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당국은 지난 17일 북한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추가 도발 가능성을 한미 간 공조하에 면밀히 추적 감시 중이라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북이 도발시 선제 타격을 강조한 윤석렬 대통령 당선인의 입장이 남북 관계, 나아가 북미, 북중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한 예상이 쏟아지고 있다. 새 정부의 한미 동맹 강화 입장이 한미 관계와 한미일 관계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하겠지만 북한, 중국과의 관계에는 물음표가 달린 상황에서 윤 당선인이 북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재개에 대해 어떤 대응에 나설지 전 세계가 주목 중이다.

문재인 정부가 지속적으로 추진했던 종전 선언이 사실상 무위로 돌아가고 대북 강경론을 주장한 윤 당선자의 등장은 남북관계의 새로운 출발점을 예고한다. 북한은 윤 당선자의 선거 승리를 비교적 빠르게 보도했지만 국제 외교가에서는 북한이 ICBM과 핵 실험 재개를 통해 도발 확대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미국 정권 교체에도 도발을 자제했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한국 정권교체를 계기로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만큼 미국과의 협력 강화를 통한 대북 정책에 방점을 두고 있는 윤 당선인과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북한은 한국 대통령 선거 결과를 대선 후 이틀만에 보도했다. 북은 보수 야당 후보가 근소한 차로 당선됐음을 언급했다. 북한은 이어 지난 16일 ICBM으로 추정되는 미사일 시험 발사를 재개했다. 비록 실패했지만 북의 의도가 어디에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ICBM을 통해 한국 새 정부를 압박하겠다는 의지이다.

미국의 소리방송(VOA)도 윤 당선인이 직면할 첫 도전이 북한의 ICBM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북이 평양 인근에서 발사한 ICBM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의 발사가 실패했지만 추가 발사가 이어질 것은 분명하다는 게 한미 정보 당국과 북한 전문가들의 공통된 예상이다.

북한의 도발은 윤 당선인의 취임에 앞서 4월에 절정에 이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많다. 4월 15일은 김 위원장의 할아버지인 김일성 전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이다. 북한은 2020년에도 태양절 하루 전인 4월 14일 미사일을 발사했고 2017년에는 태양절 전후로 함경남도 신포 일대에서 동해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은 지난해에 태양절에는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올해 상황은 다르다는 평가다. 미국에 이어 한국의 새 정부가 출범하는 상황을 이용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도 이런 상황을 의식한 모습이 엿보인다. 한국 대선 직후 한미 양국은 함께 북한의 ICBM 발사 가능성을 경고했다. 경고는 실제 발사 실험으로 이어졌지만 폭발 사고가 발생하며 상황이 악화하지는 않았다.

빅터 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북한이 오는 4월에 도발 수위를 끌어 올리며 바이든 정부와 한국의 차기 정부에 최대한의 압박을 가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AP통신 초대 북한 지국장을 지낸 진 리 우드로윌슨센터 선임연구원의 예상은 보다 구체적이다. 그는 뉴욕타임스(NYT) 기고를 통해 올해 김 위원장 집권 10주년, 김정일 생일 80주년, 김일성 생일 110주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김 위원장이 북한 주민들에게 새로운 고급 무기를 갖고 있음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평가했다.

리 선임연구원은 “북의 연이은 미사일 시험발사가 미국이 외교적 관여에 나서고 결국은 이러한 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대가를 지불하게 만들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북한이 연이은 압박에 나서더라도 미국이 일관되고 신중한 메시지를 유지해야 하며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미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신중한 대응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선제타격론을 내세운 윤 당선인의 대북 강경대응론에 대한 경계도 필요하다는 평가로도 읽힌다.

미국 의회에서도 비슷한 의견이 제시됐다. 미국 의회조사국은 18일(현지시간) 발표한 ‘한국의 새로운 대통령 선출’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윤 대통령 당선자 취임을 계기로 한미 간에 대북 문제에 대해 견해가 일치될 것이지만 선제 타격에 대해 의견이 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특히 미국이 과거 남북 간 군사 충돌 시 한국이 군사적 대응을 자제하도록 압력을 행사했지만 이는 윤 당선인의 일부 공약과 상충될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윤 당선인이 주장한 선제타격을 해야 할 상황이 발생할 경우 한미간에 의견이 발생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는 한미간에 선제 타격론에 대한 사전 조율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윤 당선인이 당선 이후 북한 ICBM에 대한 발언을 자제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복합적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일 수 있다. 윤 당선인은 북한의 ICBM 발사 실패에 대해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윤 당선인은 북의 시험 발사 실패 이전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사전에 대북 동향에 대한 자세한 브리핑을 받았다.

윤 당선인도 북한의 도발에 대한 배경과 한미 동맹의 대응 전략에 대해 대강의 정황을 파악했을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은 당선 이전 강경한 대북 입장을 거침없이 주장한 것과 달리 최근 신중한 입장으로 돌아선 것도 그 연장선에서 해석할 수 있다.

윤 당선인측은 대북 선제타격 발언에 대해서는 오해가 있다는 입장이다. 윤 당선인의 외교 전략을 주도한 김성환 인수위 외교안보분과 간사는 대선에 앞서 미국의소리방송(VOA)과 인터뷰에서 “선제타격은 ‘3축 체제’의 한 부분을 얘기한 것인데 이를 선제 공격 내지는 예방 공격을 언급한 것처럼 왜곡한 정치공세”라고 해명했다.

3축체계는 북 핵·미사일 발사 징후를 탐지할 경우 선제타격하는 1축 ‘킬체인’과 2축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 3축 ‘대량응징보복’에 나서는 전략이다.

백종민 아시아경제 오피니언 부장



백종민 아시아경제 오피니언 부장 cinqang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