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집값·세금, 큰코" 발언에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율 1년간 전격 배제 /
野 반대로 임대차 3법 폐지 난망…임대인 혜택·대출 확대 핀셋 대책 총력 /
대출 확대 정책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 입장 변수 될 듯

[주간한국 김병수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5월 10일) 후 약 두 달이면 집권 5년의 순항 여부를 가늠할 첫 성적표를 받아든다. 이번 대통령 선거는 부동산 시장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라는 점에 큰 이견이 없다. 천정부지로 솟은 집값에다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를 퇴로 없는 코너로 몰아 불만이 하늘을 찔렀다. 윤 당선인은 국토교통부 업무 보고(3월 25일)에 이례적으로 직접 참석했다. 나흘 뒤 29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간사단 회의에선 '큰코다칠 일'로 집값과 세금 문제를 콕 짚었다. 부동산 정책의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는 절박함이다.

◇부동산 정책의 핵심 세금…어떤 식으로든 낮춘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취득·양도·보유 전 과정의 세금을 높여놓은 현 정부의 정책을 뒤집을 기세다. 인수위는 지난달 31일 오후 2시 긴급 브리핑을 통해 가장 시급한 것으로 인식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율을 1년간 한시적으로 배제한다고 밝혔다. 현 정부에 조치를 요청하고, 하지 않으면 새 정부 출범 즉시 시행령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인수위는 이날 발표에서 시장 기능 회복을 통한 매물 출회 기대도 숨기지 않았다. 종부세는 1주택자 세율을 현재의 0.6∼3.0%에서 문재인 정부 이전 수준인 0.5∼2.0%로 되돌리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차등 과세 기준을 보유주택 호수에서 가액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관심이다. 이렇게 되면 다주택자에 적용하는 종부세 중과세율 체계가 사실상 사라지는 효과를 낳는다. 윤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 종부세와 재산세를 장기적으로 통합하겠다고 했었다.

주택 공급 확대 문제는 꼬여 있다. 윤석열 정부가 할 일이 거의 없다. 택지 공급과 관련해 업계 관계자들은 대략 10년간 나올 물량을 현 정부에서 지정한 것으로 분석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재건축 완화에 집중하고 있다. 기본적인 방향은 구조 안전진단 점수 비중을 낮추고,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야당에서도 어느 정도 필요성을 인정하는 분위기여서 비교적 쉽게 풀릴 수도 있다.

◇선거 땐 임대차 3법 폐지…현실은 여소야대로 기대 난망

윤 당선인 측은 임대차 3법의 폐지를 희망하지만,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도 부인하지 않는다. 법 개정 사항은 여소야대 상황에선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 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29일 CBS 라디오에서 "폐지하면 상당히 큰 혼란이 예상된다. 우리 당은 (폐지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쉽게 얘기할 내용이 아니다"며 단호했다.

여소야대 문제만도 아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난달 10일 윤 당선인이 확정되자마자 MBC 라디오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 플러스에 출연해 "(당선인은) 전면 재검토를 하자고 하는데, 바로 없애버리면 굉장히 부담스럽다. 단기 혼란 없는 조정을 한번 해보자. 이런 것들을 고민하고 있다"며 "단기 혼란을 막아놓고 중장기적으론 거의 원점에서 재검토해봐야 한다"고 했다. 심 교수는 현재 인수위 부동산 태스크포스(TF)를 이끌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인수위는 임대인에게 추가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선 올해 7월 말부터 '2년+2년' 형태의 계약갱신이 만료돼 5% 상한 제한에 걸리지 않는 신규 매물들이 시장에 나오면서 전·월세 가격 상승이 크게 뛸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래서 4년 장기계약을 하거나, 임대료를 시세보다 낮게 올리거나, 월세를 전세로 전환하는 임대인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해 가격을 안정시키자는 생각이다. 현재 '2년+2년'인 계약 기간을 아예 3년 또는 '2년+1년' 등으로 재설정하고 상한율 5%를 조정하는 방안도 흘러나온다.

인수위가 이런 미세 조정만으로도 될 것 같다고 보는 이유는 주택 가격의 대세 상승이 거의 끝났다고 보기 때문이다. 전 세계 금리가 빠르게 올라가면서 시중 유동성이 줄고 있고, 무엇보다 지난 4년 동안 오른 집값은 거의 고점이거나 이미 지났다고 보는 전망이 많아지고 있다. 이럴 땐 조금만 매물이 나와도 금방 가격이 조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 인센티브로 부족한 건 대출로 푼다(?)

인수위는 대출 완화도 시사했다. 현 정부는 부동산 시장이 나빠질수록 대출을 막아 부동산 거래를 원천 봉쇄했다. 대출 없인 집을 살 수 없는 실수요자들 대신 현금 동원력이 충분한 이들만 '줍줍'하는 상황이 벌어져 비판을 받았다. 심 교수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같은 제도를 부동산 대책으로 쓰는 나라는 경제협력기구(OECD) 중 우리나라가 유일할 것"이라며 "대출자의 상황을 잘 봐서 은행이 자율적으로 판단할 여지를 줘야 한다"고 했다. [지난달 31일 인수위는 생애 최초 주택 구매 가구는 LTV 상한을 80%로 올리고, 다른 가구는 지역과 관계없이 70%로 단일화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이 재빠르게 화답했다. 지난달 25일 올해 금융감독 업무 방향을 통해 은행의 가계대출 자율 관리를 유도하겠다고 밝히고, 인수위에도 보고했다. 대출 규제 완화를 신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또 다른 관심이다. 이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에서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다. 그러나 평소에도 정부와 민간의 과도한 부채 증가에 비판적인 시선을 드러냈었다.

지금은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 문제로 금리를 올리고 있다. 우리도 정부와 민간 모두 부채 관리가 중요해지는 시기다. 현재 한국은행은 미국의 금리 인상에 보조를 맞춰 여러 차례의 금리 인상을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벌써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금리 상단은 6%를 찍었다. 지난해 10월 5%대였는데 불과 5개월 새에 1%포인트(p) 올랐다.

가뜩이나 가계부채에 민감한 우리나라에서 새 정부의 생각이 '대출받아 집 사도 좋다'는 시그널이 된다면 경제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충분하다. 결국 거시경제 측면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와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이 현재의 우리나라 가계부채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는지에 따라 대출 완화 속도는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김병수 기자 bskim@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