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권 노리는 이재명·안철수...맞불 지원유세 관심
특히 경기도지사 후보에는 대선 후보에 나온 거물급 인사들이 속속 출사표를 던졌다.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에 이어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경기지사 출마를 선언하면서 두 사람의 맞대결이 성사될지 벌써부터 후끈한 열기가 감돌고 있다. 마땅한 서울시장 후보감을 찾지 못하고 있는 민주당 내에서는 송영길 전 대표 차출론이 불거졌는데 결국 송 대표가 수락했다.그 과정에서 이 전 지사가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와 주목을 끌었다.
점점 커지는 이재명 영향력...김동연·송영길 낙점?
민주당과 합당 논의에 착수한 새로운물결 김동연 대표는 지난달 31일 경기지사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에 따라 김 대표는 민주당 중진 안민석조정식 의원과 염태영 전 수원시장과 경선을 치러야 한다. 출마를 저울질 하고 있는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까지 가세할 경우 거물급 정치인 4파전이 예고된다.
앞서 민주당 일각에서는 지방선거 판세가 여전히 불리하다고 판단해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에서 바람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이 전 지사가 직접 등판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압도적인 정권교체 구도를 뚫고 나름대로 득표 경쟁력을 보여준 이 전 지사의 등장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이 전 지사 측은 이에 대해 여전히 조심스러운 기색이다. 오히려 차기 대선을 준비해야 할 이 전 지사의 경쟁력을 훼손시키기 위한 음모론이라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 전 지사의 직접 등판 가능성을 차단하고 지원유세 쪽으로 가닥을 잡는 분위기다.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30일 MBC 라디오에서 이 전 지사 역할론에 대해 "(지원유세는) 당연히 하시리라 생각하고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일각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후보로서 출전하는 문제를 거론하기에는 시기상 이른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후보 인물난을 겪던 민주당 내에서는 송영길 전 대표 차출론이 불거졌다. 이 과정에서도 이 전 지사가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실제로 이재명계 최측근으로 지목되는 정성호 의원과 김남국 의원이 지난달 29일 경북 영천의 사찰로 찾아가 송 전 대표와 면담했다. 이에 앞서 이 전 지사와 송 전 대표의 통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이재명 캠프 출신인 이수진 의원은 지난달 25일 공개적으로 송 전 대표의 출마를 요구했다. 특히 김 대표의 국회 출마기자회견에 이재명계인 정성호·김병욱 의원이 배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해 이 전 지사가 ‘송영길 서울시장, 김동연 경기지사’구도를 원한다는 보도와 소문이 뒤따라 등장했다.
이에 관련 민주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고 이 전 지사 측도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총리’ 대신 ‘당’ 선택한 安, 선대위원장 나서나
국민의힘 대선 경선 주자였다가 낙마한 뒤 정계은퇴까지 고려했던 유 전 의원이 당 안팎의 권유를 받아들여 지난달 31일 경기지사에 출사표를 냈다. 유력 후보로 거론된 안 대표가 출마 뜻을 접은 것도 유 전 의원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유 전 의원의 가세로 대선주자급의 도전이 이어지면서 경기도가 최대 승부처로 떠오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이 전 지사에게 47만표 차이로 뒤진 곳이 바로 경기도이다. 따라서 국민의힘은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인 서울보다는 경기도 선거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권에서는 안 대표가 국무총리 등 내각에 참여하지 않고 지방선거 불출마도 밝힌 점을 주목하고 있다. 1년 후 국민의힘 당 대표 출마를 위한 저변 확보를 위해서라도 이번 지방선거에 지원사격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안 대표는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를 통해“국가와 국민에게 봉사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면서 “앞으로 당의 지지 기반을 넓히는 일들, 정권이 안정될 수 있는 그런 일들에 공헌할 수 있는 게 많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날 CBS 라디오‘한판 승부’에서 "만약 이번 대선에서 안 위원장이 단일화를 해 주지 않았으면 선거 어려웠다. 그래서 안 위원장의 역할이 굉장히 큰 것"이라면서 "지금 대통령 당선인 지지율이 너무 낮다. 강경 보수 노선을 걸어왔다. 중도층이 다 떨어져 나간 상태 속에서 정권을 안정화시키기 위해서는 안철수라는 존재가 앞으로도 굉장히 중요하게 여겨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전 지사가 지원 유세에 나설 경우 맞불 전략으로 안 대표 카드가 급부상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전망이다.
안 대표 입장에서도 집권여당이 되는 국민의힘 입성을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지방선거에 기여했다는 명분이 필요하다. 그 성과를 토대로 내년 재보궐 선거로 원내에 진입하고 당권도전에도 나선다는 시나리오가 완성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6.1 지방선거는 안 대표 입장에서 국민의힘에 뿌리를 내릴 수 있는 첫 시험대가 될 수밖에 없다.
당 안팎에서 거론되고 있는 지방선거 선대위원장 추대론에 대해서도 안 대표는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면서도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고 여지를 남겼다. 안 대표는 이날 간담회에서 이와 관련한 질문을 받자 "당의 선대위원장은 당대표의 결심이고 당대표의 몫이다. 인사권자가 판단할 몫"이라고 이 대표에게 공을 넘겼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자극하지 않고 권한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에 따라 이 대표도 안 대표를 최대한 존중하는 모양새를 고민할 가능성이 높다. 안 대표가 적극적으로 지원유세에 나설 수 있도록 공동선대위원장 직을 맡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재형 기자
이재형 기자 silentroc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