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부동산은 국민 대다수에게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그러나 공급에 시간이 많이 걸리고 대출을 끼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에 투기가 일어나기 좋은 구조를 가지고 있다. 더구나 각종 규제와 세금으로 인해 정책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문재인 정부 들어 지난 5년간 집값은 미친듯이 올라갔으며 이를 잡겠다고 규제를 강화하고 세금을 올리면서 국민들 불만이 팽배했다. 이것이 더불어민주당에게 대선 패배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새로운 정부는 그동안의 정책을 모두 되돌리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현재까지 나오는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1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을 2020년 수준으로 돌릴 방침이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세율 적용을 2년간 한시적으로 배제해 시장에 매물이 나오도록 유도한다. 취득세도 낮추고 장기적으로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통합을 추진해 이중과세 논란을 없앨 계획이다.

임기 중 전국에 250만가구 이상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공약도 내놨다. 준공 30년 이상 된 아파트는 정밀안전진단을 면제하고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완화하며 역세권 민간재건축 용적율을 상향조정함으로써 재개발·재건축을 활성화하는 것이 공급 측면에서 중요한 공약들이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도 완화해 처음 집을 사는 실수요자는 상한을 80%까지,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70%로 올려주겠다고 한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완화도 검토하고 있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세금을 감면하고 규제를 완화해 민간 중심의 부동산 시장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찔끔찔끔 이뤄진 28차례의 부동산 대책으로 규제와 세금이 과도해지고 체계가 흐트러진 점을 감안하면 이번 기회에 대대적으로 손질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정책의 재정립을 도모하려고 하면 원인과 현 상황에 대한 진단부터 정확하게 이뤄져야 한다.

과연 5년간의 부동산 광풍은 왜 일어났으며 왜 그처럼 격렬해졌을까. 그것은 박근혜 정부의 ‘빚내서 집사라’ 정책으로 인한 부동산 규제 완화가 저금리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과 맞물려 일어난 것이다. 그에 더해 정부의 부적절한 정책이 미풍으로 끝날 수도 있었던 부동산 가격 상승을 광풍으로 키우고 말았다.

정부는 ‘핀셋 규제’라고 불리는 국지적이며 단계적인 방식으로 대응했다. 그러나 이는 들불처럼 번지는 부동산 투기 붐을 잡기에는 역부족이었고 오히려 다음 번 투기할 장소를 손가락으로 가리켜 주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처음부터 강력하고 보편적인 규제를 적용했으면 이렇게까지 상황이 나빠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과도한 혜택을 부여한 주택임대사업자 제도는 다주택자에게 도피처를 제공했고 매물이 시장에서 사라지는데 큰 기여를 했다. 온갖 수단을 동원해도 집값이 잡히지 않자 이번에는 공급부족이 원인이라는 식으로 돌변해 대대적인 주택공급 정책을 내놨다. 정책에 체계도 없고 우왕좌왕했다. 그 결과 소수의 다주택자에게는 엄청난 이익을 주고 다수에게는 피해와 박탈감을 남겨놓았다.

현재 과도한 집값 상승과 누적된 규제, 그리고 금리 인상 추세에 따라 시장은 일단 안정화 추세로 접어들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 마음에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와 불안감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책 전환은 매우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

무엇보다 부동산 과열의 원인이 공급 부족에 있다는 진단이 문제다. 문재인 정부 들어와서 공급이 줄었다고 하는데, 인허가 측면에서 보면 결코 그렇지 않았다. 서울 주택인허가 실적은 2017년 11만3131가구로, 2014년 이후 가장 많았다. 보통 인허가를 받은 후 3년 후에 입주하므로 실질적인 공급은 늘어난 것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과도한 물량이 공급된다면 오히려 부작용을 양산할 수 있다. 우선 서울의 경우에는 고밀화가 불가피할 것이며 이는 주거환경 악화와 교통 체증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수도권의 비인기지역과 지방의 경우에는 집이 남아돌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인구가 줄어드는 단계에 접어들고 있고 수도권 인구 집중이 심각하다. 서울과 수도권의 과도한 주택 공급은 그러한 추세를 강화시킬 것이며 극단적으로 얘기하면 서울에는 사람들이 바글바글 모여 살고 지방은 텅텅 비는 결과를 빚을 수 있다.

재개발·재건축을 활성화하는 정책도 문제다. 집과 도시가 낡으면 다시 새롭게 짓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재개발·재건축은 단기적으로 집값 상승의 재료를 제공한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지금과 같이 불안정한 시기에 규제완화는 투기 심리를 자극할 수 있으므로 지극히 조심스럽게 이뤄져야 한다. 더구나 재개발·재건축은 멸실 주택으로 인해 공급 증가 효과도 미미하다.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정책도 상황에 맞는지 의심스럽다. 부동산 시장 과열에는 집값 상승에 불안을 느낀 젊은 층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투자가 큰 몫을 했다. 이들은 경제적인 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과도한 부채를 짊어질 수밖에 없고 이는 집값 하락시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그런데도 이들에게 ‘빚내서 집사라’고 부추기는 것이 과연 옳은 정책일까.

우리나라는 이미 과도한 가계부채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해 말 국내 가계부채는 1862조1000억원으로 1년새 134조1000억원이나 급증했고 세계 최고 수준이다. 지난 1월 국내 은행의 연체율은 0.23%로 낮게 나타났지만 이는 이자만 갚고 원금은 만기에 한꺼번에 갚는 대출구조로 인한 착시효과다.

더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대출 증가의 상당 부분이 부실화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섣부른 규제완화는 위험하다. 국제통화기금(IMF)도 ‘2022년 연례협의 결과보고서’를 통해 한국 금융권의 LTV·DSR 규제 강화를 주문하고 있다.

세금에 대한 정책도 일관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현재 6월의 지방선거를 앞두고 양당에서는 세금 깎아주기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많은 경우 법 개정이 필요하니까 편법을 동원해 일단 세금을 낮추고 보자는 입장이다.

그러나 엉켜버리고 뒤죽박죽이 된 세제를 바로잡으려면 원칙이 있어야 할 것이다. 불필요한 주택소유를 방지하고 시장에서의 거래를 원활하게 하자면 보유세 인상과 양도세 인하가 옳은 방향이다.

그렇다면 시간을 두고 그러한 방향으로 세제를 정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서둘러 세금을 깎아 놓으면 우선 세제가 엉망이 되고, 나중에 다른 부분에서 세금을 올리거나 국채를 발행해 재정을 조달하게 되는데 이는 큰 불씨를 남겨 놓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유례없는 부동산 투기 붐으로 많은 국민들이 고통을 겪었다.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에 모든 탓을 돌리기에는 적지 않은 정책적 실수가 있었다. 마땅히 징비록을 작성해 반성과 미래 정책 수립을 위한 자료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것을 외면하고 다시 정치적이고 일시적인 방편에 매달린다면 또 다른 후회를 불러올 것이다.

정인호 객원기자

정인호 객원기자 프로필

▲캘리포니아 주립대 데이비스 캠퍼스 경제학 박사 ▲KT경제경영연구소 IT정책연구담당(상무보) ▲KT그룹컨설팅지원실 이사 ▲건국대 경제학과 겸임교수 등을 지낸 경제 및 IT정책 전문가

 


정인호 객원기자 yourinho@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