왔던 윤 당선인에게 '딜레마'가 될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사진=연합뉴스)
◆한은 총재·MB 사면...新舊 권력의 미묘한 신경전

여기에 한국은행 총재·공공기관 인사 문제와 청와대 민정수석실 폐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면 문제까지 더해지면서 신(新)권력과 구(舊)권력 사이에 미묘한 신경전도 펼쳐지고 있다. 결국 지난 16일 예정돼 있던 문재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오찬 회동은 만남 4시간을 남겨두고 무산됐다.

두 사람의 회동 불발은 청와대의 인사권을 둘러싼 양측의 충돌이 결정적인 원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권력 이양기에 인사에 대해서 협의해 줄 것을 요청한 당선인 측과 임기 마지막까지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는 현 청와대의 시각차가 분명했던 것이다. 특히 이달 말 임기가 끝나는 이주열 한은 총재의 후임 인선 문제를 두고 당선인 측이 개입하는 것에 대해 청와대는 대통령의 법률상 권리인 인사권에 대한 '월권'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윤 당선인의 공약 중 하나인 민정수석실 폐지도 청와대의 불쾌감을 자극하는 대목이다. 윤 당선인의 공약인 만큼 정부 출범 후 실행하면 될 일인데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는 이유로 당선인측이 민간인 사찰 등을 언급한 것이 마치 현 청와대가 부적절한 사찰을 했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또 MB 사면 문제도 갈등의 한 축이 되고 있다. 인수위에 친이명박계 인물들이 대거 포진하면서 MB 사면 이슈가 더 커지고 있어서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지난 15일 브리핑에서 "윤 당선인은 이명박 전 대통령을 사면 요청하겠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견지해왔다"며 사면 건의 방침에 불을 지폈다. 권성동 의원은 이에 더해 MB와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패키지 사면론을 꺼내들었다. 권 의원은 "두 분을 달리 대우할 이유가 전혀 없다. 문 대통령 최측근인 김 전 지사를 살리기 위해서, 동시에 사면하기 위해서 남겨놓은 것"이라며 "같이 사면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동시 사면을 우회 압박했다.

이에 대해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지난 17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고 결단사항"이라며 "당선자가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모르겠지만 두 분 회동 시 허심탄회한 말씀이 오갈 걸로 기대하고 있고 그렇다고 해도 사면 결정은 대통령 고유권한"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동선 기자



김동선 기자 matthew@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