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기업 손잡고 2만년 만에 오는 소행성 탐사 시동…‘뉴스페이스’ 본격화

(왼쪽부터)한화시스템 저궤도 통신위성 플랫폼, 한화시스템 초소형 SAR위성, (맨 우측)쎄트렉아이 광학위성. (사진=한화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한화시스템이 지구에 초근접하는 소행성 탐사 프로젝트에 시동을 건다. 한화시스템은 30일 한국천문연구원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함께 추진하는 ‘우주탐사 기준 플랫폼 시스템 설계’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민간 기업 한화시스템과 정부출연연구기관 천문연·항우연이 함께 우리나라가 계획하는 소행성 탐사와 달 착륙 등 우주탐사 프로젝트의 기반이 될 밑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세계적 추세인 민간 주도 우주개발 ‘뉴스페이스’(Newspace)로의 전환 과정이기도 하다.

한화시스템에 따르면 이 밑그림에 가장 먼저 적용할 가능성이 있는 것은 소행성 아포피스(Apophis) 탐사 사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3일 예비타당성조사를 신청했다. 63빌딩 높이의 약 1.5배인 370m 짜리 소행성 아포피스는 7년 뒤인 2029년 4월 지구 3만1600㎞ 상공을 통과한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고도 3만6500㎞에 떠 있는 천리안 위성보다 약 5000㎞ 가까운데 300m가 넘는 소행성이 이렇게 지구를 스쳐 지나는 것은 수천년, 길게는 2만년에 한 번 있는 일”이라며 “태양계 초기 모습을 간직한 아포피스가 지구에 접근하면 중력 영향을 받아 궤도 지름이 늘어나고 자전축이 틀어지는 등 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아포피스 탐사는 국내 기술로 만든 우주 탐사선을 국내 발사체로 쏘아 올려 이런 변화를 관측·촬영하는 게 목표다. 아포피스 탐사가 계획대로 진행되면 우리나라 우주탐사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태양계 진화 역사를 규명하는데 학술적으로 큰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한다.

한화시스템이 설계하는 것은 우주탐사 기준 플랫폼이다. 아포피스 탐사나 달 착륙 프로젝트가 추진되면 밑그림으로 폭넓게 활용될 수 있다. 한화시스템이 총 체계를 담당하고, ㈜한화의 고효율 추진시스템 기술과 쎄트렉아이의 경량화 전장시스템 기술이 함께 활용된다. 한화그룹의 우주산업을 한 데 모은 ‘스페이스허브’(Spacehub)의 기술력이 총동원되는 셈이다.

아포피스 탐사가 계획대로 추진되면 탐사선은 2027년 10월 발사된다. 탐사선은 지구 궤도를 벗어나 지구-달 사이 거리(약 38만㎞)의 220배가 넘는 약 8400만㎞까지 멀어진다.

탐사선이 점점 빨라져 초속 30㎞가 넘는 아포피스의 속도를 따라잡으면 그 때부터는 약 10㎞ 거리를 두고 ‘동행비행’을 하면서 변화를 관측한다. 우리나라 기술로 이렇게 빠르게 멀리까지 탐사선을 보내는 것은 처음이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정부와 민간 기업이 밑그림 단계부터 함께하는 우주 프로젝트는 여러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며 “전문가들은 우선 큰 그림에 따라 우주사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2029년 아포피스 탐사를 통해 확보한 탐사선 경량화·고효율 추진시스템 등 핵심기술이 2030년대 달 착륙 프로젝트 등에 활용되는 방식으로 우주탐사 사업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과정 전반에 민간의 참여 비중이 커지면 자연스럽게 기술이 이전되고 앞으로 민간 기업이 하나의 우주 프로젝트 전체를 이끌어갈 수 있는 역량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우주산업기술 발전과 뉴스페이스 전환에 함께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