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도 노깡위

남태평양의 뉴칼레도니아는 짙은 산호바다를 품에 안은 섬나라다. 프랑스 향취가 묻어나는 본 섬을 벗어나면 일데팽 등 연둣빛 라군과 원주민의 일상을 담아낸 작은 섬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본섬 라 그랑드 테르의 동남쪽, ‘소나무섬’으로 알려진 일데팽은 바다빛깔로 이방인을 사로잡은 섬이다. 경비행기에서 내려다본 라군은 섬이 선물하는 전주곡이다. 일데팽의 바다는 진정 가슴을 울렁이게 만든다. 뉴칼레도니아는 남태평양의 ‘프렌치 파라다이스’로 불리는 섬나라다. 원주민들은 프랑스어를 국어로 사용하고 “봉주르”로 아침인사를 건넨다. 뉴칼레도니아의 첫 발견자는 영국인이지만 니켈생산을 둘러싼 유럽간 전쟁에서 프랑스가 승리하면서 프랑스령이 됐다.

열대의 솔숲과 무인도 노캉위

뉴칼레도니아 최고의 보물섬인 일데팽은 열대의 섬인데도 침엽수가 울창하다. 파도가 바위를 넘어서며 형성된 오로 자연 풀장은 열대어와 산호들이 어우러져 천연 아쿠아리움을 만들어낸다. 섬 원주민들의 삶터인 바오 마을을 기웃거리는 것도 흥미롭다. 150년 세월의 바오성당은 초기에 정착한 죄수들에 의해 지어졌고, 가톨릭을 전파한 선교사 기념비는 부족들의 토템들로 둘러싸여 있다. 일몰이 아름다운 쿠토해변은 4km의 모래해변으로, 는 소나무숲과 다이빙 포인트로 명함을 내민다. 일데팽에서의 모든 감탄은 노캉위를 만나기 전의 에피타이저일 뿐이다. 라군을 헤치고 모습을 드러내는 무인도 노캉위는 ‘천국’의 모습을 지녔다. 바다빛은 요술을 부리고. 이방인들은 순간 침묵으로 화답한다. 무인도인 노캉위에 내리면 보트는 여행자들만을 위해 한시간 가량 자리를 피해 준다. 남태평양의 바다 위에 시간이 멈춘 듯, 잠시 평화가 내린다.

카누메라 비치

섬들을 단장하는 연둣빛 라군

일본의 여류 소설가 모리무라 가쓰라는 뉴칼레도니아를 배경으로 소설 ‘천국에 가장 가까운 섬’을 썼다. 소설은 80년대 후반 영화로 재현됐고, 섬은 30여년간 일본 허니무너들의 ‘천국을 탐하는’ 명소가 됐다. 한국에는 드라마 ‘꽃 보다 남자’의 촬영지로 소개된 뒤 베일을 벗기 시작했다. ‘천국에 가까운 섬’의 메인 배경이 된 우베아 섬은 두 개의 섬이 다리로 연결돼 있다. 다리 위에 몸을 기댄 채 바라보는 섬들의 풍광이 매혹적이다. 우베아 섬에서는 원주민 보트인 피로그를 타고 바다거북도 만날 수 있다. 로아요테 군도의 가장 큰 섬인 리푸 섬은 기괴한 동굴과 절벽지형으로 채워진다. 리푸 섬의 원주민들은 험난한 자연만큼이나 모험심이 강하다. 50m 이상의 절벽이 거대한 성전처럼 펼쳐진 조킨 절벽은 놓칠 수 없는 섬의 볼거리다. 뉴칼레도니아 섬 어느 해변에 머물러도 연둣빛 라군은 리트머스 시험지처럼 번져나간다. 뉴칼레도니아의 산호바다는 세계 최대 규모를 뽐낸다. 두근거리는 ‘천국’은 외딴 섬 곳곳에서 조용히 숨을 고른다.

일데뺑 선교사 기념비와 토템

여행 메모
가는 길 수도 누메아가 관문이다. 통투아 공항에서 일데팽까지는 하루 수차례 비행기가 오간다. 부속섬들은 여객선을 타고 이동이 가능하다. 택시 등 본 섬에서의 교통비는 상대적으로 비싼 편이다.
음식 바나나 잎에 고구마, 생선 등을 싸 먹는 원주민 전통요리 ‘부냐’를 꼭 맛볼 것. 뉴칼레도니아산 커피인 ‘부르봉 포앵튀’와 ‘카페 르호와’는 깊은 맛을 자랑한다.
기타 뉴칼레도니아 섬 전체의 60%가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섬에는 공룡이 살던 쥐라기 시대의 원시림과 꽃과 새들이 서식한다. 수도 누메아의 인구 중 절반이 유러피언이다. 남반구의 선선한 여름시즌이 오히려 한적하다.

글ㆍ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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