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권 노리는 이재명·안철수...맞불 지원유세 관심

새로운물결 김동연 대표가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6·1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주간한국 이재형 기자]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별들의 전쟁’이 예고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나섰던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의 재등판론이 일각에서 제기되면서 이 전 지사의 존재감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인수위원장을 맡고 있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내각 진출 대신 당에 남기로 선언한 만큼 국민의힘 후보들의 지원사격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경기도지사 후보에는 대선 후보에 나온 거물급 인사들이 속속 출사표를 던졌다.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에 이어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경기지사 출마를 선언하면서 두 사람의 맞대결이 성사될지 벌써부터 후끈한 열기가 감돌고 있다. 마땅한 서울시장 후보감을 찾지 못하고 있는 민주당 내에서는 송영길 전 대표 차출론이 불거졌는데 결국 송 대표가 수락했다.그 과정에서 이 전 지사가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와 주목을 끌었다.

점점 커지는 이재명 영향력...김동연·송영길 낙점?

민주당과 합당 논의에 착수한 새로운물결 김동연 대표는 지난달 31일 경기지사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에 따라 김 대표는 민주당 중진 안민석조정식 의원과 염태영 전 수원시장과 경선을 치러야 한다. 출마를 저울질 하고 있는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까지 가세할 경우 거물급 정치인 4파전이 예고된다.

앞서 민주당 일각에서는 지방선거 판세가 여전히 불리하다고 판단해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에서 바람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이 전 지사가 직접 등판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압도적인 정권교체 구도를 뚫고 나름대로 득표 경쟁력을 보여준 이 전 지사의 등장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이 전 지사 측은 이에 대해 여전히 조심스러운 기색이다. 오히려 차기 대선을 준비해야 할 이 전 지사의 경쟁력을 훼손시키기 위한 음모론이라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 전 지사의 직접 등판 가능성을 차단하고 지원유세 쪽으로 가닥을 잡는 분위기다.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30일 MBC 라디오에서 이 전 지사 역할론에 대해 "(지원유세는) 당연히 하시리라 생각하고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일각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후보로서 출전하는 문제를 거론하기에는 시기상 이른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후보 인물난을 겪던 민주당 내에서는 송영길 전 대표 차출론이 불거졌다. 이 과정에서도 이 전 지사가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실제로 이재명계 최측근으로 지목되는 정성호 의원과 김남국 의원이 지난달 29일 경북 영천의 사찰로 찾아가 송 전 대표와 면담했다. 이에 앞서 이 전 지사와 송 전 대표의 통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이재명 캠프 출신인 이수진 의원은 지난달 25일 공개적으로 송 전 대표의 출마를 요구했다. 특히 김 대표의 국회 출마기자회견에 이재명계인 정성호·김병욱 의원이 배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해 이 전 지사가 ‘송영길 서울시장, 김동연 경기지사’구도를 원한다는 보도와 소문이 뒤따라 등장했다.

이에 관련 민주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고 이 전 지사 측도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총리’ 대신 ‘당’ 선택한 安, 선대위원장 나서나

국민의힘 대선 경선 주자였다가 낙마한 뒤 정계은퇴까지 고려했던 유 전 의원이 당 안팎의 권유를 받아들여 지난달 31일 경기지사에 출사표를 냈다. 유력 후보로 거론된 안 대표가 출마 뜻을 접은 것도 유 전 의원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유 전 의원의 가세로 대선주자급의 도전이 이어지면서 경기도가 최대 승부처로 떠오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이 전 지사에게 47만표 차이로 뒤진 곳이 바로 경기도이다. 따라서 국민의힘은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인 서울보다는 경기도 선거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권에서는 안 대표가 국무총리 등 내각에 참여하지 않고 지방선거 불출마도 밝힌 점을 주목하고 있다. 1년 후 국민의힘 당 대표 출마를 위한 저변 확보를 위해서라도 이번 지방선거에 지원사격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안 대표는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를 통해“국가와 국민에게 봉사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면서 “앞으로 당의 지지 기반을 넓히는 일들, 정권이 안정될 수 있는 그런 일들에 공헌할 수 있는 게 많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날 CBS 라디오‘한판 승부’에서 "만약 이번 대선에서 안 위원장이 단일화를 해 주지 않았으면 선거 어려웠다. 그래서 안 위원장의 역할이 굉장히 큰 것"이라면서 "지금 대통령 당선인 지지율이 너무 낮다. 강경 보수 노선을 걸어왔다. 중도층이 다 떨어져 나간 상태 속에서 정권을 안정화시키기 위해서는 안철수라는 존재가 앞으로도 굉장히 중요하게 여겨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전 지사가 지원 유세에 나설 경우 맞불 전략으로 안 대표 카드가 급부상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전망이다.

안 대표 입장에서도 집권여당이 되는 국민의힘 입성을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지방선거에 기여했다는 명분이 필요하다. 그 성과를 토대로 내년 재보궐 선거로 원내에 진입하고 당권도전에도 나선다는 시나리오가 완성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6.1 지방선거는 안 대표 입장에서 국민의힘에 뿌리를 내릴 수 있는 첫 시험대가 될 수밖에 없다.

당 안팎에서 거론되고 있는 지방선거 선대위원장 추대론에 대해서도 안 대표는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면서도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고 여지를 남겼다. 안 대표는 이날 간담회에서 이와 관련한 질문을 받자 "당의 선대위원장은 당대표의 결심이고 당대표의 몫이다. 인사권자가 판단할 몫"이라고 이 대표에게 공을 넘겼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자극하지 않고 권한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에 따라 이 대표도 안 대표를 최대한 존중하는 모양새를 고민할 가능성이 높다. 안 대표가 적극적으로 지원유세에 나설 수 있도록 공동선대위원장 직을 맡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재형 기자

 


이재형 기자 silentroc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