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A조 9차전 대한민국과 이란의 경기. 이란에 2대0 승리를 거둔 한국 손흥민이 관중석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7승2무1패 승점 23점 13득점 3실점 골득실 +10 A조 2위.’ 2021년 9월부터 2022년 3월까지 7개월간 10경기의 대장정 끝에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이 종료됐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A조 2위로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쾌거를 이뤄냈다. 최종예선을 거치는 동안 한국 축구는 무엇을 얻었을까. 또 오는 11월 월드컵 본선까지 8개월간 무엇을 보완해야 할까.

흔들리던 벤투 향한 믿음, 최종예선으로 다잡았다

2019 아시안컵 8강 탈락, 2021년 3월 한일전 충격의 0-3 참패까지. 파울루 벤투 감독을 향한 시선은 불안을 넘어 부정적이었다. 아쉬움을 토로하는 여론은 빗발쳤다. 특히 한일전에서의 충격적인 참패는 벤투 감독의 입지를 크게 흔들었다.

최종예선에서 대표팀이 흔들릴 경우 벤투 감독의 경질을 검토할 수도 있다는 시선이 팽배했다. 실제로 첫 경기였던 이라크전에서 0-0으로 비기고, 레바논을 상대로 1-0으로 겨우 이겼을 때 ‘벤투 위기론’은 절정에 달했다. 게다가 10월에 최종예선 최고의 고비라고 할 수 있는 이란 원정경기가 예정됐기에 이 경기가 벤투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벤투호는 10월 홈에서 열린 시리아전에서 후반 44분 손흥민의 결승골부터 시작해 이란 원정 무승부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여세를 몰아 2월 시리아 원정을 통해 3월 2경기를 남기고 2위까지 주어지는 월드컵 본선 티켓을 조기에 따냈다.

최종전이었던 UAE 원정경기에서 아쉽게 패했지만 11년만에 이란을 꺾고 9경기 연속 무패행진, 상대를 압도하는 경기력은 1년 전 한일전 패배로 성났던 민심을 되돌리기에 충분했다. 벤투 감독은 단숨에 축구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지난 두 번의 월드컵에서 실패했던 ‘16강 진출’을 이뤄줄 적임자로 기대 받고 있다.

확고한 전술과 플랜A 구축

지난달 24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A조 9차전 이란과의 홈 경기에서 2대0으로 승리를 거두며 조1위로 올라선 대한민국 축구팀 선수들이 경기장을 찾은 팬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벤투 감독의 성공은 확고한 전술과 플랜 A 구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소위 ‘빌드업 축구’로 통칭되는 벤투의 전술 철학은 후방에서부터 패스를 통해 차근차근 풀어나가며 점유하고 지배하며 상대를 압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는 2018년 9월 부임부터 3년 7개월간 꾸준히 자신의 철학을 관철시켰다. 이제 대표팀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은 물론 팬들도 벤투 축구에 대한 확신과 믿음을 가지게 됐다.

4-2-3-1 포메이션을 플랜A로 4-1-4-1 혹은 4-4-2로 변형이 가능한 전술은 콜롬비아, 멕시코, 이란 등 높은 수준의 팀을 상대로도 통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어느 정도 선발 라인업이 고정되면서 선수들의 전술 숙달과 역할에 대한 이해가 갈수록 향상되고 있다. 소위 ‘눈감고도 발이 맞는’ 플레이가 가능해지고 있다. ‘조직력’에서 만큼은 본선 진출 32개국 중 상위권이라봐도 무방하다. 이제 월드컵에 나가서 ‘상대에 맞추는 전술’이 아닌 ‘우리만의 전술’을 우직하게 밀고 나가는 축구를 볼 수 있을 전망이다.

‘8경기 무득점’ 황의조 살아나야… ‘강팀’들도 조직력 갖출텐데

월드컵 본선까지 8개월을 남겨둔 현재 개선할 점도 많다. 우선 대표팀의 ‘주포’인 황의조가 심상치 않다. 황의조는 최종예선 10경기 중 부상으로 빠진 2경기를 제외하고 8경기에 나왔지만 단 한골도 넣지 못하는 극심한 골가뭄에 시달렸다.

물론 소속팀인 프랑스 리그앙의 지롱댕 보르도에서는 두 시즌 연속 10골 이상을 넣으며 득점력은 여전하지만 대표팀만 오면 작아지고 있다. 앞으로 가질 평가전에서 황의조의 득점력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한다. 2002년 황선홍-안정환, 2010년 박주영의 활약처럼 최전방 공격수의 득점력 없이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4년 가까이 한 감독 아래서 같은 축구를 하다보니 타 팀에 비해 조직력이 빨리 올라왔다. 반면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는 팀 중 아직 조직력이 갖춰지지 않은 팀도 많은데 월드컵에 가까워질수록 조직력이 갖춰졌을 때 한국이 어떤 비교우위를 가질 수 있을지는 부딪쳐봐야 알 수 있다.

빡빡한 월드컵 예선 일정과 코로나19로 해외 평가전이 불가능했던 환경으로 인해 해외파가 포함된 베스트 멤버로 강팀과의 맞대결을 펼친 적이 없었다. 2년 이상의 ‘강팀 평가전 공백’으로 인해 지금의 한국 축구가 세계와 어느 수준이지 가늠키 힘든 상황에서 6월부터 재개될 평가전에서 최대한 강팀과 맞붙어 우리의 약점을 찾고 빠르게 보완하는 작업이 어떻게 이뤄지는지에 따라 결국 월드컵에서의 성과가 결정될 수밖에 없다.

이재호 스포츠한국 기자



이재호 스포츠한국 기자 jay12@hankooki.com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