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널 그란데 운하
이탈리아 베니스의 운하와 골목은 예술가들의 안식처였다. 화가 티치아노, 작곡가 비발디, 감독 우디 알렌 등은 베니스를 사랑하고 도시에 기대 작품 활동을 펼친 아티스트였다. 피렌체에서 건너온 르네상스가 마지막 꽃을 피운 곳도 베니스다.

지중해의 상권을 장악하며 부를 쌓았던 베니스는 예술과 문화에 대한 관대함을 아끼지 않았다. 비잔틴, 고딕에서 르네상스, 바로크 양식까지 다채롭게 도시를 치장했다.

중앙 운하인 캐널 그란데는 베니스를 ‘S자’로 가로지른다. 화려한 고딕 양식의 건축물인 카도르와 시인 로버트 브라우닝이 말년을 보냈던 레쪼니꼬 궁전이 운하 옆을 수놓는다.

셰익스피어, 우디 알렌이 흠모한 도시

캐널 그란데 양쪽에 들어선 고풍스러운 건물들만 스쳐 지나도 베니스의 감동은 겹겹이 쌓인다. 베니스 최초의 석조교각인 리알토 다리는 셰익스피어의 소설 ‘베니스의 상인’에 등장한다, 리알토 다리의 건축에는 미켈란젤로가 응모하기도 했다. 리알토 주변은 곤돌라 탑승장과 어시장이 들어선 제법 북적이는 풍경이다.

운하를 가르는 곤돌라들은 과열경쟁을 막기 위해 일률적으로 검은색으로 칠해져 있다. 곤돌리에들이 목놓아 부르는 ‘산타루치아’는 사실 베니스가 아닌 남부 나폴리가 배경이다. 우디 알렌은 그의 영화 ‘에브리원 세즈 아이 러브 유’(Everyone says I love you)에서 곤돌리에와 사랑에 빠지는 낭만적인 공간으로 베니스를 그려냈다.

곤돌라와 곤돌리에

비발디의 유년시절 깃든 싼마르코 광장

베니스의 중심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싼마르코 광장은 베니스 출신의 작곡가인 비발디의 흔적이 깃든 명소다. 비발디는 싼마르코 대성당에서 이발사 출신인 아버지와 함께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유년 시절을 보냈다. 광장 한편에는 바이런, 카사노바 등 명사들이 단골로 방문했던 카페가 성업 중이다.

싼마르코 광장을 한 발자국 벗어난 곳에서 베니스는 더욱 탐스럽다. 피렌체의 르네상스를 후원했던 메디치 가문의 코시모 데 메디치는 베니스로 망명해 운하 건너편인 에 은신했다. 성당에는 피렌체와 베니스의 르네상스가 함께 투영돼 있다.

베니스의 예술은 운하와 함께 유유히 흐른다. 샤갈, 달리. 칸딘스키 등 쟁쟁한 화가들의 작품을 전시중인 페기 구게하임 미술관은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미술관 중 한 곳으로 운하 옆에 자리했다. 투박한 목조다리 건너 아카데미아 미술관에는 조르조네, 티치아노, 틴토렌토 등 화려한 빛과 색채를 구현한 베니스 르네상스시대의 화가들 그림이 전시돼 있다.

운하의 도시를 동경했던 괴테는 “베니스에 머물렀던 시간은 짧아도, 명료한 인상을 간직한 채 이곳을 떠난다”고 그의 기행문에 적고 있다.

싼마르코광장
베니스 야경
싼조르조 마조레 성당

여행메모

교통: 운하를 오가는 대표 교통수단은 수상버스인 '바포레토'다. 목적지 노선별로 바포레토의 번호가 다르며, 하루 동안 이용 가능한 패스를 사전에 구입하면 가격이 저렴하다. 베니스 본섬 안으로 차량출입은 통제된다.

식당: 싼마르코 광장 주변에 식당과 카페들이 즐비하다. 카페 플로리안은 이탈리아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로 1720년 문을 열었으며 카사노바, 괴테, 바이런 등 예술가와 저명한 인사들이 단골로 찾았다. 벽에는 명사들의 초상화가 걸려 있다.

기타: 두깔레 궁전은 베니스의 전성기를 상징하는 건물로 베니스공화국의 정부청사다. 9세기에 건립돼 15세기에 완성됐으며 베네토 비잔틴, 고딕 양식이 혼재된 건물이 독특하다. 매년 봄이면 베니스에서는 ‘카르네발레’라는 가면축제도 열린다.

두깔레궁전
페기구겐하임 미술관

서진 여행칼럼니스트



서진 여행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