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2025년 통합 모듈러 아키텍처 ‘IMA’ 도입

혁신적인 기술력을 담고 있는 E-GMP. 이미 현대자동차그룹은 E-GMP 차세대 버전의 개발에 나서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전기차 시대를 맞이해 전기차 플랫폼 공유가 활발해지고 있다. 국내 브랜드의 경우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5와 기아 EV6 등이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를 공유하고 있다. 수입 브랜드의 경우 ‘J1’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아우디폭스바겐그룹의 포르쉐 타이칸 4S와 아우디 e-트론 GT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아이오닉 5와 EV6가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으며 전동화에서 비롯된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배경에는 현대자동차그룹의 E-GMP의 혁신적인 기술력이 큰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이미 현대차그룹은 E-GMP 차세대 버전의 개발에 나서고 있어 세계 전기차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2030년 현대차그룹 전기차 시장점유율 12%로 상승

E-GMP는 전용 전기차에 걸맞은 독창적인 디자인과 넓고 편안한 실내 공간, 안정적이고 민첩한 주행 성능, 실 사용성을 고려한 주행 가능 거리와 효율적인 PE 시스템(Power Electric System, 엔진을 포함한 파워트레인 시스템을 대체하는 것) 등을 구현하기 위한 다양한 기술들을 담고 있다.

특히 800V 고전압 시스템을 기반으로 해 약 18분 만에 배터리를 10%에서 80%까지 초급속으로 충전할 수 있다. V2L(Vehicle to Load) 기능은 캠핑 등의 외부 활동에 가장 주목받는 기능이기도 하다. 이 기능은 아이오닉 5와 EV6를 마치 대용량 보조 배터리처럼 활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E-GMP를 기반으로 한 아이오닉 5와 EV6는 현대차그룹이 선보일 혁신적인 전기차 시대의 개막을 화려하게 장식했다”며 “E-GMP를 기반으로 한 현대차그룹의 전용 전기차는 더욱 다채롭게 구성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차의 목표 성능과 차급에 따라 전기 모터의 배치(2WD & 4WD)와 배터리의 확장 여부를 손쉽게 조절할 수 있는 E-GMP의 강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라며 “소형부터 대형 차급에 이르는 전기차를 모두 아우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와 동시에 현대차그룹은 기존 플랫폼을 한 단계 개선하고 나아가 배터리, 모터 등 전기차 핵심 부품을 표준화 및 모듈화하는 ‘통합 모듈러 아키텍처’(IMA) 개발 체계를 2025년까지 완성키로 했다. 현재 개별 전기차 모델마다 별도 사양이 반영되는 배터리와 모터를 표준화해 차급별로 유연하게 적용함으로써 효율적인 전기차 라인업 확대와 상품성 강화를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실제로 현대차는 제네시스를 포함해 중장기 전기차 판매목표를 2026년 84만대, 2030년 187만대로 제시했다. 지난해 연간 14만대를 기록한 전기차 판매 규모를 5년 내 6배, 10년 내 13배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면 현대차의 글로벌 전기차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3% 초반에서 2030년 7%로 올라가며 현대차그룹 기준으로는 지난해 6%가량에서 2030년 약 12% 수준으로 점유율 상승이 전망된다.

‘eM’과 ‘eS’ 도입으로 전기차 라인업 확대와 상품성 강화

현대차그룹이 밝힌 중장기 전기차 판매목표를 현실화시키기 위해서는 보다 유연한 플랫폼이 필요하다. 이에 현대차는 앞서 언급한 새로운 전기차 아키텍처로 2025년 승용 전용 전기차 플랫폼 ‘eM’과 목적기반모빌리티(PBV) 전용 전기차 플랫폼 ‘eS’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eM 플랫폼은 표준 모듈 적용으로 E-GMP 대비 공용 범위가 확장된 것이 특징이다. 모든 세그먼트를 아울러 적용할 수 있는 형태로 개발되는데, 주행가능거리(AER)는 아이오닉 5 대비 50% 이상 개선되며 레벨3(완전 자율주행 바로 이전 단계) 이상의 자율주행 기술 적용 및 전차종 무선(OTA) 업데이트 기본화 등 다양한 신기술이 탑재될 예정이다.

eS 플랫폼은 스케이트보드 형태의 유연한 구조로 개발돼 딜리버리(Delivery, 배달·배송)와 카헤일링(Car Hailing, 차량호출) 등 기업간거래(B2B) 수요에 대응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예를 들어 이커머스 시장에 대응해 배송·물류 서비스를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목적으로 활용이 가능하고 글로벌 배송·물류 기업이 목적에 따라 차량을 주문하면 맞춤형으로도 제작이 가능하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 진화된 플랫폼 도입으로 배터리와 모터의 표준화와 함께 각 시스템의 원가 절감과 성능 개선을 통한 상품성 강화도 추진한다”며 “이를 통해 현대차는 배터리 에너지 밀도를 2030년까지 지난해 대비 50% 개선하고 원가는 40% 절감하며 모터는 원가를 35% 낮추고 중량을 30% 감소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배터리 시스템은 기존에 차종 별로 달랐던 배터리팩을 총 9종으로 표준화한다. 표준화된 배터리팩를 유연하게 적용함으로써 차급별 수요 대응이 보다 수월해질 전망이다. 게다가 현대차는 현재 셀-모듈-팩 단계로 구성된 ‘셀투모듈’(Cell-to-Module) 배터리 공정을 2025년 모듈 비중이 제외된 ‘셀투팩’(Cell-to-Pack) 방식으로 변경해 에너지 밀도를 높일 예정이다. 이 외에 모터 시스템은 모델별 요구를 아우를 수 있는 총 5개 형태로 표준화돼 개발된다.

현대차그룹은 이러한 유연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2025년 ‘올 커넥티드 카’(All-Connected Car) 구현에도 나선다. 지속적인 차량 업데이트로 새로운 차를 타는 듯한 경험과 커넥티드카에서 생성된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완성한 맞춤형 서비스를 탑승자에게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이를 위해 소프트웨어 아키텍처 표준화 및 제어기 OTA 업데이트 기능의 확대 적용을 추진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차종별로 제어기 구성이 파편화돼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벗어나 표준화된 소프트웨어 아키텍처 도입과 통합제어기 적용으로 개발 복잡성을 낮춰 보다 효과적으로 제어기를 개발할 수 있는 체제를 마련하기로 했다”며 “이를 통해 2030년까지 차량에 적용되는 제어기 수를 현재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