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힐리아나 전경.

프리힐리아나는 ‘스페인의 산토리니’로 불리는 곳이다. 스페인 남부, 네르하의 언덕 기슭에 들어선 하얀 마을은 가장 아름다운 시골 동네로 선정된 바 있다. 안달루시아의 지중해를 잇는 태양의 도로 ‘코스타 델 쏠’을 달리면 하얀 색으로 치장된 마을들이 눈을 자극한다. 프리힐리아나는 남부 말라가주의 아름다운 동네로 입소문이 난 곳이다. 마을은 흰 구름이 내려 앉은 듯, 골목과 간판이 예쁘고 뽀얗게 치장됐다. 파스텔톤 대문에 도마뱀 문고리, 모자이크 담장에 빨간 제라늄조차 선명하다. 코발트블루의 창문들은 그리스 산토리니의 윤곽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언덕 따라 늘어선 흰 미로 골목

마을에 들어서면 아기자기한 기념품 숍들과 과일가게, 앙증맞은 카페들이 이방인을 반긴다. 미로같은 언덕길을 방황하며 우연히 탁 트인 하늘과 조우하는게 마을을 즐기는 묘미다. 계단길이 듬성듬성 이어지는 골목은 주민들과 여행자, 고양이들이 오갈뿐 차들은 들어설 수 없다. 언덕 위에 머무는 투숙객들을 위해 당나귀들만이 터벅터벅 짐을 실어 나른다. 언덕 뒤편의 산 안토니오 교회는 마을의 랜드마크쯤 된다. 프리힐리아나에서는 매년 6월 수호성인 산 안토니오 데 파두아를 기리는 축제가 열린다. 꽃을 단 여인들의 순례행렬이 볼만하다. 8월 말에는 마을에 간직된 이슬람, 기독교, 유대교 세 가지 문화가 한데 어울리는 페스티벌이 펼쳐진다. 마을 분위기와는 달리 이곳의 역사는 다사다난하다. 프리힐리아나는 기독교 세력의 확장에 밀려난 이슬람교도들이 고지대로 피신하면서 산중턱에 들어선 마을이다. 16세기 중반 그라나다에서 추방된 무어인들은 이 동네에 머물며 반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동네는 여기저기 뚝딱뚝딱 건물이 오르는 현재진형형 마을이다. 최근 인기 덕에 레스토랑들의 물가는 제법 올랐다. 마을 입구의 동전을 넣으면 안내 멘트를 하는 인형에는 한국어 서비스도 등장했다.

지중해 푸른 해변 담아낸 ‘네르하’

프리힐리아나는 그리스 산토리니처럼 바로 바다 옆 동네는 아니다. 지중해를 만나려면 언덕을 굽이굽이 내려와 네르하의 바다로 향한다. 프리힐리아나에서 바다로 20여분 달리면 탁 트인 해변과 만난다. 네르하는 ‘유럽의 발코니’를 간직한 예쁜 지중해도시다. 지중해를 향해 비쭉 솟은 해안절벽 주변으로는 전망대와 카페들이 들어서 있다. 해안절벽 아래로는 부르리아나 해변과 산책로가 이어진다. 해변은 중심가에서 거리를 둔 칼라온다 비치가 정겹다. 바닷가 놀이터에서는 동네 꼬마들이 뛰노는 풍경이다. 네르하의 해변에서는 누구나 지중해의 푸른 바다에 자동입수다. 멀리 보이는 설산이 그라나다의 배경인 시에라 네바다 산줄기다. 해변 주변으로는 노천식당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태양아래 들어선 레스토랑에서는 ‘메누 델 디아’(오늘의 메뉴)를 주문한다. 어느 식당에 들어서든 제법 음식들이 갖춰 나온다. 스페인 사람들의 ‘메누 델 디아’에는 점심식사가 그날의 가장 중요한 식사라는 철학이 담겨 있다. 해풍을 맞으며 식사를 즐기는 ‘나른한 의식’은 오후 내내 여유롭게 진행된다.

여행 메모

▲가는 길 = 스페인 남부 말라가 공항이 관문이다. 말라가에서 차량을 빌려 이동하는게 편리하다. 말라가의 이웃도시 네르하에서 프리힐리아나 마을까지 수시로 버스가 오간다. ▲음식 = 스페인식 철판볶음밥인 ‘파에야’는 꼭 한번쯤 맛봐야 할 음식이다. 오후 낮잠시간 시에스타 때는 프리힐리아나의 식당들은 예고 없이 문을 닫는 경우도 잦다. ▲기타 = 프리힐리아나에서 펜션풍 숙소가 다수 있다. 마을이 유명해진 뒤 숙박비는 오른편이다. 스페인 남부의 8월은 다른 유럽지역보다 꽤 기온이 높다.

글·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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